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갈 기세.” 8월 하순, 인터넷 각 게시판에서 주목받은 영상이 있다. 영상의 주인공은 한 소녀다. 복음성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그냥 몸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다.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다. 가히 문자 그대로 신들린 모습이다. ‘날아갈 기세’라고 누리꾼이 평한 건 화제가 된 영상의 1분 8초쯤과 45초쯤 그녀가 선보이는 독수리 자세의 춤이다. 양팔을 쫙 벌리고 격렬하게 헤드뱅잉을 한다. 록음악이 아니라 찬송가에 맞춰 흔들기에 더 이색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 소녀의 춤 영상이 처음 인터넷에 퍼진 것은 1년 전 무렵부터다. ‘교회누나’ 또는 ‘교회동생’이라는 제목이다. 실제 이름은 이다현양이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H기도원에서 열린 부흥집회를 찍은 영상이다. 소녀의 ‘춤’이 화제를 모으자, 팬 카페도 생겼다. 포털 네이버에 8월 21일 개설된 ‘H기도원 이다현 팬 카페’의 회원 수는 8월 23일 현재 81명. 그런데 카페 개설 초기인지, 이양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보니 온갖 ‘설’이 나온다. “대학교 댄스동아리 학생인데 학비를 벌기 위해 교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H기도원이 이단인데, 어린 청소년들을 데려다가 집에도 보내지 않고 격리시켜놓고 춤 연습을 시킨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누리꾼의 화제를 모은 찬송가 독수리춤의 주인공 이다현양. 현재는 연예기획사 소속의 연습생이다. | rgrong
인터넷에 보면 H기도원이 이단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김성국 한국종교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은 “H기도원의 경우, 과거 우울증을 앓고 있던 할머니가 강남의 집을 담보받아 헌금을 했는데, 할머니의 가족들이 문제를 삼자 H기도원 측은 ’기부금으로 받은 것이며 차량 기름값 등으로 이미 지출해 돌려줄 수 없다’고 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교계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H기도원은 사실 1970년대 신유·은사 철야기도·부흥집회로 유명했던 곳이다. 한 교계 관계자는 “지금 내로라하는 유명 목사 중에 그 기도원에 안 다녀온 분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심령집회·부흥회의 열기가 한풀 꺾이고, 당시 유명했던 목사가 소천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세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현재는 아들인 이모 목사가 이끌고 있다. ‘파워 댄스’는 아들인 이모 목사가 개발한 찬양이라는 설명이다.
수소문 끝에 이다현양의 어머니 한기옥씨(42)와 통화할 수 있었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한다. 1998년생이니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맞다. 교회는 다니지만 현재는 파워댄스를 통한 ‘몸 찬양’을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퍼져 있는 동영상은 다현이가 2년 전에 췄던 춤”이라고 한씨는 밝혔다. 이양은 현재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연습생 신분이다.
“다현이도 요즘 댓글 달린 거 다 읽고 있어요. 예쁘다는 등의 말을 들을 때는 기쁘지만, 이단이라든지 감금한 것이 아니냐 등의 악플을 볼 때는 당연히 속상하죠.” 남는 문제. 기부금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H기도원을 이단으로 볼 수 있을까. 하방익 기독교 이단대책협의회 이단전문연구위원은 “한국 기독교에 여전히 신비주의나 기복적인 요소가 많아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H기도원이 이단이라는 제보를 받거나 공식적으로 그런 규정을 내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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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