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무형자산 탈을 쓴 4대강 부채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 수자원공사 빚 2년째 편법 회계처리

2012년 4대강 사업의 거의 대부분 공구가 완공됨에 따라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을 벌인 4대강 시설물은 모두 국가 소유로 넘어갔다. 하천법상 국가가 아닌 어느 누구도 하천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탓에 수자원공사는 7조여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하지만 2012년 회계상으로는 손실처리되지 않았다. 7조여원의 4대강 빚을 언젠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했기에 가능했다.

이 같은 수자원공사의 회계처리에 대해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부적절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감사원의 통보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는 2013년 회계에서도 4대강 빚을 2년째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 감사원의 지적을 무시해가면서까지 편법 회계처리를 2년간 해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8월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과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 4대강사업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경남 창녕 함안보 앞에서 현장조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자산여부 불명확한 부채의 처리 부적정
감사원이 국회 국토교통위 정성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라는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5월 수자원공사에 4대강 빚을 손실처리하는 것으로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공의 2012년 회계에 대해 감사원은 ‘무형자산 규정에 따라 수익 발생이 확실하고 객관적 가치평가가 가능해야 하나 친수구역에서 어떤 사업을 할지도 미확정된 상태에서 친수구역 사업 이익의 현재 가치 추정액 이외의 수익 발생 여부나 친수구역사업 우선권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어 무형자산의 대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공은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해 ‘계획 수립 예정’ ‘추진 중’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 수공이 정 의원에게 제출한 ‘2013년 이후 감사원 감사 지적사항 및 집행 전말’에 따르면 ‘자산 여부가 불명확한 부채의 자산 처리 부적정’이라는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해 수공은 ‘4대강 사업비에 대한 합리적인 재무관리계획 수립 예정’으로 기재했다. 추진 현황에서도 ‘추진 중’으로 보고했다.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한 게 부적합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획 수립 예정’ ‘추진 중’으로 얼버무린 채 2013년 회계에서도 4대강 빚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법 제32조의 규정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시설물을 준공 즉시 국가에 무상귀속하도록 되어 있어 유형자산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의 대부분 공구가 준공됨에 따라 국가에 시설을 넘겼으나 정부의 부채 원금 지원대책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데다, 친수구역 사업 역시 지지부진해 빚만 떠안게 된 것이다.

이때 편법으로 등장한 것이 무형자산으로의 회계처리다.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관련해 미래의 경제적 효익을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이런 무형자산의 예로 영업권, 특허권, 상표권, 라이선스, 임차권리금, 광업권, 어업권 등이 있다.

공공기관의 무형자산 처리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서(K-IFRS) 제1038호의 무형자산 규정에 따라야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으로 ‘과거 사건의 결과 기업이 통제하고 있고 미래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감사원은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부채는 4대강 사업이라는 과거 사건으로 발생한 부채 원금의 회수 가능성을 위 공사가 통제하고 있지도 않고 정부 지원도 확정되지 않아 미래에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워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이라고 수자원공사에 통보했다.

정부는 2009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4대강 총사업비 22조2000억원 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가 부담하도록 결정했다. 이때 정부는 수공이 조달하는 원금에 대한 이자는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고 원금은 친수구역 개발사업을 통해 우선 회수하되 부족분은 사업 종료 시점에서 수공의 재무여건을 고려해 재정 지원방안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친수사업 통한 투자비 회수 불투명
수자원공사는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4대강 투자비 회수대책 필요성’에서 ‘4대강 투자비는 관계 법령에 의해 수도요금 등 다른 공공요금으로 회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이며, 친수구역 개발사업을 통해 우선 회수할 예정이나 친수사업을 통한 투자비 회수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임’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재정상황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감사 결과 보고서는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부산 강서구) 등 수자원공사의 3개 친수구역사업 이익의 현재가치 추정액이 2977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약 8조원의 사업비 중 회수 여부가 불투명한 것을 반영해 사업비 전액을 손실로 처리하되 영주댐·보현산댐의 사용권 취득비용 약 4000억원과 친수구역 사업 이익 현재가치 추정액 약 3000억원을 제외한 7조2000여억원은 손실처리해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인 2008년 말 부채가 2조원으로 부채비율은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거의 마무리한 2013년 말에 부채가 14조원으로 급증하며 부채비율이 121%로 크게 늘어났다. 5년 사이에 부채가 7배 증가한 셈이다. 4대강 빚을 손실처리하게 되면 수공의 부채비율은 지금보다도 두 배 이상 급등하게 된다. 부채비율이 120%에서 무려 320%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4대강 투자비 회수대책 필요성’에서 수자원공사는 ‘올해는 4대강 사업이 사실상 종료되는 시점이라 어떠한 형태로든 국가 재정지원 방안을 확정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그렇지 못하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수공 부담금액에 대해 전액 손실처리를 해야 하므로 수공은 천문학적인 회계상의 손실을 입게 된다’고 밝혔다. 부채비율이 320%에 이르게 되면 ‘수공의 신용등급이 하락해 신규 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 수공의 설명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은 “유형의 실물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상계처리하기 위해서는 무형자산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며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4대강 빚을 주관적이고 임의적으로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또 “수자원공사의 이 같은 회계처리에 대해 해당 공인회계법인, 그리고 기획재정부·감사원이 꼼꼼히 지적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충대충 넘어간 것도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