[터치스크린]보이후드-한 소년의 성장 ‘12년 대장정’

UPI 코리아

제목 보이후드 (Boyhood)

제작연도 2014년

제작국 미국

러닝타임 165분

장르 드라마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개봉 2014년 10월 2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의 시작은 감독의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인격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놓여 있는 소년의 성장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런 관심은 그것을 어떻게 찍는 것이 효과적일지로 확장되었고, 한 아이와 주변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맡겨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앞서 내놓은 작품들을 통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남다른 통찰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그 중에서도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3부작은 동시대를 살아온 30~40대 관객들에게 특별한 지지를 받는 특별한 작품이다. 1995년부터 9년 터울로 만들어진 세 작품은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게 된 두 남녀의 만남과 엇갈림, 재회와 동행의 변화하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 속에 풀어놓으면서도 날카로운 시선과 철학적 깊이를 잃지 않았다.

무려 12년이란 제작기간 동안 촬영되고 완성된 이 영화 <보이후드>는 영화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기록상으론 이전에도 10여년 이상의 촬영기간을 지닌 영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전한 극영화로서 기획부터 지난한 과정을 작정하고 완성된 영화는 전무후무하다.

평범하지 않은 영화인 만큼 제작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주인공 소년 메이슨의 누나 사만다 역할을 맡은 배우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감독의 친딸이다. 감독 입장에서 장장 12년이라는 대장정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와 능동적인 소통을 고려할 때 가족은 믿음직한 대상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렐라이가 캐스팅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 스스로가 예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녀는 영화의 첫 등장부터 넉살 좋은 춤과 노래로 극의 분위기를 단번에 띄워 놓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 스스로의 관심사가 달라지면서 영화 출연은 꽤나 무거운 짐이 되었나 보다. 점차 소극적으로 변한 그녀는 결국 극중의 사만다를 죽일 수 없느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하니, 그녀에게 이 작품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녀가 겪은 이런 갈등의 흔적 역시 극중에 고스란히 엿보인다.

이 작품이 의미 있는 것은 흥미로운 제작과정이 단순한 화젯거리로 끝나지 않고 이제껏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언어로 치환되었다는 점이다. 한 해 한 해 달라진 이야기와 인물들의 변화는 특별한 구분이나 설명 없이도 관객의 눈에 포착된다. 하지만 그것을 바로 눈치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흐르는 영화 속의 시간은 마법처럼 인물들을 녹여내고,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어느새 새로운 ‘현재’를 펼쳐 놓는다.

터치스크린

제목부터 선언하고 있듯 이 작품은 메이슨이라는 한 소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체인 메이슨은 시종일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어쩌면 이 또한 현실의 놀라운 모사일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결국 진정한 ‘성장’이란 언제나 미래에 있고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삶에서조차 온전한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영화의 말미 새로운 세상에 대한 암시와 이를 목도하는 -이제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청년의 눈빛은 그 어떤 설명이나 풍경보다 먹먹한 감정을 안긴다. 부디 행복하기를.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