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정부기관의 경영혁신

“조직문화를 혁신하겠습니다. 사업구조를 개선하겠습니다.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습니다.”

지난 2월 10일 충남 천안시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김명룡 본부장을 비롯한 우정사업본부 직원 300여명이 모여 한 목소리로 낭독한 결의문의 골자다. 지난 1월 16일 감사원의 호된 지적을 받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감사원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최근 3년 동안 1800여억원을 분식회계했다. 매출액을 늘려 성과급을 많이 받으려고 택배 수수료를 원가 이하로 낮추기도 했다. 직원들이 영업실적을 노리고 차명계좌까지 개설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이 같은 발표가 있자 우정사업본부는 김 본부장 명의로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내고 “깊이 반성하며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월 10일 경영혁신결의대회를 열어 내부 혁신을 다짐했다.

KCSI(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NCSI(국가고객만족도)에서 연속 1위를 하는 등 공공부문 서비스 수준을 선도하고 세계우편상 수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모범적으로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은 우정사업본부에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무척 뼈아프다. 우체국 직원이라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겨온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생채기를 남겼다. 우정사업본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지난 2월 8일 발표한 ‘우정사업 경영혁신 추진계획’에 이런 심경의 일단이 보인다. “경제성장 둔화, 통상우편물의 감소 등 날로 악화되는 우정사업의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존의 우정사업 경영관행을 혁신적으로 타파하고, 최근 감사원 지적에 대해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4만5000여 종사원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한편, 향후 지속가능경영의 발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우정사업본부는 먼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현장 중심의 건강한 소통활동 및 차세대 관리자 육성, 능력과 윤리의식을 반영한 인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부통제 혁신을 위해서는 345명에 이르는 전국 감사요원에 대한 회계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종합리스크 관리를 통해 우체국 금융자금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등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계약택배의 수익성 제고, 적정 예금수신액 유지 등 기본에 충실하고 내실 있게 사업이 운영되도록 사업구조도 개편하기로 했다. 또 보험사업만 받던 외부 회계법인의 회계감사를 예금사업으로 확대하고 본부 전 직원이 회계분야 등에서 1인 1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같은 혁신안의 핵심은 내부통제 강화와 경영 내실화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국민의 신뢰를 하루 빨리 되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기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부처 가운데 하나인 지식경제부의 산하기관이다. 그런데 기업처럼 사업을 하고 있다. 우편사업 일부와 금융은 민간기업도 하는 사업이다. 민간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영기업이다. 국가에서 하는 사업인 만큼 효율성이나 수익성에 우선해서 중시돼야 할 게 공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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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왜 이런 사업을 하는지 반문해보자. 민간 택배업체는 도서·벽지와 같은 곳에 물건을 배달하지 않거나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민간은행은 읍·면 지역에 점포를 두지 않는다.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 주민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우체국이다. 실제 도서·벽지로 가는 우체국 택배의 약 15%가 민간택배사 물량이다. 민간기업이 고객에게서 접수한 물량을 우체국에 부치는 것이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일반 은행은 점포의 95%가 도시에 집중돼 있다. 우체국은 읍·면 지역이 55%로 더 많다. 이런 시장의 공백을 보완해주는 게 국가의 우정사업이다. 경영혁신에 나서는 우정사업본부와 우정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와 정치권 등이 잊지 말아야 할 우정의 정체성이다.

<신동호 선임기자 hud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