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겨울왕국 - 공주 초능력의 ‘부정적 외부효과’

디즈니가 만든 <겨울왕국>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0만명이 본 애니메이션이다. 주제가인 ‘Let it go’(이제 그만)도 수많은 가수들이 부르며 덩달아 열풍이 불었다. 아카데미는 이 영화에 가곡상과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여했다.

아렌델 왕국의 공주 엘사의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얼음이 된다. 엘사는 어릴 적 자신의 초능력 때문에 여동생 안나를 다치게 한다. 엘사는 그때부터 고립된 생활을 한다. 부모님이 불의의 사고로 죽자 엘사는 여왕이 된다. 대관식 날 드디어 엘사의 신비한 능력은 대중에게 공개되고, 엘사는 북쪽 산으로 도망친다. 아렌델 왕국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다. 안나는 언니를 찾아 북쪽 산으로 떠난다. 안나는 마침내 엘사를 만나지만 엘사가 뿌린 얼음이 뜻하지 않게 안나의 심장에 박힌다. 누군가의 ‘진정한 사랑의 행동’이 없다면 안나는 얼어버린다. 누가 이 마법을 풀 수 있을까.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자 은둔한다. 자신의 뜻과 달리 모든 것을 얼음으로 만드는 능력은 많은 사람들을 불행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경제학으로 설명하자면 엘사는 자신의 초능력의 ‘부정적 외부효과’가 너무 커서 고립을 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부정적 외부효과란 의도치 않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다. 반대로 의도치 않게 남에게 이득을 줬다면 긍정적 외부효과다. 영국 경제학자인 로널드 코스가 제기했다.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타인에게 좋거나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대가를 주고받은 것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리 됐다.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야기한 직접적인 결과가 아닌 일종의 부수효과를 통틀어 ‘외부효과’라 한다.

예를 들어 내수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로 하고 저가 자동차를 마구 만들었다. 얼마 뒤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맞았다. 그런데 점차 도심이 뿌옇게 변하더니 지독한 스모그가 발생했다. 저가 자동차 판매가 대기오염을 가져온 것이다. 저가 자동차 판매의 ‘부정적 외부효과’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방치하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량보다 과잉생산이 일어난다. 책임에 걸맞은 벌칙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모그 현상이 발생했지만 자동차 회사는 “정유공장과 화학공장, 제철소도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만큼 우리가 주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담금은 감면됐고, 자동차 회사는 계속해서 저가 차량을 생산했다. 차량의 판매량도 예전과 같았다. 만약 차량에 많은 부담금이 부과됐더라면 차량 가격이 올라가고, 그와 함께 차량 판매도 줄었을 것이다. 극심한 스모그를 겪는 사회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차량 판매 축소를 요구한다. 하지만 환경분담금이 부과되지 않아 차량 과잉판매 상태는 지속됐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시장 실패가 일어난다.

북쪽 산에 도착한 엘사는 얼음왕국을 짓고 혼자 살기로 한다. 그러면서 부르는 노래가 ‘let it go’다. 이제는 더 이상 남 눈치 보느라 자신의 능력을 감추며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자신으로 인해 피해받을 사람이 없으니 맘껏 살면 되는 게다.

영화 속 경제

부정적 외부효과를 치유하는 방법은 해당 행위를 하지 않거나 아예 피해자가 없는 지역으로 옮겨가서 행위를 하면 된다. 하지만 대개는 특정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이럴 때 정부 개입이 불가피해진다. 안나 공주가 엘사 여왕을 만나러 가는 것은 은둔 외 엘사 초능력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막을 묘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안나의 희생을 본 엘사는 ’사랑’의 감정이 자신의 능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엘사 초능력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막는 묘책은 사랑이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