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오전 9시 말입니까? 아 여기 있네요.” 기자의 연락을 받은 경북 고령경찰서 상황실 관계자가 기록을 뒤졌다. 현장신고를 받고 순찰차가 출동했다. 현장 주변을 수색했지만, 빈 채로 주차되어 있는 차나 사람과 같은 ‘흔적’은 찾지 못했다. “거기 낚시꾼이 자주 오는 편입니다. 낚시꾼이 먹다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결론을 냈네요.”
지난 3월 28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낚시하러 간 친구가 보낸 사진이라고 올라온 사진. 투신자살자의 흔적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 slrclub
이날 오전, 한 유명 커뮤니티에서 ‘[긴급] 방금 낚시 간 친구가 보내준 사진인데.jpg’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 왔다. 뿌연 안개가 끼여 있는 나루터. 끝 부분에 소주병과 과자 부스러기, 컵과 담배, 라이터가 놓여 있는 사진이었다. 강 쪽의 난간은 부서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어두운 사연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누리꾼은 자살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신발 같은 것이 남아 있으면 확실히 자살이겠지만, 위에 거론한 유류품 이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것이 논란의 포인트다. 낚시터에서 ‘친구’가 보내온 사진은 여러 장이었다. 담배는 딱 두 개비가 비어 있었다. 재는 소주병 뚜껑에 턴 듯한데, 실제 핀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나무로 된 선착장 바로 밑이 그을린 것으로 보아 타고 남은 꽁초는 바람에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걸 근거로 자살자가 아니라 누군가를 ‘추모’하고 돌아간 흔적이라는 추정도 있었다.
다시 경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신고에 대한 처리는 앞서 밝힌 대로 ‘종결’되었다. “마침 지난 3월 말에 대구청에서 동거부부 실종사건이 있었어요. CCTV를 확인해 보니 우리 관내로 온 것이 확인되어 3월 31일 스쿠버 다이버들이 와서 뒤졌거든요.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뒤늦게 변사자의 시신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 않나. <어벤져스2> 촬영 장소인 한강에서 발견된 20대 시신의 주인공도 실종 2주 만에 나타난 것인데. “그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된다면 훨씬 하류겠지요. 보통 자살하는 사람들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살기 힘들다’와 비슷한 형태의 문자를 남깁니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하면 그 문자를 발신한 위치가 특정되거든요. 그런데 우리 쪽으로는 전국에서 신고가 접수된 것도 없어요. 그 정도의 ‘단서’로 남은 과자봉지나 소주병을 국과수에 보내 정밀조사할 일은 아닌 듯도 싶고….” 고령서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에 이곳에서 변사 관련으로 접수된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장소가 낚시꾼들에게 애용되긴 했지만, 딱히 자살 명소에 해당하는 곳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처음 글이 올라간 게시물엔 나중에 현장 사진을 찍어 경찰에 신고한 이의 현장상황 설명 댓글도 달려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재 댓글은 폐쇄되어 있는 상태다. 글을 읽어본 사람은 1만명이 넘는다. 그 뒤 소식이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찰의 결론은 이것이다. 혹시 나중에 하류에서 변사자가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자살로 추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 따라서 사건은 종결되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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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이 바뀌란 소리냐?
대통령 말씀에 또 답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