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보다 ‘安’… 친노 미묘한 기류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 등 겪으면서 문재인과 범친노 의원들 엇박자, ‘안희정 카드’ 주목

지난 9월 17일 국회 도서관 앞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부 지출 실시간 공개: 효과 및 확대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기 위해 기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최근 박영선 원내대표 거취 파문 과정에서 친노의 새로운 대선후보 카드로 안 지사가 주목됐기 때문이다.

정책토론서 ‘안 지사 칭찬’ 릴레이
이날 정책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박수현 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토론장에 맨 처음 도착한 인사는 문재인 의원이었다. 토론장 안에서는 범친노에 속하는 의원들이 속속 자리에 앉아 안 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토론장 밖에서는 기자들이 안 지사에게 “(안 지사가) 친노의 문재인 대체카드라는 인식이 있다”는 말을 던졌다. 안 지사는 “도 지사로서 도정에 전념하고 있고, 당은 당대로 힘 모아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리라 믿는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안 지사는 “구체적인 내용에 답하기가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당내에서는 이 교수의 영입 파동과 박 원내대표의 거취 파문을 겪으면서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의 결집력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박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가진 문 의원과는 달리 범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주축이 돼 박 원내대표의 퇴진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 교수의 영입과정에 문 의원이 이래저래 얽힌 사정이 박 원내대표 측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문 의원이 자신의 주변에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친노 좌장격인 문 의원과 범친노 의원들의 엇박자 행보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카드로 안 지사가 주목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이날 첫 축사를 하기로 예정됐던 박 원내대표는 탈당 파문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문 의원이 첫 축사를 했다. 토론회 주제에 맞게 문 의원은 충남 도예산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개한 안 지사를 칭찬했다. 칭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던 안 지사에 대해 사회를 보던 박수현 의원은 “칭찬을 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면 자기 자랑이 된다”고 농담했다. 정세균 의원도 축사를 통해 안 지사의 정보공개 행정에 대해 박수를 쳐드리자고 유도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9월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정보공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의원실 제공

아쉬운 文의 정치력에 대한 반작용
이어지는 축사에서 추미애·신기남 의원은 안 지사에 대해 ‘새 희망’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또 다른 의원들은 축사에서 안 지사의 정보공개에 대해 ‘안희정 시스템’이라고 ‘칭찬 수식어’를 붙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특히 충남 지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안희정 대선 카드’의 진원지가 충청권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런 ‘칭찬 분위기’에 당황한 안 지사는 정보공개 사례를 발표하기에 앞서 “(정보공개) 사례를 발표하러 왔는데 저를 칭찬하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미묘한 시기에 국회를 방문하게 됨으로써 친노의 새로운 카드로 주목받는 데 대한 해명이었다.

친노 인사들 사이에 ‘안희정 카드’는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 수준에서 언급되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지난 대선에서 48% 득표를 한 문 의원의 힘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NLL 대화록 공개 결정과 이상돈 교수 영입과정 관여에서 나타난 미숙한 정치력에 대한 아쉬움이 당내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아쉬움에 대한 반작용이 안 지사에 대한 기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공간에서 주목받고 있는 품인록(잠재적 대권주자 22명에 대한 한 줄 평)에서도 문 의원보다 안 지사에 대한 평가가 더 후하다. 문 의원에 대해선 ‘제1야당 최대 계파의 수장이지만 정치력은 최악인 사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최고의 정치인 사람(…)’으로 미숙하다 못해 감수성 제로인 정치력을 혹평했다. 반면 안 지사에 대해선 ‘영민한 정치 아이돌’ ‘차분한 품성’ ‘아직은 자기 정치를 시작하지 않은 원석’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문 의원에게 다행인 것은 안 지사가 아직은 ‘원석’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친노 인사는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지금은 여전히 친노의 중심에 문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 친노 핵심인 홍영표 의원도 “정권교체가 된다면 앞으로 누구라도 가능한 것이지 지금 누구를 카드로 내세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48%의 득표를 한 문 의원에 대해 당에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새정치연합 계파 지도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거취 파문으로 계파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친노 인사는 친노 강경파가 박 원내대표의 퇴진 요구에 앞장서고 있으며, 친노가 당내에서 가장 큰 계파라는 것은 잘못된 ‘친노 프레임’이라고 항변했다. 이 인사는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는 겨우 10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정세균계와 민평련·486은 엄격한 의미에서 친노로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 친노 인사들의 이야기다. 홍영표 의원은 “이번 퇴진 주장에 나선 의원들은 성향이나 계파에 관계없이 원내대표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모였다”며 친노가 중심이라는 시각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친노쪽 인사는 “지금 당내에서 최대 계파는 친노가 아니라 전국적 조직을 갖춘 정세균계”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강경성향 의원은 크게 문재인계와 정세균계, 그리고 민평련·486계, 초선 비례대표로 나뉜다. 문재인계는 청와대에서 문 의원과 오랫동안 일을 한 문재인 직계(전해철·박남춘·윤후덕 등)와 대선 캠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의원들(노영민·윤호중·홍영표 등)로 10여명 정도이다.

여기에 이해찬·한명숙 의원 등 참여정부 때 역할을 한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범문재인계는 30~4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계파로서의 일체감은 많이 엷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충남의 지역 의원들 3~4명(박수현·박완주 등)은 안희정계로 분류된다.

정세균계는 정 의원이 당 대표를 하던 시절 지도부에 있었던 인사들(강기정·최재성·오영식 등)로 20명가량이 있다. 여기에는 486 의원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대협 계열의 486 의원들(이인영·우상호)은 독자적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고 김근태 의원계인 민평련 소속 의원(우원식·유은혜·최규성 등)이 있다. 민평련·486 의원은 대략 20명 정도로 양측에 모두 참여하거나 비슷한 성향을 띠고 있어 한묶음으로 분류된다. 초선 비례대표 의원들은 ‘더 좋은 미래’를 중심으로 10명가량(김기식·은수미·장하나·남윤인순 등) 된다. 하지만 계파 분류는 무 자르듯 일목요연하지 않다. 이들 의원 중 많은 수는 두 계파에 속하는 인물도 있어 아주 복잡하다.

친노의 분화에도 불구하고 친노 확장성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내부 친노인사들이 보는 문재인 직계가 10여명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구현한다는 의미에서의 친노는 40명가량 된다. 하지만 친노가 어떤 이슈를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했을 때 뜻을 같이하는 정세균계와 민평련·486계를 포함하면 80여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비노(박지원계, 손학규계, 김한길·안철수계, 중도계)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아지는 것이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