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국제기구 될까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국제기구화가 기로에 서 있다. GGGI가 국제기구로 전환을 한다고 해도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계속해서 국제기구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수행할지 논란이 일고 있다.

GGGI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08년 8월 15일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녹색성장 싱크탱크’다. 2010년 6월 설립된 GGGI는 개도국 또는 거대 신흥경제권을 대상으로 녹색성장 개발계획의 주요 내용과 정책제안을 제시하고, 녹색성장과 관련한 국제회의 및 세미나 개최 등을 수행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재단법인)로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GGGI는 영국·덴마크·아랍에미리트(UAE) 등 16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의 직원은 60여명이며, 이들 중 20여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채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5월 18일 국무회의에서 6월에 공식 출범하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참여국들은 지난 5월에는 국제기구로 전환하기 위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설립에 관한 협정안’을 서울에서 가서명했으며, 6월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에서 GGGI 설립 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국제기구로의 전환 장담 못해
당시 GGGI 측은 “GGGI가 우리나라 주도하에 설립되는 최초의 국제기구”라며 오는 10월 국제기구로의 전환을 기정사실화했다. GGGI는 이와 관련, “GGGI가 2010년 6월 민간기구로 탄생한 지 2년 만에 국제기구로 전환되는 것은 세계 외교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뜻을 함께히는 국가들(like-minded countries)을 묶어낸 대한민국 소프트파워 외교의 쾌거”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GGGI의 국제기구로의 전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GGGI 회원국 16개국 중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자국의 의회에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설립에 관한 협정안’을 비준한 국가가 없다. GGGI가 국제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3개국 이상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 협정안이 주도국인 우리나라에서조차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이 협정안의 국회 비준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외교부는 이 협정안의 한글번역본 검토→법제처 심사→국무회의 의결→대통령 재가 등의 과정을 거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협정안이 통과되려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야 한다. 정부는 10월에 국회 비준을 마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인 GGGI 협정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 협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정치권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협정안에는 GGGI가 국제기구가 되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산문제도 큰 쟁점일 수밖에 없다. 또한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탈MB(이명박)를 모색하고 있는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민주통합당 등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면 국회에서 강행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에서는 벌써부터 GGGI의 국제기구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우상호 의원(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GGGI를 국제기구로 추진하는 것은 임기말 치적을 남기고자 하는 것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국제기구가 될 경우 매년 약 1000만 달러(약 113억원)의 분담금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GGGI가 국제기구가 될 경우 과연 이명박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국제기구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도 논란거리다.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GGGI를 지원하고 있지만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지금과 같은 지원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윤기돈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녹색성장은 정권이 바뀌면 사라지고 대신에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대체용어가 나올 것”이라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GGGI 관계자는 “호주, 덴마크 등 몇몇 국가에서 앞으로 3년 동안 기금을 출연하기로 이미 약속했다”며 “GGGI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존속 불투명
GGGI는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2년 연속 예산집행 관련,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2011 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GGGI는 지난해 외교부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출연한 출연금 중 118억원(운영비 58억원,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 사업비 60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GGGI의 사업 집행률은 저조했다. 개도국의 녹색성장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개도국 녹색성장 지원사업의 경우 예산 집행률은 29.5%였다. 국가별 집행 현황을 보면 인도네시아 7.6%, 필리핀 15.2% 등 에티오피아(55.8%)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사업이 40% 미만의 집행률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는 “개도국의 사업이라는 특성상 상대 정부와의 프로젝트 진행 협의에 많은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GGGI는 사업에 집행하지 않은 예산을 다음 연도로 이월해 국가재정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중국 사업의 경우 전년도(2010년) 이월액 6억3800만원 중 5억1200만원을 재이월하기도 했다. GGGI는 집행되지 않은 사업예산을 불용처리하지 않고 다음해에 사용하기 쉽게 이월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만약 예산을 불용처리하면 다음 연도에 예산을 다시 편성해야 하고 국회에서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GGGI 관계자는 “GGGI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 사업, 인력운영 등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예산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외통위에서는 결산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 결산자료를 보면 118억원의 예산 가운데 인건비 등 운영비는 모두 사용했지만 사업비는 불과 37.2%만 집행됐다”며 “결산 국회가 열리면 GGGI에 대한 결산심사를 면밀히 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GGGI는 2010년 설립 당시 외교부의 예비비 53억6000만원을 지원받아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예비비 사용요건을 위배했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이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긴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토록 돼 있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