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이자 2배’ 주는 우체국적금

금융의 세계는 다분히 비인간적이다. 돈이 돈을 벌고, 돈 놓고 돈 먹는 머니게임의 세상. 여기서 최고의 가치는 수익이다. 수익성이 높으면 왕처럼 대우받고, 수익성이 없으면 거지처럼 내몰린다. 돈 되는 고액예금자에게 이자를 더 쳐주고, 별 볼일 없는 소액예금자는 이자를 박하게 주는 게 금융계의 일반 법칙이다.

우체국은 어떨까. 우체국도 예금과 보험 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금융기관이다. 그러나 다른 금융기관과는 설립 목적이 다르다. 우체국 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보면 우체국 금융은 ‘금융의 대중화를 통해 국민경제생활의 안정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한마디로 공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은 수익성이 없으면 가차없이 점포를 없애지만 우체국은 적자 난다고 함부로 문을 닫을 수 없다. 농촌 지역에 시중은행은 다 없어졌어도 우체국은 남아 있는 배경이다.

우체국이 ‘국민경제생활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려면 농촌 같은 ‘소외지역’ 외에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소외계층은 지역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우체국 더불어자유적금’은 이런 우체국 금융 취지에 딱 들어맞는 상품이다. 이 적금은 이자가 기본적으로 2배다. 현재 우체국 1년짜리 적금의 기본이자는 연 3%다. 그런데 이 더불어자유적금은 3%의 2배 즉 연 6%를 쳐준다. 2년짜리 적금에 들면 기본이율 3.5%의 2배 즉 7%이고, 3년짜리에 들면 3.7%의 2배인 7.4%의 이자를 쳐 준다. ‘더불어자유적금’보다 ‘2배짜리 적금’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듯하다.

보통 예금의 2배 이자를 준다고 하면 시중의 돈이란 돈은 다 여기로 빨려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 적금은 아무나 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입 대상이 따로 정해져 있다. 가계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배보다 적거나,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저소득층만 이 적금에 들 수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저생계비는 현재 1인 기준 약 53만원, 2인 90만원, 4인 14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니까 4인 가족 기준으로 소득이 210만원이 안 되는 가정이 가입 대상이다. 이 정도 소득자가 대략 170만가구쯤 될 것이라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추정이다. 여기에 기초생활수급자 155만명이 포함돼 있다.

만약 이 사람들이 모두 2배짜리 적금에 가입하겠다고 나선다면 어떨게 될까. 보나마나 우체국은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이런 공익성 금융상품은 한정 판매하는 게 보통이다. 이 2배짜리 적금도 ‘내년 말까지‘ ‘최대 1만명’만 받겠다는 게 우정사업본부 방침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보면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2배짜리 적금이 나온 것은 5월 말이니 한달 보름쯤 된 현재 800명 정도가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꺼번에 몰려들어 우체국이 곤경에 빠지는 일은 안 벌어졌지만 기대에는 다소 못미치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팀 김보경 주무관은 “저소득층은 뉴스 볼 여유가 없어 이런 생활정보를 습득하기 어렵고, 설령 안다고 해도 적금 부을 돈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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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짜리 적금에 들 수 있는 저소득층이라면 우체국의 다른 배려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다. 지난해 초 근로빈곤층을 위해 나온 ‘만원의 행복보험’은 1년에 1만원만 내면 재해사망시 2000만원, 상해입원시 의료비의 90%를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상품이다. 또 지난해 5월 나온 ‘우체국 새봄자유적금’은 신용이 7~10등급인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기본금리 외에 연 7%의 특별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우체국이 아니면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익성 예금·보험이다. 당신이 저소득층이라면, 저신용자라면, 우체국 금융상품을 챙겨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다.

<이종탁 출판국장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