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믿지 못할 숫자]4대강사업 평가도 ‘입맛대로’

수질개선·홍수예방 등 사업효과 자료 편의적으로 선별 발표

현 정권 최대의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 관련 자료들이 정부 시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방향으로 작성된 정황이 드러났다. 정부가 수질개선, 홍수예방 등 4대강 사업의 목적과 효과를 알리는 데만 치중해 실제로는 상반된 결과를 숨기거나 편의적으로 자료를 선별해 발표한 것이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4대강의 수질이 개선돼 ‘좋은 물(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의 매우좋음·좋음·약간좋음 평가를 받은 물)’의 비중이 8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9년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좋은 물’을 충족하려면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뿐만 아니라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항목까지 포함해 수질등급을 판단해야 함에도 환경부는 COD 항목을 제외한 채 수질평가 자료를 낸 것이다. 그동안 환경부는 4대강 114개 중권역 지점별 ‘좋은 물’ 비율이 2011년 기준으로 81.6%라고 밝혔는데, COD 기준까지 적용하면 그 비율은 61.4%에 불과했다.

올해 8월 전국적으로 녹조현상이 확산될 당시 강물이 초록색으로 변한 한강의 모습.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김경협 의원은 10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환경부가 2009년 4대강 마스터플랜 수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4대강 수질관리 목표에서 COD 항목을 제외하고 있고, 4대강 수질의 평가에서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경부가 수질 목표설정 및 관리평가 과정에서 BOD 항목을 위주로 이뤄진 수질 평가 내용을 발표했는데, BOD 수치의 경우 1995년 리터당 5㎎ 이상이던 수치가 1998년 3㎎대로 떨어진 이후 2003년부터는 3㎎ 이하 수준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4대강 사업과 무관하게 개선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COD는 1997년부터 리터당 5㎎대에서 변동폭이 크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는 추이를 보였다. 김 의원은 “환경부가 4대강 보 설치와 준설로 인해 수질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COD 수치를 개선할 자신은 없다 보니 이미 개선추세에 있는 BOD만을 수질관리 목표로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내부보고서에는 “환경기초시설 대부분이 생물학적 처리(BOD) 중심으로 운영돼 미생물로 분해하기가 어려운 난분해성 유기물질 처리(COD)가 잘 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환경부는 최근 BOD 위주 정책에서 COD, TOC(총유기탄소) 규제체제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4대강 수질평가에서만 COD를 제외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COD 항목 제외한 채 수질평가
국토해양부 국감에서는 국토부가 금강 공주보의 세굴현상을 축소 발표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이전까지 공주보에서 모두 세 곳의 세굴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으나 시설관리공단이 그 이전인 지난 1월 작성한 ‘공주보 긴급안전점검 보고서’에는 모두 여섯 곳의 세굴을 발견했다고 나와 있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세굴 규모를 발표하면서 실제 발생한 세굴의 절반만을 축소 발표한 것이다. 강바닥이 패는 세굴현상이 일어나면 보와 같은 수중 구조물의 안전성에 위협을 줄 수 있어 즉각적인 보강공사가 필요하다. 지난 3월 시민조사단이 공주보 아래 세굴현상을 발견해 발표했을 때도 “확인되지 않았다”던 국토부는 해명과는 달리 이미 세굴을 인지하고 바닥보호공 보강방안을 검토한 상태였다.

게다가 3월 말 바닥보호공 보강작업을 마친 뒤에도 재세굴과 추가세굴이 발견됐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국토부가 ‘규모가 작은 세굴은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국토부의 다른 보고서에선 훨씬 규모가 작은 세굴도 표시돼 있다”면서 “세굴은 규모와 위치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세굴이라도 반드시 표시해야 하지만 공주보의 경우 의도적으로 세굴의 규모를 2분의 1로 축소해 발표하고 나머지 세굴에 대해 은폐하려 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효과도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6년에 비해 2011년 4대강 유역 피해규모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홍수피해가 줄었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국토부가 소방방재청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홍수피해액 1041억원에는 4대강 유역의 홍수피해는 아예 집계에 들어가지 않았다. 소방방재청 지침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준공검사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액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왜관철교 붕괴, 구미 단수사태 등의 사고를 비롯, 곳곳에서 발생한 역행침식, 하상유지공 및 제방 유실 등에 따른 피해액과 복구비는 집계에서 빠졌다.

금강 공주보 세굴현상 축소 발표
또 지난해 피해액과 비교대상이 된 2006년의 경우 홍수피해액 1조5000억원 중 70% 이상인 1조3000억원은 4대강 사업 구간과 관련이 없는 강원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피해액이어서 정부가 의도적인 통계 조작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효과를 과대포장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부는 ‘4대강살리기사업 백서’를 발간하면서 통계조작을 포함해 4대강 사업에 우호적인 내용만을 발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국토부가 발주한 ‘4대강살리기사업 백서 발간용역’ 자료에 “체감도 평가는 정치적 성향이 반영되는 면이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며”, “현재의 체감보다는 미래의 욕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야 한다”는 등 비판적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하반기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백서에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들어가지 않도록 “사업 종료 후의 언론 동향은 비대칭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가편’ 부분에 ‘인터뷰-언론 동향’을 백서에 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이라고 백서의 편집방향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