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공안정부 ‘돌격대’ 그들은 누구인가

공무원노조를 검찰에 고발하고,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자유청년연합ㆍ공교육살리기ㆍ국민행동본부ㆍ교육선진화운동… 박근혜 정부의 행동대를 자청하고 나선 이들 보수우파단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냥 그 사람들은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고 본다. 우리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형평성이다. 이 사건은 애당초 성립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대변인의 말이다. 11월 14일 서울 남부지검은 공무원노조 웹서버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공무원노조 측은 휴대폰 쪽 관련 통신사 압수수색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공무원노조의 이른바 조직적 야당후보 지지 댓글 사건은 지난 10월 29일 자유청년연합이라는 단체의 고발로 시작됐다. 자유청년연합은 고발에 들어가면서 근거로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을 문제 삼았다.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당분간 합법적인 노조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11월 13일 서울 영등포구 전교조 사무실로 직원이 들어오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자유청년연합이 고발 기자회견 등에서 조직선거운동 근거로 주장한 글은 지금도 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남아 있다. “[투표방침] 기호 2번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 “문재인에게 투표하여 남북 공존·공영으로 나가자”는 제목의 글이다. 해당 글을 보면 게시한 주체가 누구인지 명시되어 있다. 12월 17일, 그러니까 지난해 대선 이틀 전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민권연대)가 남긴 글이다.

이 단체는 통일운동 출신 인사들이 결성한 재야단체다. 단체 이름으로 검색해 보면 대선 시기를 전후해서 여러 사회단체와 인터넷 게시판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고 있다. 특별한 로그인 없이 글을 올릴 수 있는 자유게시판 등에 올라온 저 단체의 게시글을 선거에 대한 조직적 개입 근거로 제시한다면 문제 삼을 단체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공무원노조일까.

진보단체 활동 걸핏하면 고소ㆍ고발
“결국 국정원이나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개입한 댓글사건에 대한 물 타기 아니겠습니까.” 김중남 공무원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국정원 직원 댓글사건 등에서 논란이 됐던 것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 ‘공무원’들의 정치개입 사건이니, 지난 대선 당시 정책협약까지 맺은 공무원노조의 조직적 지지 지원이 국정원 직원들이 특정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지지 반대 댓글을 남긴 것처럼, 공무원노조의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에서 시작된 수사라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정 대변인은 “정책협약은 선관위에 확인을 받아 적법하게 진행한 것이며, 실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도 선거철이 되면 모두 선관위가 엄중하게 감시한다”고 밝혔다. 실제 공무원노조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문재인’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경북 선관위 등의 요청으로 삭제된 흔적이 남아 있다.

계속되는 정 대변인의 말. “10월 29일 자유청년연합의 고발 이전에 공무원노조의 대선개입 이야기는 나온 적이 없다. 그런데 이틀 뒤 10월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자리에서 ‘앞으로 정부는 모든 선거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지침이 되었다. 11월 1일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공무원노조의 조직적 대선개입’ 발언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이때다’ 싶어 밀어붙인 것이다.” 11월 4일 서울남부지검은 공무원노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관련 보도를 보면 고발의 주체인 자유청년연합은 극우단체·보수단체 등의 수식어로 설명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이끌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한 소개는 찾기 어렵다. 자유청년연합이 결성된 시점은 이명박 정부 집권 시기인 2011년 3월. 대표는 장기정씨가 맡고 있다. 자유청년연합 이전에 그는 2004년 결성된 자유개척청년단(대표 최대집)이라는 단체의 부대표를 맡아 왔다.

자유청년개척단 부대표 시절인 지난 2005년 8월 15일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인공기 화형식’ 등을 주도했다. 장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사건 등을 통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전과 10범이 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작성된 자유개척청년단의 단체 소개를 보면 그는 ‘골퍼이며 과감한 추진력을 지녔다’고 소개되고 있다. 소개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의 친누나인 박수희 여사의 손녀 은주연씨가 이 단체의 조직차장을 맡고 있었다. 은씨는 현재 보수성향 매체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1인 단체·‘듣보잡 단체’들 수두룩
자유청년연합의 홈페이지 등에 올라온 활동 기록을 보면 대부분 장씨가 개입되어 있는 수많은 고소·고발건이 언급되어 있다. 자유청년연합 결성 직전에는 전교조 출범식장에서 다른 보수단체 회원들과 함께 전교조 교사들과 몸싸움을 벌여 맞고소를 했다. 2012년 7월에는 안랩이 V3 소스코드를 북으로 불법유출했다며 안철수 당시 안랩 대표를 고발했고, 고발건이 기사화된 이후에는 비판 댓글을 단 누리꾼 52명에 대한 고소·고발도 진행했다.

“국정원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우익단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내용을 잘 알고 시기 시기 적절하게 움직여주고 있다. 물론 의혹에 불과하다. 실제 금전적 거래 여부를 파악하려면 통장을 열어봐야 하는데, 그건 사법권을 가진 수사기관만이 가능한 것 아니냐.”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의 말이다.

11월 13일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처분 통보 효력정지’ 요청을 인용했다. 고용노동부의 통보에 따라 진행되던 전교조 법외노조화 작업은 3개월 동안 유보됐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고용노동부가 꺼내든 카드이지만, 이 역시 보수단체들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일이었다.

11월 8일 오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수사관들이 경기도 고양에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홈페이지 서버 관리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중 저녁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기 위해 잠시 수색을 멈추고 나오고 있다. 압수수색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는 보수단체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 김기남 기자

“(보수단체들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요구는) 4~5년 되었다. 지난 정권(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 면담 요청도 하고 지난해 3월에는 장관과 담당 국장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고 감사원에 감사청구도 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바뀐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도 만약 전교조에 법외노조화 통보를 하지 않으면 역시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 이희범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이하 공교육살리기) 사무총장의 말이다.

공교육살리기, 국민행동본부, 교육선진화운동 등의 단체는 지난 2월 20일 박근혜 정부 출범 시기에 맞춰 ‘전교조추방범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단체를 결성하면서 제1항으로 내세운 것이 노조 설립 신고서의 반려였다. 단체들의 시각으로는 고용노동부가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단체의 대표는 이경자씨가 맡고 있다.

학부모단체 인간실현학부모연대의 사무국장 출신인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선거기구인 국민행복추진단의 교육부분 조직인 행복한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을 역임했다. 이희범 사무총장은 한국논단 편집장(1990년)을 역임한 뒤, 개인사업을 하다가 지난 2010년부터 공교육살리기 단체에 합류했다.

법외노조화 효력정지 판정이 나자 공교육살리기 등의 단체는 해당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담당 재판부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총장은 “사법부가 진영논리에 몰입해 오히려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애국운동’ 차원에서 사법개혁 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에 자리잡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의 사무실에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대한민국감사국민위원회라는 단체 이름이 병기되어 있다.

“사실 보수를 표방하는 학부모나 교육운동 단체 중 제대로 된 단체들은 별로 없다. 공교육살리기는 그나마 큰 단체이지만, 나머지 단체들은 사무실이라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 보라. 대부분 1인 시민단체들이다.” 이들의 활동을 잘 안다는 중도성향 학부모 단체 대표의 말이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 자격 미달의 보수교육시민단체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를 제외하고 기존에 존재하던 교육운동단체는 참교육학부모회나 사교육없는세상 등 진보좌파 단체들이 주를 이뤘다. 진보정권 시절에 교육 쪽에서 이른바 거버넌스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만들어진 교육 관련 각종 위원회의 머릿수를 채워넣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존 보수단체 사람들이 하나씩 다 비슷비슷한 교육단체들을 만들어 대표 자격으로 정부위원회로 들어갔다.” 참교육학부모회 등의 ‘진보성격’ 단체가 배제되면서 그 빈 자리가 자연스럽게 ‘보수우파단체’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진보성격 단체와 거리를 두던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등의 단체에서 제명된 인사들, 뉴라이트 여성연합 대표 등이 급조된 보수우파 교육단체의 대표로 세워졌다. 그도 보수단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사전 기획된 시나리오의 혐의를 벗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등이 명예훼손 소송을 통해서 거액의 배상금을 보수시민단체 대표 등에게 물렸는데, 사무실도 제대로 없는 단체가 그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활동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국정원 등서 재정적 지원 의혹”
그러나 눈에 띄는 방식으로 지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수단체 활동가는 “설사 국정원이 지원하더라도 머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계좌에 직접 입금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게 지원할 이유가 없다”며 “단체 사무실에 자신이 국정원이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라고 찾아오는 인사들은 많지만 그 사람들이 실제 정보기관에 근무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교육살리기의 이희범 총장도 “경찰 정보관 등이 찾아와 활동에 대해 문의하기는 하지만 만약 국정원이 어수룩하게 민간단체에 돈을 대주면 금방 소문이 날 텐데 그런 식의 재정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의 보수단체 관계자는 재정과 관련, “좌파단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애국활동을 지지하는 독지가의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1년 결성돼 창립 12년째인 학사모의 고진광 공동대표는 “교육운동 단체의 경우 특히 사학을 소유하고 있는 대형교회 등으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그 운동의 진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화 추진에 대해서도 “전교조의 과(過)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나서서 분란을 일으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나 학생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가 지나친 것이 사실”이라고 보수단체들과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한편, 공무원노조 서버 압수수색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남부지검 형사6부 황현덕 부장검사는 11월 14일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볼 때 수사 형평성 문제 등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이 고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며, 이 시점에 들어왔으니 수사에 착수한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발 내용이 알려진 것처럼 게시판에 올라온 글 몇 건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막 압수수색을 끝냈으니 수사가 얼마나 걸릴지는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노조를 고발한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주간경향>의 취재 요청에 대해 “경향과는 인터뷰할 마음이 전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