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긴장한 일본 ‘TPP’로 돌파구

한·미FTA 타결에 자극받아 ‘다자간 FTA’ 필요성 강조

한·미 FTA 추가협상과 관련해 한국 내에서 ‘퍼주기’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EU에 이어 미국과 FTA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일본이 글로벌 수출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틈타 일본 정부는 자국의 경제 폐쇄성 극복을 위한 전기로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다자간 FTA’ 성격인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약(TPP) 참가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일본이 한·미 FTA에 자극받아 TPP 참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2007년 11월 FTA 체결을 모색하기 위한 일본·아세안 비즈니스 미팅에서 당시 아키라 아마리 일본 경제산업상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

농업부문 배제로 FTA 실적 미진
미국, 호주, 뉴질랜드, 칠레, 페루, 싱가포르 등 9개국이 회원인 TPP는 2015년까지 회원국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철폐한다는 목표 아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만일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양자간 FTA 체결보다 훨씬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견고한 아·태지역 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FTA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부처별로 이것이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다.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내각부는 한국만 미국, EU,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일본 GDP는 연간 6000억∼7000억 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정책을 입안하는 경제산업성도 “일본이 TPP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FTA로 인해 오는 2020년 자동차·전자·기계 수출에서 1조5000억 엔, 국내 생산에서 3조7000억 엔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다. 일본 자동차의 대미 수출 비중은 30%. 지난해 대미 수출액 약 8조 엔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조 엔이 넘었다.

일본이 ‘FTA 체결실적’을 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농업 때문이다. 자민당 농촌지역 출신인 ‘농림족’ 의원들이 “농업을 파멸로 몰고 갈 것이냐”며 FTA 체결에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농업부분을 배제한 FTA협상에 치중해왔다. 그러다보니 ‘FTA 실적’이 미진했던 것. 간 나오토 총리는 “‘제3의 개국’을 한다는 자세로 TPP 참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강공책을 펴고 나왔지만 농림족 의원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내년 6월까지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발 물러선 상태이다. 간 나오토 정권은 한·미 FTA 체결을 계기로 난관에 부딪친 농업개방 문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한편 야당인 자민당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