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인 삶의 질 지표]언론자유지수 급락, 남북교류 급감

MB정부 3년, 정부 비판매체 통제 시도… 무력충돌 발생 안보위기 고조

한국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는 권위주의 성향의 정부도 한몫 하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정치·외교적 조건인 민주주의의 퇴행과 안보 위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 동안 민주주의와 안보 분야에서 퇴조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민주주의와 안보 상황은 동반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사진은 2010년 12월 20일, 서울역에서 연평도 사격훈련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는 시민들.

먼저 절차적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헌법 제2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가 훼손됐다는 것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언론 관련 지표다.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언론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002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보자. 조사를 시작한 2002년 한국은 39위였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기 49위, 48위로 이보다 더 하락했지만, 2005년에는 34위로 순위가 올랐다. 특히 2005년에는 아시아 국가들 중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높았다. 일본은 37위, 홍콩은 39위, 대만은 51위였다. 같은 해 미국은 44위였다.

2006년과 2007년까지 비슷한 수준(각기 31위, 39위)을 유지하던 언론자유지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에 47위로 떨어지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69위로까지 곤두박질쳤다.
　

2005년 34위서 2009년 69위로
언론자유지수가 급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국경없는기자회는 보고서에서 “언론인과 블로거에 대한 체포 및 보수적인 정부의 비판 매체 통제 시도 때문”이라고 밝혔다. 2009년 언론자유지수는 2008년 9월 1일부터 2009년 8월 31일까지를 조사 대상 기간으로 삼았다. 2009년도 언론자유지수가 추락했다는 것은 이 기간 중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들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예컨대 이런 일들이다. ‘블로거 체포’란 박대성씨 구속을 가리킨다. 2009년 1월 7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경제 관련 글을 써온 박대성씨가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기소됐다. 각기 2008년 7월 30일과 12월 29일에 쓴 ‘드디어 외환보유고가 터지는구나’ ‘대정부 긴급공문 발송 1보’라는 글이 문제가 됐다.

‘비판 매체 통제 시도’는 기자 및 PD에 대한 탄압을 말한다. 2008년 10월 6일, 당시 YTN 구본홍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하던 YTN 기자 6명이 해고됐다. 이 중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은 2009년 3월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언론인 구속은 1999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노종면 위원장이 구속된 바로 다음날인 3월 25일에는 ‘광우병의 진실’을 보도한 MBC 「PD수첩」 이춘근 김보슬 PD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이틀 뒤인 3월 27일 밤과 28일 새벽 사이에는 조능희 송일준 PD와 김은희 이연희 작가 등 다른 제작진 4명도 긴급체포됐다. 2010년 10월 언론노조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해고·정직·감봉 등 징계를 받은 이들은 180명, 기소된 이들은 61명에 이른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정권이 언론인들을 직접적으로 탄압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특히 방송의 독립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안보 위기 고조다. 한반도가 분단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보 상황은 남북관계 관련 지표들과 필연적 관련성이 있다. 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이 대북관계 안정성이라는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남북한 정부 차원의 소통 정도를 보여주는 남북회담(정치·군사·경제·인도·사회문화 등 총 5개 분야) 횟수는 크게 줄었다. 통일부의 관련 통계가 2009년 것까지 나와 있으므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첫 2년간 회담 횟수를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는 2003년(36회)과 2004년(23회)에 총 59회 회담을 열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2008년과 2009년에 각기 6회씩, 총12회에 불과하다. 김대중 정부의 경우 집권 후반기인 2001년부터 2002년까지 2년 동안 도합 40회의 남북회담을 열었다.

남북협력기금 집행 최근 2년간 0원
정부 차원 교류만이 아니라 민간 차원 교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일부가 집계한 남북관광협력사업 통계를 보자. 금강산 관광의 경우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34만5000여명이 금강산에 다녀왔다. 관광객은 2008년에 19만9000여명으로 뚝 떨어진 다음 2009년에는 0이 됐다. 개성관광도 2009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민간경협 승인 사업 건수는 2006년과 2007년에 각기 4건, 6건이었고 2008년에도 9건에 달했으나 2009년에는 1건으로 줄었다. 사회문화교류 협력사업 승인 건수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기 26건과 19건이었으나 2008년에는 3건이었고 2009년에는 단 한 건도 없다.

남북교류 감소는 최근 5년간 남북협력기금 집행 현황에서도 확인된다. 경상사업 중 인적왕래지원 항목의 경우 2006년 52억여원, 2007년 16억여원, 2008년 27억여원이었으나 2009년부터 2010년 11월까지는 0원이다. 경상사업 중 사회문화협력지원 항목에서도 감소 추세가 확연하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기 73억여원과 69억여원이었으나 정권 교체 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남북협력기금 총집행 금액은 2006년 4700억여원, 2007년 7100억여원에서 정권 교체 후에는 2008년 2300억여원, 2009년 1000억여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남북교류가 감소한 사이 남북간 긴장은 고조됐다. 2009년 11월 합동참모본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횟수는 2006년 11회, 2007년 8회였고,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에도 7회에 그쳤으나, 2009년에는 22회로 급증했다. 2009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냉각 기류를 타고 있던 남북관계가 북한 로켓 발사(2009년 4월) 및 2차 핵실험(2009년 5월) 등으로 파탄 조짐을 보이며 긴장이 한껏 고조됐던 해다. 안보불안은 억울한 죽음들로 이어졌다. 2008년 7월에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의 사격으로 피살당했고, 2010년 3월에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해 승조원 46명이 희생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전쟁 이후 첫 민간인 지역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을 포함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연평도사건이 터졌다.

현 정부는 북한에 의한 군인 및 민간인 인명 피해에 대해 북한과 남한 진보진영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북한에 퍼주기 했다’며 비난한 노무현 정권 시기에는 지금 한반도의 화약고가 된 서해에서 단 한 차례의 무력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크긴 하지만 현 정부의 강경정책도 현재의 강대강 구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며 “이전 정권에 비해 안보상황이 악화한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