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미국 교양학부대학 ‘교양이 전공’

개성적 학풍으로 ‘연구보다 교육’… 커리큘럼이 독서 하나뿐인 학교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하버드대학을 벤치마킹했다. 국내 대학이 목매는 세계 대학 순위 평가에서 늘 최상위를 차지하는 하버드대학은 지난 2009년 교양과정을 개편했다. 개편의 방향은 국내 대학들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핵심이 교양교육 강화다.

경희대 조인원 총장은 지난해 1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후마니타스 칼리지 준비과정에서 하버드대학에 주목했다며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양교육에서 시도할 주제는 모두 7개 영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교육 방향과 카테고리가 하버드대가 만든 것하고 많이 중복돼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버드 총장도 교양학부대학 출신
하버드대학의 현 총장은 지난 2007년 취임한 드루 길핀 파우스트다. 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색적이다. 우선 그는 하버드대 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이다. 더욱 이색적인 것은 학부나 대학원 과정을 하버드에서 이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하버드 출신이 아닌 사람이 하버드 총장이 된 것은 1672년 이후 처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교양학부대학은 학부생들에 대한 교양교육을 강조한다. 사진은 세인트존스 칼리지. | 경향신문자료

파우스트 총장의 출신대학을 보면 더욱 놀랍다. 파우스트 총장은 브린모어 칼리지라는 곳에서 역사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비리그를 숭상하는 한국 기준으로 보면 무명에 가까운 대학이다. 그러나 브린모어 칼리지는 흔히 미국에서 교양학부대학(liberal arts colleges)이라고 알려진 소규모 대학의 명문이다. 미국 교육비평가 로렌 포프는 교양학부대학이야말로 “아이비리그처럼 이름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데 촉매가 될 수 있는” 대학이라고 평가한다.

교양학부대학은 연구중심 대학이 아니라 교양교육중심 대학을 표방한다. 개별 전공을 강조하는 일반 종합대학(universities)과 달리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글쓰기 등 전반적인 교양을 깊이 있게 다룬다. 종합대학에 비해 학생 수가 적어 교수-학생 비율이 낮다.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학부 수업을 하는 종합대학과 달리 교수가 학생을 직접 가르친다.

교양학부대학의 교육과정을 표준화할 수는 없다. 대학마다 학풍이 개성적이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 소재 햄프셔 칼리지 신입생들은 5개의 통합연구부문 강좌를 한 학기 동안 1개 이상 수강한다. 5개 부문은 인문학, 문화연구, 사회과학, 자연과학, 인지과학, 통합예술이다. 2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교수 두 사람과 함께 자신의 관심분야와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학습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후의 학교생활은 이 집중학습 계획을 실천하고 심화하는 과정이다. 이 대학은 또 성적증명서에 학점이 표시되지 않는다. 상세한 학생 평가가 학점을 대신한다.

뉴멕시코주와 메릴랜드주에 2개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 세인트존스 칼리지에는 선택과목이 없다. 커리큘럼은 단 하나, 독서뿐이다. 이 대학 학생들은 4년 동안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해야 한다. 고전의 목록은 인문학, 과학과 수학, 음악까지 포괄한다. 전공 교육을 하지 않지만 졸업생의 80%는 일반대학원, 의학대학원, 법학대학원으로 진학한다.

교양교육과 학생 참여를 중시하는 미국 교양학부대학들은 대학의 서열화에 반대한다. 지난 2007년 6월 미국의 124개 교양학부대학 총장들은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의 대학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1983년부터 시작된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대학 평가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것이다. 이들 총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아니라 입학생들의 SAT(미국 대학수학능력 시험) 점수에 따라 평가가 좌우된다”고 비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