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곡절 많은 ‘정보통신의 날’ 변천사

매년 4월 22일은 ‘정보통신의 날’이다. 우정인들이 130년간 지켜온 생일날이다. 그런데 기념행사는 4월 21일 열린다. 생일날 따로 잔칫날 따로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우정사업본부의 소속이 정보통신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바뀌면서 벌어진 일이다. 공교롭게도 4월 21일은 ‘과학의 날’. 미래부로서는 두 개의 국가기념일을 이틀 연속 주관할 수는 없는 일일 터, 두 행사를 통합해 여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우정인들의 눈으로 보면 ‘정보통신의 날’이 ‘과학의 날’에 흡수된 형국이다.

‘정보통신의 날’ 변천사는 우리나라 우정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유래는 고종 18년(1881년) 언저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에 파견됐다 돌아온 홍영식(洪英植) 등 신사유람단이 고종에게 개혁과제로 신식우편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고종은 이를 받아들여 1884년 4월 22일 우정총국(郵征總局)을 개설하라는 칙명을 내린다.

우리나라 근대적 우편업무의 발상지인 우정총국. 1884년 개설 축하연을 계기로 개화파들이 갑신정변을 일으킨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 앞쪽의 비는 1972년 건물을 전면 중수했다는 기념비. / 우정사업본부 제공

일제 암흑기와 군정을 거친 통신산업은 1948년 8월 15일 체신부를 탄생시킨다. 우정인들 사이에선 자연스럽게 ‘체신의 날’ 제정 이야기가 오갔다. 신식 우편제도를 실시한 날을 기념일로 하자는 데 모두 공감했다. 문제는 신식 우편제도가 실시된 날짜를 언제로 잡느냐였다. 우편과 전보 담당기관인 우정사(郵程司) 설치일(1882·12·4, 양력 1883·1·12), 고종의 우정총국 개설 칙령일(1884·3·27, 양력 4·22), 우정총국이 우편업무를 시작한 날(1884·10·1, 양력 11·18), 우정총국 청사 준공식 축하연 날(1884·10·17) 등 의견이 분분했다. 이 어지러운 논란을 당시 체신부 차관이던 최재호가 정리했다. “체신사업은 문명개화의 선구로서 사회 첨단에서 활동해야 할 사명이 있다. 이런 점에서 갑신정변으로 널리 알려진 12월 4일이 기념일로 타당하다.” 1956년의 일이다. 우정총국 낙성식을 계기로 갑신정변이 일어났고, 그 결과 우정총국이 폐지된 점 등을 감안하면 12월 4일은 적절한 택일은 아니었지만 당시엔 그 주장이 먹혔다. 그 때 이후 12월 4일이면 ‘체신의 날’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러다가 1973년부터 ‘체신의 날’은 4월 22일로 바뀐다. “12월 4일은 갑신정변으로 인해 우편사업이 중단된 제삿날이므로 우정총국이 실제로 개국한 날을 기념일로 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체신장관이 간부들을 소집해 이 문제를 토론에 부쳤다. 토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고종의 우정총국 개설 칙령일이 근대적 체신사업의 창시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기열<정보통신역사기행>)우정인들의 새로운 생일이 4월 22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1995년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개편되면서 ‘체신의 날’ 명칭도 ‘정보통신의 날’로 변경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정보통신의 날’은 별탈 없이 잘 지켜졌다.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수난이 시작됐다. 정통부가 해체되고 정보통신 업무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되면서 ‘정보통신의 날’까지 덩달아 방통위로 넘어간 것이다. 지식경제부 소속이 된 우정사업본부는 그 해 제대로 생일을 챙기지 못했고 이듬해부터는 방통위와 따로따로 행사를 치르는 등 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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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 올해도 어김없이 ‘정보통신의 날’을 맞은 우정인들의 마음 풍경은 어떨까. ‘과학의 날’에 맞춰 21일 과천종합청사에서 열리는 기념행사 공식 명칭은 ‘과학기술인·정보통신인 한마음대회’다. 이 행사에서 유공자 포상을 받는 사람은 100명인데 그 중에 우정사업본부 관련 포상자는 4명이다. 우정인들 입장에선 제 생일날 놔두고 졸지에 남의 생일상에 숟가락을 얹은 모양새다. 이참에 ‘우정총국이 실제로 업무를 시작한 날’을 진짜 생일로 삼는 건 어떨까.

<장정현 편집위원 jsal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