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8년의 ‘촛불 청소년’]촛불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참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지속적 추적 힘들어 연구 난관에

2008년 촛불집회는 청소년들의 참여가 특히 많았던 독특한 사건이었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와 3명의 연구자들(김선업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 교수, 이해진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연구실장, 이철 고려대 사회학과 박사수료)은 2008년 5월부터 이 독특함에 주목했다. 이들은 촛불의 경험이 청소년 참가자들의 생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연구했다. 2008년 6월과 9월, 2009년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촛불집회 참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실시됐고, 연구 결과는 논문의 형식으로 발표됐다.

“연락 닿는 학생 10명으로 줄어”
2000년대 초반에도 386세대를 대상으로 민주화운동이 이들의 정치·사회 의식에 준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된 적은 있지만, 세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통해 의식의 변화를 관찰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이었다. 2010년 논문에서 연구팀은 “5년 후, 10년 후 변화를 분석하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3년 넘게 새로운 연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2011년 여름에 연구팀과 설문조사 응답자 몇 명이 간담회를 가지긴 했지만, 간담회의 결과는 후속 연구로 이어지지 못했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나온 청소년들의 모습. | 김영민 기자

김철규 교수는 “애초에 조사대상의 숫자를 너무 적게 잡았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1차 조사 당시 연구팀은 중·고등학생 333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70%가 여학생이었다. 김 교수는 “처음부터 600명 이상의 응답자를 확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1차 조사 이후 333명 응답자 전원에게 전화, 문자, 이메일을 보내 이후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했다. 일부 응답자와는 심층면접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2·3차 조사 때는 1차 응답자의 3분의 1에 불과한 112명만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김 교수는 “점점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이 많아졌다. 112명만 가지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조사 결과를 낼 순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이해진 박사는 “3차 추적조사 이후 연락이 닿는 학생이 10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 정도만 가지고는 흐름을 파악할 수가 없다. 지속적인 패널데이터 관리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연구비도 문제였다. 김철규 교수팀은 1차 조사 때 1000만원이 넘는 연구비를 사용했다. 하지만 대학이나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진 못했다. 대신 1·2차 조사 때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서 3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한겨레21 기자가 심층면담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연구비를 지원받을 만한 곳이 딱히 없어서 연구팀 사람들끼리 갹출로 연구비를 마련했다. 설문조사 패널 연락은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연구를 지속할 연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기본적인 연구비와 연구인원이 없는 상황에서 연구자들의 관심만으로 계속 끌고가기가 벅찼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수는 어떻게든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생애사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심층면접이나 집단토론을 통해 촛불 학생들이 대학 졸업 이후 사회생활을 할 때까지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는 1960~70년대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성장했는지 연구한 결과물들이 있다”며 “우리의 연구 성과가 쌓인다면 2008년 촛불집회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