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종교가 노동문제에 뛰어든 까닭은]“노동위는 불교계 자발성으로 만들어진 기구”

인터뷰 | 조계종 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53)은 10년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집중해온 노동운동가다. 불자인 양 위원장은 1995년 한국통신 노동조합 지도위원 신분으로 조계사에서 대정부 농성투쟁을 진행하면서 불교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양 위원장은 “당시 투쟁 과정에서 많은 스님들과 불교계 청년들과 대화도 나누고,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2년 양 위원장은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불안정철폐연대를 만들었다. 양 위원장은 “노동운동을 하면서 불교계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가지게 됐다. 조계종에 노동위원회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소원을 항상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9일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창립한 것을 계기로 조계종 노동위원회 설립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당시 정의평화불교연대는 조계사에서 창립식을 갖고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등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심신 지친 노동자 위한 힐링캠프 계획”

양한웅 집행위원장. | 쌍용차범대위제공

그때 양 위원장은 정의평화불교연대 노동위원장을 지냈다. 지인이었던 이도흠 사무총장(한양대 교수)의 권유 덕분이었다. 양 위원장은 “올해 2월 조계종과 함께 쌍용차 희생자를 위한 천도재를 지냈다. 이 자리에서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을 만나 노동문제 전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후 8개월간 양 위원장은 불교계 인사들을 만나며 노동위원회 설립을 촉구했고, 드디어 결실이 맺어졌다.

양 위원장은 앞으로 불교계 안팎에서 노동문제의 중요성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불교계 전반의 노동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현재 존재하는 노동자들의 투쟁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불교계 전반적으로 노동문제,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하긴 어렵다. 가능하다면 스님, 불자들을 모시고 노동문제 교육을 해보고 싶다. 사찰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쓰고 있다면 그들의 권익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 뿐만 아니라 심신이 지쳐 있는 해고노동자,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노동자 힐링캠프(템플스테이)도 해볼 생각이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9월 7일 쌍용차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후에는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10만배에 돌입한다. 양 위원장은 “노동위원회 차원에서 매일 서울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에서 1000배를 100일간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위원회는 10만배 중간중간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법회를 열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말이기 때문에 노동위원회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물음에 양 위원장은 “불교계 내부의 필요와 자발성으로 만들어진 기구”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도 불교계가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도 느껴졌다.

양 위원장은 “대선국면이 오면 어떤 형식이든 대선주자들에게 쌍용차 문제를 비롯한 노동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할 예정”이라며 말을 마쳤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