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인물]서민특위 활동은 대권도전 밑거름

특위 이끌며 ‘하도급 구조 개선’, ‘대학등록금 동결’ 등 서민대책에 열정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자신을 ‘독고다이’(외톨이)라고 말한다. 홍 최고위원은 친이계로 분류되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고 있다. 계파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치권에서 이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이다.

2010년 8월 16일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 홍준표 최고위원이 서울 당산동 택시노조연맹에서 노조 관계자들로부터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부자감세로 대표되는 한나라당에서 ‘서민정책특별위원회’라는 낯선 특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홍 최고위원이 서민정책특별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홍 최고위원이 서민정책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이 높다”는 말이 많다. 그동안 홍 최고위원은 ‘반값 아파트’ ‘저소득층 무상등록금’ 등의 파격적인 제안을 해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7월 1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만년 비주류’이면서도 2위를 차지한 데는 친서민 깃발을 내세운 것이 큰 도움이 됐다.

10개 소위에 현역의원 12명 참여
하지만 홍 최고위원의 서민정책 행보가 좋은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독단적인 성격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말 서민정책특별위원회 첫 번째 회의를 열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택시대책위원회, 대기업하도급구조개선위원회, 서민금융대책위원회 등 10개의 소위를 두고 위원장을 포함해 12명의 현역 의원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조직이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각 분과위원장이 참여하는 전체회의를 열었고, 각 분과위원장은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분과 회의를 따로 여는 형식이었다.

수많은 행사와 일정이 잡혀 있는 의원들에게 가혹한(?) 일정이지만, 홍 최고위원은 밀어붙였다. 이 때문에 각 분과위원장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말들이 나온다. 분과위원회에 참여한 외부 인사들의 일정 조율이 매우 힘들어 분과 회의를 열지 못한 때에도 홍 최고위원은 매주 금요일 전체 회의를 연 것이다. 분과위원회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았던 것.

분과위원장을 맡았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홍 최고위원이 서민특위에 욕심이 많았다. 분과 회의는 외부 인사들 때문에 모임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체 회의는 매주 금요일에 계속 열렸으니 분과위원장들이 힘들어 했다”면서 “서민특위 위원장은 분과위원장들에게 서민정책을 내놓으라고 닦달을 하니 불만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홍 최고위원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이끌어나가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전체회의 때는 청와대 행정관이 참여할 정도로 서민특위에 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홍 최고위원이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서민정책을 서로 조율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실적인 서민정책을 내놓기 위해 당을 뛰어넘어 야당과 협력하는 행보까지 보인 것이다.

서민특위 운영이 항상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당 내에서 홍 최고위원의 독단 때문에 시선이 곱지 않았다. 고흥길 전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서민정책을 두고 정책위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정책위에서는 “서민특위 정책은 정책위와 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홍 최고위원은 “서민특위 정책은 서민특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서민특위 활동에 반발했다. 협의되지 않은 민감한 정책이 연이어 발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서민특위는 ▲SSM 관련 법안 국회 통과 추진 ▲2·3차 하도급 구조 개선 ▲등록금 차등제 검토 ▲2011년 국·공립 대학 등록금 동결 ▲택시 연료에 대한 유류세 감면 등을 검토하기로 발표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서민정책특위에서 여러 가지 좋은 안을 만들고 있지만, 이것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선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위 요구안 정부예산에 편성 성과
서민특위에 참가한 의원들은 “홍 위원장의 열정은 알겠지만, 정책 결정을 할 때는 서로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목소리를 낸다. 서민특위에 참여했던 모 의원 측은 “홍 최고위원의 단점은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남의 의견을 들을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서민 정책을 서민특위가 모두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과 협의할 것은 협의해야 하는데, 그런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 최고위원의 고집과 노력 때문에 서민특위의 정책이 현실화된 것도 많다. 은행권의 서민금융상품인 ‘서민희망홀씨대출’이 시작됐고, 서민특위가 요구한 예산 중에 5조6000억원이 정부 예산에 반영됐다. 대부업계 이자를 제한하는 이자제한법도 법안을 내놓은 상태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구조를 만드는 안도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서민특위를 고집스럽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성과가 나온 것이다.

홍 최고위원이 서민정책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서민으로 고생했던 경험 때문이다. 홍 최고위원은 자신의 고생담을 <나 돌아가고 싶다>(2005)라는 자전적 에세이로 정리했다. 가장이지만 하는 일 없던 아버지, 온갖 고생을 했던 어머니의 사연, 점심을 먹지 못했던 어린 시절 등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홍 최고위원 측은 “홍 최고위원은 서민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서민을 위한 정책에 관심이 많다”면서 “서민정책을 만드는 것에 열정을 보이는 것은 정치적인 노림수가 아니라 진심”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홍 최고위원은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갖고 “세력을 모으고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민특위 활동을 통해 얻게 되는 정책은 대권 도전에 큰 밑거름이 된다. 서민특위 활동에 욕심을 내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서민특위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홍 최고위원은 “올해는 (정부가) 5월까지 본격적인 예산을 편성하게 되는데, 우리가 서민예산을 미리 정리해서 정부 예산에 반영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즉 올해 초부터 서민특위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것. 하지만 서민특위는 한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2012년 총선에 대비한 공천이 시작되면 서민특위 활동은 자연스럽게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