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월드워Z - 미확인 좀비를 막으려는 국가간 공조

한순간에 인류가 멸망하는 날이 올까. 인류는 늘 종말을 두려워해 왔다. 17세기 스피노자가 한 유명한 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에서도 그 두려움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마크포스 감독의 <월드워Z>는 이런 종말을 다룬다. 어느날 이유도 모른 채 좀비가 나타나 사람들을 감염시켜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간다. 여러 모로 윌스미스가 주연한 <나는 전설이다>(2007)와 많이 닮아 있다. <나는 전설이다>의 변종인류도 정상사람을 감염시킨다.

원작은 맥스 브룩스의 동명소설이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전쟁부문 소설로는 50주간 1위를 차지했던 밀리언셀러다. 영화판권을 사들인 사람이 브래드 피트다. 그는 영화의 주인공 제리 레인 역도 맡았다.

어느날 좀비들이 뉴욕을 공격했다. 좀비에게 물리면 정상인들도 좀비가 된다. 좀비는 머리에 총을 맞거나 불태워지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들이 좀비가 됐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 유엔 사무국장은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바이러스 전문가를 평택 공군기지로 보낸다. 그를 에스코트하는 역할이 제리 레인이다. 제리는 군인 출신으로 전시 경험이 풍부하고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전 유엔 소속 조사관이다. 하지만 평택 공군기지는 이미 초토화된 상태다. 좀비의 공격으로 바이러스 전문가를 잃은 제리는 또 다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로 떠난다. 거대한 벽을 세워 좀비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던 이스라엘도 순간의 빈틈으로 좀비의 공격을 받게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나 전염병은 더 이상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다. 일순간에 전 세계로 전파된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그랬고,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이 그랬다. 때문에 개별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게 된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보건기구(WHO)다.

영화 속에서 미확인 좀비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제리를 파견한 단체는 미국이 아닌 유엔이다. 제리가 좀비 바이러스 백신을 연구하기 위해 찾는 곳도 영국 웨일즈의 세계보건기구 연구실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국제기구를 통한 국가간 공조는 경제분야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찰떡공조’에 나섰다. 선진 7개국들의 모임인 G7이나 주요 20개국 모임인 G20은 정상회담과 재무장관 회담을 잇따라 열고 돈을 푸는 양적완화와 금융규제장치 마련에 뛰어들었다.

이들 정부에 해법을 제시하고 타협을 유도했던 대표적인 국제기관이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IMF는 2차 세계대전으로 엉망이 된 세계 경제를 되살리고 새로운 무역질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IMF는 1944년 유엔의 금융·재정회의인 브레튼우즈 협정에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함께 창설됐다. 브레튼우즈 협정은 전 세계가 쓰는 기축통화를 기존의 파운드에서 달러로 바꾸면서 국제 경제질서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던 협정이다.

IMF는 환율과 국제수지를 감시하면서 국제 금융체계를 감독한다. 회원국의 요청이 있으면 금융위기 탈출을 위한 지원도 한다. 1998년 우리나라가 IMF에 ‘SOS’를 쳤던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IMF는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개발도상국에 강제 이식하려 한다는 비난도 거세게 받아왔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 IMF의 해법을 그대로 받아들였지만 말레이시아는 거부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주도로 아시아판 IMF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의 설립이 추진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IMF에 손을 벌리지 말고 아시아식 해법으로 해결해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영화 속 경제

공고했던 IMF지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힘이 떨어지면서 내부에 변화가 오고 있다. 지난해 IMF 사무총장에는 중국 경제학자 린젠하이(林建海)가 임명됐고 우리나라는 IMF 이사국이 됐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