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캐나다 국방부 장관의 UFO/외계인 폭로?

“속보! 캐나다 국방부 장관의 UFO 외계인 폭로!” 지난 6월 말께부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영상 제목이다. 전형적인 반응은 이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굉장히 중요한 이슈인데 왜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검증해봤다. 동영상에 나오는 폴 헬너가 캐나다 국방장관을 역임한 것은 사실이다. 1963년에. 그런데 궁금하다. 50년 전 국방장관이었으면 현재 나이는? 위키피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1923년생이니 올해 89세다. 연설 내용을 보면 그를 현 국방장관으로 오해(?)토록 하는 것엔 그의 책임도 없지 않다. “G8 정상 국가의 내각 임원 중에서는 최초로”라는 표현을 그는 쓴다. “과거 내각 임원을 경험했던 인사로서” 등의 표현을 하는 것이 옳다. 그의 발언 중에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캐나다 국방장관이 UFO/외계인의 실존을 인정했다는 내용의 인터넷 동영상.

동영상 녹화 연설에서 그는 자신이 국방장관 재임 시절(그러니까 1960년대에) 관련 보고서를 받은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고, 약 10년 전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힌다. 그런데 앞의 위키피디아는 그의 다채로운 정치경력과 함께 그가 갖고 있는 특별한 관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1967년 6월 3일, 알버타주의 세인트 폴이라는 곳에 마련된 ‘UFO 착륙장’ 준공식에 참석한다. 세인트 폴의 UFO 착륙장은 실제 UFO가 내렸던 곳이 아니라 UFO 신봉자들이 UFO 비행장 같은 것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연설에서 그는 “1960년대 UFO가 나토가 방위하는 공중에 출현해 공군기들이 격추시키기 위해 출동한 적이 있고, 이것을 계기로 많은 보고서들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한다. “그 보고서들의 결론은 지난 수천년간 4개의 다른 외계종족이 지구를 방문했다는 것이었다.” 정말일까. 그는 또 다른 주장을 내놓는데, “지금도 살아 있는 ET가 지구상에 있고, 최소 2개의 외계인 종족이 미국과 협력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설을 면밀히 들어보면 그 2개의 외계인 종족은 ‘그레이’와 ‘탈 화이트’다. 그런데 이건 유명한 이야기다. 네바다의 ‘에어리어 53’에 거주하는 탈 화이트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넷에 널렸다. 폴 헬너는 폴라 해리스라는 한 사진작가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그는 그 주제로 책을 써낸 인물이다. 말하자면, 폴 헬너의 ‘지구 거주 외계인 종족 실존’ 주장은 그가 국방장관 재직 시절 얻은 고급정보로부터 나온 주장이 아니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대중도서의 저자 주장에 그가 ‘동의한다’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동영상 속 행사는 지난 4월 29일 워싱턴DC의 내셔널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것이다. 패러다임리서치그룹(PRG)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디스클로저 시민청문회’(Citizen Hearing on Disclosure)라는 행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행사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얼핏 봐서는 증인도 있고 선언문도 채택하는 진짜 청문회처럼 보여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참석한 저명인사들에게는 평균적으로 2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2249만원의 ‘거마비’가 주어졌다. 폴 헬너가 얼마를 받고 참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