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의 중요성’. 8월 9일쯤부터 전 세계에서 논란이 된 한국 발 이슈다. 논란의 발단은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이다. 한 여성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각도의 중요성”이라고 말한 다음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턱을 딱 붙이고 눈도 부라린다. 그런데 카메라의 위치가 아래에서 위로 변하면 이 여성의 턱살도 사라지고 순식간에 미모의 여성으로 변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은 순식간에 55만회 조회수를 찍으며 실시간 1위를 기록했다. 급기야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온라인판 톱 뉴스로 ‘Importance of Angle’, 다시 말해 ‘각도의 중요성’ 유튜브 영상을 다루면서 논란은 확산되었다.
논란을 살펴보면 해외나 국내나 비슷하다. 가장 많이 나온 의혹은 동영상 속 인물이 동일 인물이 맞냐는 것. 한 국 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분석 글에 따르면 카메라의 각도가 변하면서 살짝 프레임이 튈 때가 있는데 그때 ‘인물 바꿔치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외국에서의 토론도 ‘fake’, 즉 가짜로 만든 동영상이 아니냐는 주장을 둘러싸고 진행되었다. 의혹은 유튜브에 올라온 최초의 동영상이 삭제되면서 증폭되었다. 데일리메일 보도를 받아 국내 인터넷 언론도 ‘각도의 중요성’ 화제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동영상의 주인공은 ‘한국 여성’이라고만 표기될 뿐이었다.
8월 중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각도의 중요성’ 동영상. 동영상의 주인공은 한소희씨다. | 유튜브
몇몇 단서로 동영상 속 여성을 추적했다. 결국 성공.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한소희씨다. 한씨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유튜브 동영상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영상도 남아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오간 대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해보면 한씨는 지난 7월 말 ‘화성인 바이러스’에 ‘여자 정준하’라는 콘셉트로 출연도 했다. 그러니까 연예인 지망생이 한 번 떠보기 위해 올린 것? 한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취재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서 이뤄졌다. 첫 반응. “드릴 말씀이 없는데… 기사 안 쓰시면 안 되나요?” 의외의 반응이다.
한씨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의문은 곧 풀렸다. 한씨는 “취업을 목표로 학원에 다니는 21살의 평범한 여성”이라고 말했다. ‘각도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지만, 막상 한씨는 관련 소식을 친구들을 통해서만 전해 들었다. 유튜브 영상은 왜 삭제했을까. “그거 제가 올린 것 아니거든요. 누가 제 동의 없이 페북 동영상을 퍼가서 올린 겁니다. 그래서 역시 친구를 통해 지워달라고 요청했어요.” 기사화를 원치 않은 것은 “혹시 누가 비난할까봐 두려워서”다. 그런데 어차피 벌써 수천 건의 기사가 나왔다. 한씨로부터 기사화 동의를 받고 계속 물었다. 그렇다면 학원은 연기나 모델 학원? “아, 웹디자인 학원이에요.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것은 아는 지인의 소개로 한 것이고.”
한씨에 따르면 ‘각도의 중요성’은 그가 최초가 아니다. 한씨는 “페이스북에서 한창 유행이어서 한 번 따라 해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씨의 ‘각도의 중요성’이 히트를 친 것은 워낙 드라마틱한 얼굴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취재 결과, ‘각도의 중요성’ 동영상의 주인공은 21살의 평범한 여성이 찍은 것이었다. 2013년 8월의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 재미있었던 추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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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