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투명 물주머니, 파리 퇴치 효과 있을까

푹푹 찐다. 여름이다. 여름철 시장 건어물 가게나 식당엘 가면 흔히 봤을 것이다. 천장에 줄줄이 매달린 물 채운 손장갑. 용도는 파리를 쫓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효과가 있을까.

“물봉투를 매달아놓으면 파리를 퇴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만 나오는 게 아닌 듯하다. 지난 7월 8일, 인터넷 풍문을 검증하는 사이트 스놉스닷컴(snopes.com)에 업데이트된 기사가 바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결론은? ‘undetermined’, 즉 ‘아직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였다.

스놉스닷컴에 따르면 이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 중 하나다.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퇴치의 이론적 근거는 이것이다. 파리의 눈에 물주머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천적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겹눈 구조를 갖고 있는 파리의 눈에 물주머니에 비치는 반사광이 파리를 당황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물주머니 파리 퇴치법.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증명된 바 없다. | KBS 캡처

스놉스닷컴이 이 주장을 ‘undetermined’로 남겨놓은 까닭은 이 주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0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NSCU)의 마이크 스트링햄이라는 연구자가 13주 동안 ‘물주머니 설치와 파리 퇴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적은 있다. 그의 결론은 정반대였다. 물봉투가 오히려 파리들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2010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미스버스터’가 이 주제를 다뤘다. 결론은 유사했다. 썩은 고기를 두고 한 쪽은 물봉투를, 다른 쪽으로는 대조군으로 그냥 사람이 들고 있었는데 물봉투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지난해 여름에 나온 한 매체의 보도가 눈에 띈다. 보도는 이렇다. “곤충학자들의 실험 결과 파리는 물주머니로부터 반경 1m 이내로는 잘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음지보다는 양지에서, 밝은 색보다 어두운 색의 물주머니가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곤충학회에 문의해봤다.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국내에서 파리 눈과 관련한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학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곤충학회 부위원장인 윤화경 한서대 교수의 말이다. 초파리에 대한 유전적 연구를 하고 있는 경우는 꽤 있지만, 집파리의 행태를 연구하는 학자는 적어도 국내에는 없다는 설명이다.

언더그라운드, 넷

생각해보니 이 주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쪽은 또 있다. 해충박멸 전문회사인 세스코다. Q/A게시판의 글이다. “처음 며칠간은 효과가 있다. 물주머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래 도망간다. 하지만 주위를 날아다녀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중엔 (파리가) 물주머니에 앉아 쉰다. 배설도 한다. 파리를 쫓으려고 달아놓은 물주머니가 파리똥과 먼지에 더러워져 나중엔 더 불결하게 보인다.” 정리하자면 아직 본격적인 과학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물주머니가 파리를 퇴치한다’는 속설은 그리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되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