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꿈을 바꿔주실 수 없을까요?

몽위
온다 리쿠 지음·양윤옥 옮김·노블마인·1만3800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900)이 나오기 이전에도, 이후에도 꿈의 해석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자책이나 갈망이기도 하고, 자신이 기억 못하는 무의식의 발현도 있고, 간혹 예지몽도 있다. 꿈은 우리의 일상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지만, 현실과 유리된 무엇이기도 하다.

그런 꿈의 세계를 온다 리쿠가 펼쳐 보인다. 온다 리쿠의 소설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 위에 불투명하고 모호한, 그렇기에 유려한 가상의 세계를 겹쳐놓은 양상이 많았다. 청춘소설인 <밤의 피크닉>에서도, 이야기의 근원을 환상소설로 풀어낸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서도, 서늘한 살인의 추억을 그리는 <유지니아>에서도.

<몽위>는 꿈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볼 수 있는 ‘몽찰’이 가능한 시대의 이야기다. 꿈 해석사인 히로아키는 연관성이 없는 일본 곳곳의 학교에서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정신을 잃고, 악몽을 꾸는 사건을 알게 된다. 아이들의 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히로아키는 과거의 기억과 대면한다. 형의 연인이었고, 그 역시 사랑했던 고토 유이코. 몽찰이 막 시작되었을 때, 유이코는 ‘예지몽을 꾸는 것으로 인정받은 일본 최초의 인물’이었다. 몽찰 연구에 큰 공헌을 했지만 이런저런 악담과 구설수에 휘말리던 유이코는 10년 전 대형 화재에 휘말려 사망했다. 그러나 이제 유이코를 닮은 여인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아이들이 실종된 사건에서도 유이코의 흔적이 발견된다.

‘몽위관음’은 불길한 꿈을 꾸었을 때 기원을 올리면 좋은 꿈으로 바꿔준다는 속설에 기인하여 관음보살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유이코는 사고나 재해를 내다보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를 배척했다. 나쁜 소식을 미리 전하는 이들은 예전부터 내쳐지는 운명이었다. 따돌림을 당하면서 유이코는 죽었다. 그런데 죽은, 아니 사라진 후 그녀는 다시 나타난다. 히로아키는 사람들의 꿈속에서 유이코의 얼굴과 흔적을 연이어 발견한다. 현실에서도 그녀를 느낀다. 죽은 그녀는 어떻게 사람들의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눈앞에 나타나는 것일까?

온다 리쿠는 <몽위>에서 중요한 말 두 가지를 던진다. ‘꿈은 외부에서 온다.’ 꿈에 누가 나온다면, 그것은 그가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이지만, 동시에 거대한 무의식으로 연결된 존재이기도 하다. 유이코는 그들의 꿈, 무의식에 들어가 꿈을 바꾸고, 나아가 미래를 바꾼다. 또 하나는 ‘꿈의 가시화’다. ‘사람들이 모두 유령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그 존재를 믿으면 유령도 가시화되는 것이 아닐까.’

북리뷰

사람들이 꿈을 보게 되면서, 꿈이 눈앞에 현실로서 구체화된다. 만약 우리가 믿는 것, 원하는 것이 모두 가시화된다면 이 세계는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몽위>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녀의 꿈을 바꿔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완곡하게 청할 뿐이다. 모든 것이 가시화된 세계가 폭주할 위험도 분명 있지만, 온다 리쿠는 유이코와 히로아키에게서 희망을 본다. 꿈을 꾸는 것은 우리이고, 서로의 꿈에 개입하며 만들어가는 것도 결국 우리니까. 꿈에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꿈을 끌어안고 우리의 현실을 바꾸는 일은, 우리가 해야만 하니까.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