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장이 희망으로, 희망이 연대로

금속노조 경기지부, 노동자 이야기 <사람꽃을 만나다> 출간

‘소금꽃’ 김진숙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람꽃’을 만났다. 전국 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와 희망김장기획단이 인터뷰 모음집으로 엮은 <사람꽃을 만나다>는 사회적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장기간 투쟁중인 경기지역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삼성, 시그네틱스, 파카한일유압, 동서공업, 주연테크, 포레시아, 한국3M 해고자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으로 국제교역량 기준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경제강국 대한민국. 그러나 국가가 창출하는 부의 분배는 극단적 불균형을 이룬다. ‘대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유령의 구호 속에 비정규직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해고자가 속출한다. <사람꽃을 만나다>는 바로 한국사회가 외면해온 그림자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희망김장에 참가한 사연 책으로 묶어
해고된 아빠의 1인 시위 모습을 친구들이 알아챌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아들, 같은 회사에서 두 번이나 정리해고를 당한 32명의 노조원들, 법원의 복직 판결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영자, 옛 동료를 만났다는 이유로 잔업과 특근에서 배제된 노동자,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무릎을 꿇게 하고 연장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침까지 뱉어대는 사업장…. 상상하기 힘든 인권침해가 노동자와 가족의 일상을 파괴한다.

최근 언론 노동자들의 파업이 100일을 넘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사람꽃을 만나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100일은 견줄 대상이 아니다. 1000일 넘게 싸우고도 타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그들에게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온 김진숙의 승리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이들에게 복직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자존심인 셈이다.

희망김장은 희망버스의 연장선에 있다. 이름 없는 시민들이 한진중공업 크레인 앞에서 만나 동지가 되었듯이, 경기지역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희망김장을 계기로 하나가 되었다. 농민들은 배추 1000포기를 뽑아주었고, 시민들은 온기를 모아 버무렸다. 나흘에 걸쳐 담근 김장김치는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지역 사업장 해고자와 소외계층 장애인들에게 전달되었고, 김장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사연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어느 해고자의 회고에서 희망김장의 진정성을 헤아릴 수 있다.

“김장을 하면서 나만 잘 살자고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잘 살려고 모인다는 걸 확인해서 좋았다.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전국 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는 희망김장의 뜻을 살려 1000권의 책을 발간했다. 노동자들이 뿜어낸 희망의 향기가 1000개의 홀씨로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첫걸음으로 6월 1일 저녁 7시 아주대학교 노천강당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사람꽃을 만나다>의 실제 주인공들이 직접 출연해 믿기 힘든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문의 031-251-7095~6)

육성철<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