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흡연방 1시간 1000원 PC 사용 무료.” 7월 22일, 인터넷을 달군 사진 속 현수막 문구다. 지난 6월 기자는 이 코너에서 “PC방 전면금연 대응 ‘흡연방’, 가능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주간경향 1031호, 언더그라운드.넷 코너 참조) 6월 8일부터 시행되는 ‘PC방 전면금연’을 알리는 기사 댓글에서 한 누리꾼이 내놓은 ‘대응’ 아이디어가 실현가능한 이야기인지를 검증해본 기사였다. 금연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아이디어는 기발했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다.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던 ‘흡연방’ 현수막. 인천 부평의 한 PC방 주인이 흡연실 설치를 농담으로 게시한 것이었다. | 트위터
사진 속의 PC방은 인천 부평에 자리잡고 있다. 2주 전에 오픈한 가게다. 주인은 장호원씨(34). 재미있을 것 같아 현수막을 제작했다. 진짜 이름은 따로 있다. ‘이런 P씨방’이다. 간판 옆 유리창에 장난으로 내건 현수막이 그렇게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다.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 뭐라고 해 발칵 뒤집혔대요. 혹시 이상한 영업을 하는지 보건소에서 직접 나와 보고 갔습니다.”
주인 장씨가 말한 ‘흡연방’은 건물 내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현수막을 내건 내용은 말하자면 흡연실을 마련한 것을 두고 살짝 비틀어 농담한 것이었다.
7월 24일, 사태는 더욱 커졌다. 언론들이 잇따라 ‘흡연방’의 출현을 보도했다. 두 개 언론사는 장씨의 PC방을 직접 방문해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정색하고 달려온 기자들에게 장씨의 ‘농담’은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장씨는 “몇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흡연방’이 생겼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왔습니다. 보건복지부 규정은 다 지켰어요. 별도의 흡연시설을 만들었고, 금연안내 포스터도 눈에 잘 띄는 데 붙였고.” 급기야 7월 25일,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관할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PC방 등록업소에서 ‘흡연방’ 명칭 사용은 처벌 대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까지 냈다.
장씨의 경우, 간판이 따로 있고 농담으로 현수막을 붙였는데, 역시 처벌 대상일까. 문화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플래카드를 걸어서 ‘흡연실을 설치했습니다’라고 한다면 처벌되지 않지만, 상호로 착각하게 하는 경우 명칭 시설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광부의 보도자료에 대해 누리꾼은 “‘흡연방’ 대신 ‘끽연방’, ‘시가방’, ‘끽연문화연구소’ 등의 명칭을 쓰면 되겠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광부 관계자의 답은? 조금 당황해하는 눈치다.
“그렇게 쓴다면…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시·군·구청에 그렇게 등록한다는 것인데, 그런 명칭을 쓰지 않도록 계도한다든지 행정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흡연방 소동’의 주인공 장씨에게는 그 후 무슨 일이 생겼을까. 구 보건소에서 흡연실에 붙어 있던 ‘흡연방’ 명패의 ‘방’자 위에 ‘실’자를 덧씌우는 스티커를 준비해와 군소리 없이 붙였다. “현수막은 걷었어요. 홍보라도 되었으면 좋겠는데, 손님이 딱히 늘지는 않았고….” 7월 말, 일주일간 벌어졌던 흡연방 소동의 전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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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