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천안함 프로젝트 - 정부는 반드시 국민의 이익만을 위할까?

“의심이라는 것은 소통의 출발이다.”(김성환·철학자)
백승우 감독의 ‘천안함 프로젝트’가 던지는 메시지는 ‘소통’이다. “아빠, 나 다리밑에서 주워왔어?”라고 묻는 어린이에게 “그걸 알아서 뭘해”라고 답할 것인가, “넌 엄마아빠한테서 태어났다”며 다음 대화를 이어갈 것인가, 영화는 그것을 묻고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26일 침몰한 해군 초계함 ‘PCC-772천안’호의 이야기다. 정부는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고 종결지었지만 그럼에도 ‘이상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천안함이 정말 어뢰를 맞은 것인지, 암초에 걸린 것인지, 혹은 적의 잠수함 공격에 의한 것인지 ‘합리적인 의심’을 풀어보자는 것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용산참사를 담은 <두개의 문>, 맛집의 비밀을 폭로한 <트루맛쇼>, 쌍용차 파업을 담은 <당신과 나의 전쟁>과 똑같은 구조다. 하지만 이들과 비교해보자면 취재 깊이가 떨어진다. 정부나 군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속 경제]천안함 프로젝트 - 정부는 반드시 국민의 이익만을 위할까?

감독이 불성실했다기보다 그만큼 반대쪽의 의견을 듣기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도 단 두 사람이다.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 교수, 해양구조 및 선박인양 전문가인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이종인 대표다. 통제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된 까닭이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제작자가 더 관심을 끈다. 정지영 감독이 제작자다. 정 감독은 월남전 참전 군인들의 뒷얘기를 담은 ‘하얀전쟁’, 법정의 불통을 담은 ‘부러진 화살’, 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남영동 고문을 담은 ‘남영동 1985’를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 1만명을 넘어섰다. 정부와 국민들 간 의견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생각이 반드시 국민의 생각과 일치할까. 경제학에서는 정부와 국민 간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주라면, 정부는 대리인이다. 국민들은 국가가 잘되기 위한 결정을 대리인인 정부에게 맡긴다. 문제는 정부가 반드시 국민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할 것이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도 정부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라면 청와대와 군, 미군과 한국군, 여와 야 등의 이해집단이 생긴다. 국민은 정부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

국민이 가진 정보와 정부가 가진 정보의 양이 다른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제기한 의혹처럼 천안함 침몰 직후 왜 군이 곧바로 구조작업에 나서지 않았는지, 천안함 선미와 후미 침몰 지역에 설치한 부표 외 제3의 지역에 설치한 부표의 정체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민간은 알 길이 없다.

천안함 사태 발생 직후 지방선거가 있었다. 사건 초기 북한에 대해 신중 모드이던 정부가 돌연 강경 모드로 전환한다. 천안함 사태를 선거에 악용하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권을 잡은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선거 승리)을 위해 행동할 개연성이 다분했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기업지배구조 연구의 핵심이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에서는 주주에 의해 고용된 경영인들이 기업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경향이 있더라는 것이다.

영화 속 경제

주인-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주인이 대리인을 감시할 수 있다. 국가와 국민 간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이 ‘정보공개’, 즉 ‘소통’이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긴다. ‘주인-대리인 문제’로 발생하는 혼란(비용)을 대리인 비용이라 부른다. 2008년 촛불집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대한민국은 엄청난 대리인 비용을 썼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 우리 사회는 아직도 대리인 비용(정부 불신)을 지출하고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