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구라 베젤, 신화(?)는 계속 된다

8월 8일, LG전자의 야심작 G2폰이 공개되었다. LG전자가 전 세계에 내놓은 첫 LTE-A폰이다. 미국 뉴욕에서 8얼 7일, 그러니까 한국시간으로 8월 8일 심야에 열린 ‘LG G2데이’ 행사는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행사를 본 한 누리꾼의 평. “삼성이 아몰레드 못버리는 것처럼, 팬택이 자사홈 화면 못버리는 것처럼, 엘지도 □□□□ 못버리는군요.” □□□□에 들어갈 답은? 구라 베젤이다. 구라 베젤은 업계 정식 용어가 아니다. 속어로 거짓, 가짜를 뜻하는 구라와 스마트폰 화면과 본체 사이의 테두리를 말하는 베젤을 더한 것이다.

누리꾼이 ‘구라 베젤’의 증거로 제시하는 사진은 LG전자 홈페이지의 G2폰 온라인 홍보문구. 애초에 LG전자 측이 사용한 문구는 다음과 같다. “국내 최소 두께의 베젤/전면부 베젤 두께를 2.65㎜로 줄여 미니멀리즘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그런데 약 4시간 뒤 이 문구는 이렇게 바뀌었다. “2.65㎜ 두께의 측면 베젤/전면부 베젤 두께를 2.65㎜로 줄여 미니멀리즘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애초 사용되었던 ‘국내 최소 두께’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이다. 왜일까. 이미 기존 발매된 타사 제품 중 그 수치보다 더 낮은 수치가 있기 때문이다. 팬택사 베가 아이언의 베젤 두께는 2.44㎜이다. ‘국내 최소 두께’라는 타이틀은 넘겨야 한다.

누리꾼이 증거로 제시한 G2폰 웹 홍보문구의 변경 전후 사진. | 베스티즈

LG전자의 휴대폰이 소위 ‘구라 베젤’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출시한 LG옵티머스G프로 폰의 경우도 같은 비난을 받았다. 최소화한 베젤이라고 선전했던 옵티머스G프로의 실제 제품을 받아보니, 광고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약 1㎜ 두께의 검은색 테두리가 더 있더라는 것. 그러니까 광고용으로 사용된 이미지 속에선 ‘포샵질’을 통해 베젤 크기를 줄였다는 것이다.

누리꾼에 따르면 LG전자 ‘구라 베젤’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베스티즈 게시판에 올라온 ‘LG전자 마케팅팀의 능력’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LG전자의 55인치 OLED TV, IPS모니터, 그리고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광고이미지와 현실의 ‘베젤’이 달랐다는 것을 비교해서 보여주고 있다.

테두리 두께에 대한 LG전자 측의 ‘집착’은 2009년에도 구설수에 오른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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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에 대해 LG전자 측은 어떻게 말할까. LG전자 홍보팀 관계자와 통화했다. “우리가 고의적으로 그럴 리는 만무하고….” 내부적으로 검수작업을 하다 다른 회사 제품 중 베젤이 더 얇은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자체적으로 수정한 것이지, 누리꾼 지적으로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위 ‘구라 베젤’ 논란과 관련, 이 관계자는 “(광고이미지 조작 논란은) 관례적으로 디자인 선에서 그렇게 표시하는 것이며, 그건 경쟁사도 마찬가지”라며 “베젤 사이즈에 대해 LG전자가 유달리 ‘집착’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고, 이번 건도 단순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어찌됐든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구라 베젤’의 신화는 이번 G2폰에서도 불가피하게 계속 이어졌다. 다음 제품을 내놓을 때는 보다 주의를 기울이시기를. 건투를 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