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의 눈]무능한 정권, 더 무능한 야당

7·30 재·보선은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번에도 야당이 질래야 질 수 없었던 선거였지만 유권자들은 박근혜 정부 심판보다 야당 심판을 우선하는 선택을 했다. 공천 다툼을 벌이느라 TV 카메라 앞에서 멱살잡이를 하고 있는 야당에 대한 혐오는 세월호도 덮고 인사 실패도 덮어버렸다. 이 정치적 참사의 책임을 지고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사퇴했다. 두 대표의 책임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참패의 최대 원인은 무엇보다 김·안이 주도한 공천 실패에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에 출마한 기동민을 느닷없이 동작 을에 공천하는 무리수로 파동을 낳았던 것, 권은희를 ‘광주의 딸’로 가두어버리며 여당 지지층의 결집 계기를 만들어주었던 것, 지도부가 던진 승부수들은 거꾸로 선거 판세를 뒤흔드는 대형 악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러 가지 정치적 계산이 개입된 공천과정이 바르고 균형 있는 판단을 흐려놓았던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체제가 단명으로 막을 내린 것은 지난 2012년 대선정국 이래로 유지되어 왔던 안철수 에너지가 사실상 소멸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새정치연합이 다시 2012년 민주당의 상황으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문제는 새정치연합 내의 대안적 리더십의 구축을 위한 선택지가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손학규 고문은 정계은퇴까지 해버렸고 김두관 전 지사도 낙선했다. 공천조차 못 받은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은 원외를 배회하고 있다. 당내로 눈을 돌리면 문재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구주류 그룹과 정세균 의원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안 되니 다시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돌려막기식 선택으로 가면 국민에게는 도로 민주당으로 인식될 것이 뻔하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야 하지만, 아직은 당위론일 뿐이다. 박원순 시장은 2017년이나 되어서나 변수가 될지 아닐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고. 야당 내 기득권을 누려왔던 486 등 다른 그룹들도 국민들로부터 그만한 신뢰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당 기간은 리더십의 공백 속에서 혼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더 어려운 것은 새정치연합의 문제가 단지 당 대표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구성원들은 다들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서로가 말하는 변화의 내용은 동상이몽이다. 그래서 노선의 문제도 단순히 ‘싸우는 야당’으로 가면 된다는 것 이상의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 그런 낡은 수준에 논의가 갇혀서는 안 되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권자들의 정서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 야당이 되어야 한다. 2012년 대선 패배가 던져준 숙제를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계파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서로의 잘못조차도 덮어버리며 의기투합하는 새누리당과는 정반대로, 서로의 약점을 확대 공격하며 상처를 입혀온 것이 야당 내부의 현실이다. 한 사람이 아쉬운 판에 남아날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바탕에는 뿌리깊은 계파주의가 자리하고 있음을 지켜보아 왔다.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결단이 없다면 새정치연합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질 자리조차 없을 것이다. 야당의 지리멸렬은 정권의 오만과 독주를 심화시키게 되어 있다. 새정치연합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자각하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과 실력을 갖추는 정당으로 변화하기 바란다.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야 할 야당이 그 이상으로 무능한 현실 그것을 지켜보아야 하는 참담한 마음들을 안다면 말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