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오늘의 이슈를 털어드리겠습니다

“삼성에서 작년에 피해자 지원대책을 마련했거든요. 사람들은 실상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회사가 지원을 하겠다면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하는데….” “입막음용 아닙니까?”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도 있고요. 실제로 어떤 가족은 그 돈이 너무 필요해요. 그런데 그 대책을 보면 굉장히 웃기거든요.” “그 부분은 있다가 제가 여쭤볼게요.”

지난 2월 7일 오후 2시30분쯤, 라디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녹음을 진행하는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편집국 라디오방송 스튜디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와 공유정옥 박사 사이에 짧은 대화가 오고갔다. 녹음에 들어가기 전 방송에서 짚어야 할 부분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다. 녹음은 곧바로 시작됐다.

지난 2월 7일 오후 라디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녹음 스튜디오에서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오른쪽)와 이종호 방송팀장이 녹음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가 ‘털기’로 한 이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 문제다. 전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 백혈병이 발생한 삼성전자를 포함해 하이닉스, 페어차일드 코리아 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발암물질을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공유정옥 박사는 이 이슈를 집중적으로 ‘털기’ 위해 <이털남>이 섭외한 전문가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인 그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로 2007년 이후 이 문제를 공론화해 왔다.

지난 1월 2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이털남>은 ‘이슈를 털어준다’는 이름 그대로 날마다 한 가지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해당 이슈 전문가를 스튜디오에 초청해 김종배씨가 50~60분쯤 집중 인터뷰를 하는 형식이다. <이털남>은 2월 10일 현재 <뉴스타파>, <나는 꼼수다>,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에 이어 팟캐스트(라디오 영상 포함) 전체 순위에서 4위를 달리고 있다.

팟캐스트 전체 순위 4위
<이털남>은 요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시사 팟캐스트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제작진이 모바일 기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콘셉트를 구상한 건 지난 2009년의 일이다. 김종배씨는 “2009년 미디어법 통과 이후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에 종편 시대를 앞두고 진보개혁진영 4개 언론사가 방송부문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했던 게 모바일 기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이 구상을 함께 고민했던 이종호 오마이뉴스 방송팀장과 전관석 기자, 그리고 김씨가 힘을 합치고 오마이뉴스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출범한 것이 <이털남>이다.

공유정옥 박사 인터뷰는 50분쯤 후인 오후 3시20분에 끝났다. 남은 것은 후반작업이다. 녹음이 끝나면 짤막한 클로징 멘트를 녹음한다. 여기에 오프닝 시그널과 ‘털기뉴스’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3~4분 분량의 뉴스 요약, 인터뷰 내용을 합쳐 하나의 파일로 만들고 그것을 서버에 올리는 것은 이종호 팀장의 일이다. 진행자가 기술 스태프와 방음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분리돼 있는 일반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과는 달리, <이털남>의 경우 녹음장비를 만지는 이종호 팀장은 녹음 중에도 진행자와 같은 공간에서 작업한다. 피디 역할을 맡고 있는 전관석 기자는 “시설은 열악하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에서 창고로 쓰던 방에 녹음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설치해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방음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슈 털어주는 남자> PD를 맡고 있는 전관석 기자가 다음 녹음을 위해 노트북 컴퓨터로 뉴스를 점검하고 있다.

<이털남>은 <뉴스타파>, <나는 꼼수다>, <나는 꼽사리다>,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 등 주 단위로 방송하는 다른 팟캐스트와는 달리 날마다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때문에 방송 초기에는 난감한 문제에 부닥쳤다. 애초 <이털남>은 시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직장인들이 퇴근시간에 맞춰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 콘셉트에 맞추려면 방송 파일이 아이튠즈에 6시쯤에는 등록돼야 한다. 이종호 팀장은 “방송 파일 자체는 우리 서버에 올린다. 그 시간이 보통 4시30분쯤이다. 그러면 애플이 이 파일 정보를 처리해서 아이튠즈에 등록을 해줘야 청취자들이 내려받을 수 있는데 시차문제 때문에 이 작업이 바로 처리가 안 돼 아이튠즈에 등록되는 시간이 7시30분에서 8시 사이가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그날 다룰 이슈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40초 분량의 예고방송이다. <이털남>은 이 예고방송을 오전에 미리 올려서 애플이 처리하도록 한 다음 본방송 파일을 예고방송 파일에 덮어쓰도록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팟캐스트 서버를 유지하는 데는 비용이 얼마나 들까. 이 팀장은 “한 달 단위로 비용이 청구되는데, 지난달 비용은 아직 나오지 않아 알 수 없다. 오마이뉴스가 제작하는 다른 팟캐스트 5개를 유지하는 데 보통 1000만원이 넘어간다”며 “접속자 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이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경우 초기 투자비용보다는 유지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일 이슈 40초분량 예고 보내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보다 ‘섭외’다. 전관석 기자는 “프로그램을 매일 만들어야 하다보니, 방송이 끝나면 이미 섭외한 사람의 일정을 확인하는 작업과 다음에 섭외할 사람을 찾고 약속을 잡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며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서 50분 이상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섭외에 실패하더라도 방송 자체가 불발될 우려는 없다. 시사평론의 전문성과 진행 능력을 동시에 갖춘 김종배씨가 이슈를 직접 다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종배씨는 “팟캐스트에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반 이명박 정서가 작용하고 있다. 관심사는 총선·대선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이냐다. 공중파는 더 깊고 더 직설적으로, 긴 호흡을 갖고 이슈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일정한 조정국면을 거치긴 하겠지만, 총선·대선 이후에도 시사 팟캐스트가 공중파의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