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아무도 돌보지 않는 노동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스물두 살, 구미공단 노동자 유성우씨가 지난해 10월 죽었다. 전문대 학비도 벌고 집에도 보탬을 주고 싶었던 그는 다른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용역업체를 통해 ‘상시채용’ 공장노동자가 됐다. 그를 기다린 건 휴일도 없는 12시간 맞교대와 잔업 등 살인적인 노동이었다. 출근한 지 석 달, 이 가난한 청년노동자를 소모품처럼 부려먹고 죽음으로 내몬 용역업체는 문을 닫아버렸고 하청업체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아무 말이 없다.

2013년 6월. 유성우씨(22)는 몇 시간째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인터넷의 한 취업사이트에서 채용정보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경북 문경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유씨는 인근 지역의 한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지난해 군대를 다녀와 복학을 했고 이제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이었다.

졸업 이후의 미래는 선명하지 않았다. 이대로 졸업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려운 형편에 등록금만 축내는 건 아닐까. IMF 외환위기 때 아버지의 목재사업이 부도가 난 후 집안형편은 늘 어려웠다.

용역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 | 경향신문

빚을 진 채 경기도 성남에서 어머니 고향인 경북 문경으로 내려왔다. 문경에서 아버지는 막노동을 했고, 어머니는 식당을 했다. 지난봄에 아버지는 허리를 다쳤다. 아버지가 더는 일을 하지 못하면서 어머니 혼자 살림을 도맡았다.

“갈 데 없고 돈 없으니 모두 공장으로 몰려”
유씨 주변에는 인근 구미공단에서 공장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시급은 4860원. 최저 시급이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이 길어서 월말에 손에 쥐는 돈은 꽤 컸다.

보통 12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거기에 잔업, 특근 등이 더해지면 한 달에 2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벌었다. 아르바이트로는 벌 수 없는 큰 돈이었다. 유씨는 사무직보다는 기술을 배워 생산직에서 일하는 게 자신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왔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별로 못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돈을 벌 자신은 있었다. 1년 정도 공장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 집안에 보태고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기로 했다.

학교를 일찌감치 휴학하고 유씨보다 먼저 공장일을 시작한 친구 강민하씨(가명)는 공장일이 너무 고되다면서 “나처럼 자기 집에 아무것도 없고 그런 애들이 공장 와. 집에서 농사라도 크게 짓는다면 집에서 일을 하겠지. 갈 데는 없고 취업은 안 되고 돈은 없으니까 다들 공장으로 오는 거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그래도 성실함 하나만큼은 자신있었던 유씨는 잘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청업체선 한 명도 빈소 안 찾아
공단 내 일자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씨는 취업사이트에서 생산·기술직을 검색했다. ‘상시채용’이라고 되어 있는 채용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상시채용’은 한마디로 ‘마르지 않는 일자리’다.

일이 힘들어 사람이 쉽게 그만두는 일자리라는 의미다. 동시에 일감이 적은 시기에는 수시로 해고가 이루어지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강민하씨는 “‘상시채용’은 누구든 언제나 일할 수 있는 자리지만, 결코 오래 일하고 싶지 않은 자리다. 누군들 공장에서 평생 썩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생산직 중에서도 힘들어서 기피하고 싶어하는 게 ‘상시채용’이라는 것이다.

‘상시채용’에는 이주노동자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주로 일을 한다. 강민하씨는 “공장은 대졸 아니어도 몸만 굴리면 그만큼 돈을 주니까 고졸이나 대학 다니다 그만둔 친구들이 많이 한다. 사무직은 대졸 아니면 누가 자리를 주지를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채용정보에 나온‘상시채용’ 취업조건은 비슷비슷했다. ‘대기업 계열사 자회사’ ‘생산직 사원 채용’ ‘정직원’ ‘학력무관’ ‘연봉 2800만~3000만원’ ‘기숙사’. 유씨는 이런 회사들이 소위 ‘아웃소싱’이라 불리는 용역회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채용정보에는 ‘정직원’이라고 나와 있지만, 용역회사로 들어가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친구들 모두 이러한 경로로 공장일을 시작했고, 유씨도 이러한 경로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경로 외에는 다른 취업 경로를 접해보지 못했다.

유성우씨의 유족이 유성우씨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 조창훈 인턴기자

유씨는 ㈜티에스엔탑을 비롯한 몇몇 용역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얼마 후 ㈜티에스엔탑의 연락을 받았다. 면접 절차는 간단했다. 회사 사무실에 가서 얼굴을 한 번 보여준 정도가 전부였다.

용역회사는 구미공단에 있는 삼성협력업체인 ㈜장원테크에서 휴대폰케이스를 제조하는 일을 연결해줬다.

6월 20일 유씨는 그렇게 생애 첫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유씨의 첫 직장생활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유씨는 취업을 한 지 3개월 만인 10월 5일 공장 작업장 내 휴게실에서 사망했다.

유씨의 죽음은 갑작스러웠다. 야간조였던 유씨는 사망 전날인 10월 4일 저녁 8시30분 공장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계속 속이 불편했다. 소화제를 사 먹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불편함을 참아가며 새벽 근무를 계속했지만, 새벽 4시쯤이 되니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쉬어야 할 것 같아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에 들어간 유씨는 오전 6시45분쯤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곧 119 구급대에 연락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미상이었다. 유씨의 부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유씨의 빈소는 초라했다. 유씨의 친구들과 몇몇 직장 동료들이 빈소를 찾았지만, 회사를 대표해서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유씨의 어머니 정미숙씨는 “회사 사장이 빈소에 한 번 찾아오지를 않았다. 자기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애가 그렇게 갔는데도 어떻게 오지 않을 수가 있나. 소속 용역회사라는 티에스엔탑도 아들 담당관리자 한 명만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유씨 사건의 담당 노무사인 이경호 노무사는 “유성우씨가 용역회사 소속이기 때문에 하청업체에서는 본인들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산재를 신청하기 위해 회사 측에 유성우씨의 입사 이후 담당업무나 하루 일과 생산량 등 근무내역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영업 비밀이라 협조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유씨가 죽고 난 후 담당 용역회사인 티에스엔탑은 폐업을 했다. 이경호 노무사는 “용역회사 쪽에 근무내역 협조를 요청했더니 솔직하게 ‘불법파견’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우린 사실 사람만 보내기 때문에 유씨가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른다. 알아야 뭘 도와줄 수 있는데 원청인 장원테크에 직접 이야기하는 거 외에는 우리는 아는 게 없다’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유씨의 첫 직장생활은 출발부터 그랬다. 애매한 것 투성이였다. 유씨는 자신이 어디 소속인지, 상사가 누구인지, 동료가 누구인지를 몰랐다.

고 유성우씨의 이력서와 학교생활기록부. | 조창훈 인턴기자

소속 사업장은 용역업체인 ㈜)티에스엔탑이었으나 일하는 공장은 ㈜장원테크였고 작업반장도 장원테크 직원이었다. 월급은 용역업체인 티에스엔탑 명의로 나왔다. 장원테크에서 티에스엔탑에 월급을 보내면 티에스엔탑은 거기서 얼마의 금액을 뗀 뒤 유씨에게 보냈다. 유씨는 용역업체에서 얼마를 떼가는지 몰랐다.

얼굴을 익힌 동료들도 얼마 못가 금세 바뀌었다.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와 20대 청년이었는데 일이 힘들어 나가기도 했고, 회사에서 수시로 ‘인원정리’를 하기도 했다.

유씨가 입사한 후 얼마 안 돼 공장에 ‘인원정리’가 있었다. 원청에서 도급물량이 줄어 그에 비례해 인원을 정리한 것이다. 공장의 인원은 적게는 40명에서 많게는 80명까지 수시로 바뀌었다. 입사하자마자 갑자기 사람들이 해고되는 것을 본 유씨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 신준기씨(가명)는 “나는 처음에 성우가 베트남 이주노동자인 줄 알았다. 그럴 정도로 말을 안 했다. 나중에 내가 말을 걸어 이야기도 나누고 했는데 말을 안 한 이유를 물어봤더니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인원정리하는 거를 보고 일부러 말을 안 했다고 하더라. 친해지면 언제 또 어떻게 못보게 될지 모르니까 그랬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당 76시간 노동… 다른 공장도 비슷
공장일은 어땠을까. 마그네슘 제품을 트리밍이라고 불리는 기계에 올리고 에어를 밟고 단추를 누르고 제품을 빼는 작업을 무한반복하는 게 유씨의 일이었다. 일은 고됐다.

장원테크 측 관계자는 “일의 내용이 힘든 것은 아닌데 힘들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증언은 좀 달랐다. 매일 12시간을 꼬박 앉아 근무했고 쉬는 시간은 2~3시간 만에 10분 정도에 불과했다.

유씨와 함께 일한 이지영씨(가명)는 “장시간 앉아서 일하다 보면 허리와 어깨가 뭉치고 손가락과 다리가 아팠다. 일 끝나고 돌아와 자려고 누우면 다리가 아파 잘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2주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맞교대’였다. 주간에서 야간으로 바뀔 때 20시간을 내리 일했고, 야간에서 주간으로 바뀔 때는 16시간을 일했다. 유씨는 일에 몸을 구겨넣었다. 몸무게는 두 달 만에 5㎏이 빠졌다.

장원테크에서 4개월 남짓 일을 하다 그만둔 윤정수씨(가명)는 “장원테크를 그만둔 것은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서다. 요즘 이런 식으로 맞교대하는 공장은 많지 않다. 주야가 바뀔 때면 하루 정도를 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유씨가 사망하기 전달인 9월에는 맞교대가 세 번 있었다. 사망 직전 유씨의 1주간 실근로시간은 76시간이었다. 법정 최대 허용 근로시간인 52시간을 훌쩍 넘겼다. 휴일에도 쉬지 못했다. 9월 추석연휴에는 집에 가려고 했지만, 물량이 많은 때라 나와야 한다고 해서 집에 가지 못했다.

당시 유씨와 함께 일을 했던 최진호씨(가명)는 추석연휴 동안 집에 내려가 쉬게 해달라고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은 “9월은 물량이 많은 때라 나와야 한다”고 말했고 최씨는 못 나온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반장은 결국 추석연휴에 쉬려면 퇴사처리하겠다며 최씨를 해고했다. 장원테크 관계자는 법정근로시간 초과에 대해서는 “그건 국가가 정한 것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원청에서 도급물량이 줄어들 때 해고 1순위가 된다. 유씨와 같은 일을 한 양지현씨(가명)는 “트리밍 작업을 하루에 3000개 이상은 해야 반장 눈치가 안 보인다. 화장실 적게 가고 물 적게 마시다 보면 4000개 정도는 찍을 수 있겠지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 윤영미씨(가명)는 “하루는 제품을 바꿔 트리밍을 하는데 성우가 찍지는 않고 제품을 트리밍 기계에 계속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더라. 뭐 하냐고 물어 보니 빨리 칠 수 있게 감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었다. 실적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여기에 대한 압박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공장은 사정이 더 나을까. 그러나 법정근무시간 초과도, 불법파견도, 공단 내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관할당국에 의해 제대로 감독되지 않고 있어서다.

구미공단 내 하청업체에서 오래 일한 배진학씨(가명)는 “현장 근무자 생각에는 노동부가 오면 얘기도 하고 우리 이번에 잔업시간 많으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좀 되겠네 생각하지만, 벌써 언제 온다고 하면 그날 맞춰서 청소하고 마치 사장이 방문하듯이 다 짜고 온다.

감독관이 질문했을 때 ‘이렇게 얘기해라, 저렇게 얘기해라’ 뭐 이런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노무사는 “공단에는 이런 사업장이 많다. 만약 관리·감독을 제대로 한다면 이런 사업장은 아주 음성적으로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처벌을 할 경우 어느 회사든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고 항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유씨의 어머니는 “사람이 죽었는데 사용하던 소모품 하나 없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하다”고 말했다.

현재 구미공단에서 하청업체를 떠받들고 있는 주요 인력은 이주노동자와 20대 초반의 젊은 노동자들이다. 유씨 어머니는 “젊은 청춘들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조창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