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갈수록 복잡해지는 야권대통합

민주당 전당대회 방식 놓고 분란… 진보진영 지분 나누기 시름

혁신과통합 문재인 상임대표의 행보가 거침없다. 민주당, 민노당, 국민참여당 등을 돌면서 야권통합을 역설하고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통합, 민노당을 중심으로 하는 진보통합으로 야권이 나눠지지 않도록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야권통합 방식을 제안하면서 화답했지만, 민주당 내에 야권통합과 관련된 전당대회 방식을 놓고 시끄럽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여전히 진보통합에 더 적극적이다. 문 대표의 행보가 야권통합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11월 9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혁신과통합 문재인 상임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상임대표의 스케줄은 야권통합에 집중되어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야당 인사들을 만나 야권통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숨어있는 안철수’까지 찾기 위해 부산과 서울을 오가면서 여러 인사들과 만나고 있다. 노무현재단 정윤재 사무처장은 “혁신과통합은 지분이나 통합의 형식 등에 민감하지 않다. 민주당이 알아서 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혁신과통합은 우선 야권통합의 협의체계를 폭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유를 가지고 민노당과 참여당 등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혁신과통합이 민주당과 진보진영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 진영의 골은 깊다. 민주당은 계속 “합치자”고 이야기를 하지만, 민노당 등 진보진영은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데 어떻게 합치냐”고 거부한다.

문재인 대표, 야권 전체 오가며 중재
1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바쁜 스케줄 때문에 ‘개문발차 통합’을 제안했다. 민주당, 혁신과통합, 한국노총 등이 먼저 선통합을 한 후, 야권통합에 찬성하는 진보진영은 언제든 ‘통합차’에 타라는 제안이다. ‘도로 민주당이냐’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손 대표는 한국노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손 대표가 한국노총 관계자들을 여러 번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로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도 한나라당과 정책연합을 다시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7일 손 대표를 만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아직 참여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지 참여해 권한과 책임을 나눠갖고 싶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내에도 다양한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11월 11일 혁신과통합 이해찬·문재인 상임 대표가 국회 민노당 의정지원단을 방문, 이정희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민주당 내의 분란도 손 대표의 통합 행보를 힘들게 하고 있다. 야권통합 논의는 민주당 전당대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권을 노리는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등은 통합전대를 밀고 있다. 손 대표가 제안한 전대방식은 완전개방형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통합후보 경선 방식으로 일반국민 여론조사, 국민참여 현장투표, TV토론 후 여론조사로 치러지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직력이 월등한 박영선 의원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완전개방형 전대 방식이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 민주당 당권주자가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당권 주자들이 “민주당의 혁신이 먼저”라면서 손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이유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지역위원장들도 손 대표의 제안을 비판했다.

손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확실한 대권주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 야권통합에 올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외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다.

“진보통합이 먼저, 그 이후에 야권통합”
진보진영은 민주당 주도의 야권통합 논의에 비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한 언론에서는 ‘13일 통합설’까지 나왔지만, 민노당은 “잘못된 보도”라고 부인했다. 11월 13일은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민노당 장원섭 사무총장은 “진보통합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 13일 이야기도 그날 진보통합을 선포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을 뿐”이라며 “13일에 진보통합을 선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보통합은 통합 시기와 구체적인 방법 등 실무적인 문제만 남은 상황이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11월 13일 열리는 노동자대회에서 이정희 대표, 유시민 대표, 심상정 전 의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반해 협상 당사자들이 “어렵다” “쉬운 일은 아니다” 등의 하소연을 하는 것은 ‘지분 나누기’의 어려움을 말한 것이다. 11월 10일 밤 민노당, 참여당, 진보통합연대 관계자가 만나 실무협상을 벌여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마련된 합의안에는 대의기구 구성, 시·도당 운영 방법, 비례대표 개방 문제, 대표 구성 문제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분을 어떻게 나누느냐를 두고 11월 11일 현재까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국민참여당 천호선 최고위원은 “진보통합 분위기는 좋다.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몇 가지 있지만, 결과는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서 “1주일 안에(11월 세번째 주 안에) 진보통합 윤곽이 잡히지 않으면 진보통합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진보통합이 먼저고, 그 이후에 야권통합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야권통합에 진보통합 세력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11월 11일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이해찬·문재인·문성근 등 혁신과통합 상임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통합진보 정당을 만들고 야권연대를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더욱 풍부해졌으면 좋겠다”고 야권통합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에 비해 진보진영이 ‘기호 2번’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높다. 10·26 재보궐선거 강원도 인제군수 선거에서 민주당 최상기 후보가 낙선한 것은 민노당 박승흡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야권통합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이 기호 2번으로 통합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이것을 진보진영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