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중수교 20년, 중국을 말하다]“중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체제유지”

<제국의 부활> 펴낸 소준섭 국회도서관 조사관

책 제목이 <제국의 부활>이다. 21세기에 중국이 패권국가가 될 것이라고 보나.
“지난 세기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일극체제를 유지하는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미국과 대등하거나 미국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할 가능성은 높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은 청나라 말기에 일시적으로 쇠락했을 뿐이다. 지금은 과거의 힘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경제력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더라도 군사력과 소프트파워의 측면에서까지 미국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의 쇠퇴는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군사력을 과시하기만 했지 실익은 얻지 못했다. 군사력의 우위는 확실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확실한 승리를 한 적은 없다. 경제적으로도 금융자본주의가 흔들리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소프트파워 측면에서도 허구적인 데가 있다. ‘1대 99’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가 미국 사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소프트파워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물론 중국이 미국처럼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21세기 중반쯤이면 미국에 버금가는, 또는 미국을 능가하는 강국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일극체제라는 의미가 강한 ‘패권국’이라는 용어보다는 ‘지도국’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소준섭 박사(국회도서관 조사관) | 정원식 기자

중국 내부의 문제들 때문에 중국의 부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없나.
“소수민족 문제, 남중국해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 중국 내부의 빈부격차와 부패 문제 등이 중국의 전진을 가로막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것들이 큰 추세를 중단시키거나 반전시킬 정도의 힘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사실상 바닥에서 출발해 이만큼의 성장을 이뤄냈다.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열의 가능성은 없다.”

중국 위협론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굴기론에 위협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서 평화발전론으로 바꿨다. 또 지금은 조화론으로 바뀌었다. 위협론이란 도전국가가 생기면 패권국가에 도전을 해서 세계적 차원의 전쟁이 일어난다는 논리인데, 중국은 자신들이 그런 방향으로의 관심이 없다는 걸 굉장히 부각하고 있다. 패권에 대한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경제성장과 대외적 지위의 상승이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려는 유혹으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나.
“어느 나라나 강온파가 있으니 중국 내 강경파들은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족이 수립한 왕조인 경우에 공세적인 국가였던 적이 없다. 외부 소수민족들의 침략을 막기 위한 방어에 치중했다. 과거에 그랬다고 지금도 그렇다고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격적인 성향보다는 방어적인 성향이 강하다.”

미국 보수파는 민주주의를 모든 국가가 받아들여야 할 보편 모델로 간주하고, 중국도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본다. 중국이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중국이 경제발전과 함께 서구식 민주주의로 갈 것이라는 서구의 예측은 이미 틀린 것으로 판명됐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적다. 중국인들은 역사적으로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지금 중국이 근대 이래 최고의 번영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 상황에 대한 중국인들의 만족감이 정치적 자유에 대한 갈망을 압도하고 있다. 불만이 있긴 하지만 현 체제를 부수는 정도로 커질 것 같지는 않다.”

중국 정치는 정치엘리트들의 통치연합 형태를 띠고 있다. 연합이라고는 하지만 명목상의 야당조차 없는 공산당 일당 통치다. 이런 체제가 부패나 체제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나.
“물론 인권 문제, 소수민족 문제, 분배 문제 등의 취약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당 독재’라는 고정관념으로만 중국을 볼 필요는 없다. 선거는 없지만 ‘아래로부터의 힘’을 반영할 통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은 노동 관련 법규의 제정에 참여하고 법률 집행을 감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 2009년 11월에 쓰촨성 청두시에서 한 시민이 철거에 항의해 분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사건 발생 한 달 뒤 베이징대 교수 5명이 전국인대 상무위원회에 관련법 수정을 건의했다. 그러자 국무원 법제실이 몇 차례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법제 수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수정 법안 초안을 발표한 후 공개적으로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밟았다. 이 같은 적극적 민의 수렴은 겉으로만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국가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구글 검색엔진 서비스 제한조치 같은 사건을 보면 정치적 의사 표현에는 제약이 심하지 않나.
“앞서도 말했지만 중국은 내부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금기들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여전히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시진핑 시대에서는 좀 더 개선이 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북한은 냉전 시절 소련과 중국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실익을 챙겼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된 데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과의 밀착이 강화됐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 직전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와의 경협을 적극 추진했던 것을 보면 북한의 전통적인 ‘자주외교’ 특징이 잘 드러난다. 중국 입장에서 보더라도 북한을 복속해서 얻을 게 없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대항하는 중국의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가치가 중요하다. 중국 대북정책의 목표는 북한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이라는 변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이 북한을 종속시키려 한다는 것은 과도한 상상이다.”

한국의 대중정책은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현 정권은 한·미동맹에 지나친 비중을 두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균형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레토릭만 균형자를 내세웠을 뿐 실제적으로는 한·미동맹 중심의 외교를 펼쳤다. 향후에는 미국 일변도 정책을 극복해야 하는데, 외교라인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중국 연구를 위한 인적 자원과 투자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대중정책에서 우리의 시각이 아니라 미국의 시각이 반영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