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미나문방구 - 무료 혹은 덤으로 수익 올리는 ‘공짜경제’

학교 앞 문방구에 없는 게 없었다. 선생님이 갖고 오라던 준비물은 물론이고 만화책, 야구공, 인형, 장난감, 딱지, 심지어는 전자오락기도 있었다. 군것질거리도 많았다. 군것질거리는 규격화된 상품이 아니었던지 지역마다 달리 불려지기도 했다. 설탕을 녹인 뒤 소다를 섞어 만든 딱딱한 먹을거리를 서울에서는 ‘달고나’라 불렀지만 경상도에서는 ‘쪽자’나 ‘똥과자’라고 불렀다. 구공탄에 구워 먹던 쫀득이도 지역마다 명칭이 조금씩 달랐다. 아이들에게 문방구는 모든 수업 준비물이 비치된 만물상이면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놀이터이기도 했다.

정익환 감독의 <미나문방구>는 이런 ‘학교 앞 문방구’의 추억을 담고 있다. 문방구는 대형 팬시점이 등장하면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이 되고 있다. 강미나(최강희분)는 경기도 세정과 소속 공무원이다. 재산세 등 세금을 내지 않은 체납자들을 찾아다니며 세금을 받아내는 역할이다. 아빠는 어릴 때부터 ‘미나문방구’를 운영했다. 미나는 그런 문방구가 너무 싫었다. 친구들에게 ‘(문)방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 때문이었다. 몸이 아픈 아빠를 대신해 미나는 문방구를 잠시 운영하게 된다. 미나 머릿속에는 온통 문방구를 팔 생각밖에 없다. 그런데 빨리, 제값을 받고 팔려면 ‘손님’이 많아야 한단다. 아이들을 쫓아내던 미나가 돌변한다. 지금부터는 유치작전에 들어선다. 아이들은 ‘미나문방구’를 다시 찾게 될까.

[영화 속 경제]미나문방구 - 무료 혹은 덤으로 수익 올리는 ‘공짜경제’

미나는 아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마케팅을 다 동원한다. 1개를 사면 3개를 더주는 ‘1+3’ 대박세일 행사를 하고, 팽이 치기·지우개 따먹기·고무줄 뛰기·책받침 깨먹기 등 옛날 놀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 또 평상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은 장기 등 각종 놀이를 한다.

미나의 이런 마케팅을 ‘공짜경제’(Freeconomics=Free+Economics)라 부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 혹은 매우 싸게 제공한 뒤 시장의 관심이나 명성, 많은 소비자를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2008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주창한 개념이다.

질레트는 면도기를 싸게 팔되 면도날을 비싸게 팔아 수익을 얻는다. 이미 100년 된 마케팅이다. 엡손, 제록스 등은 프린터나 복사기를 싸게 팔거나 대여한 뒤 토너나 잉크카트리지를 비싸게 받는다. 웅진코웨이가 바람을 일으켰던 정수기 렌털사업도 비슷하다. 정수기를 싼 값에 빌려준 뒤 매달 관리비로 수익을 창출했다. 한때 광풍이 불었던 무가지는 무료로 신문을 주는 대신 많은 부수 발행으로 높아진 광고비에서 수익원을 찾았다.

논란이 많은 스마트폰 보조금도 공짜경제다. 이동통신사는 보조금을 지급해 스마트폰을 저가에 사게 한 뒤 통신요금과 부가서비스 요금으로 매출을 올린다. 계약기간을 2년으로 설정하는 것은 소비자가 이 정도만 사용하면 해당 통신사가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소는 ‘공짜경제 시대가 오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공짜경제는 4가지 특징을 가진 산업에서 잘 발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력한 대체재가 나타났거나 제품 범용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산업, 공정비가 크고 한계비용이 적은 산업, 시장이 크고 성숙됐거나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산업, 산업간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분야 등이다.

영화 속 경제

미나는 팽이 치기, 지우개 따먹기, 고무줄 뛰기, 책받침 깨먹기 등을 아이들에게 ‘공짜’로 가르쳐준다. 아이들이 팽이와 지우개, 고무줄, 책받침을 사도록 하기 위해서다. 평상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평상 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요구르트, 음료수, 라면 등을 시켜먹는다. 미나가 하는 ‘1+3’이라는 초대박 세일은 흔히 ‘덤 마케팅’이라 불린다. 이 역시 무료상품을 미끼로 매출을 올리는 공짜경제의 일종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