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소셜네트워크 지금은 디지털 인맥시대

학연·지연의 폐쇄적 인간 관계를 개방적·실시간적 관계로 발전

예나 지금이나 인맥은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다. 사회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된 분모가 좋은 인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혈연, 학연,지연 등이 인맥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맥 관계 또한 변하고 있다. 최근의 정보통신(IT) 기술 발전은 인간생활의 편리함을 넘어 기존의 인맥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특히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로 대표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SNS가 학연과 지연 등으로 짜여진 폐쇄적인 인간관계를 개방적이고 실시간 관계로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SNS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인터넷 등장과 함께 온라인 카페, 온라인커뮤니티,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인간관계를 맺어 주는 수단은 존재했다. 최근에는 싸이월드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최근에는 트위터와 같은 새롭게 진화한 SNS 이용이 급증하면서 그 자리를 대체할 태세다. 소셜미디어와마케팅연구소 김대중 소장은 “지금은 얼리어답터들이 SNS를 많이 하고 있지만 내년 되면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면서 “트위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습성은 정보가 물 흐르듯이 돌고 도는 채널이라는 것이다. 대중매체보다 개개인끼리 흐르는 정보가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 등장, 그리고 트위터 열풍
실제 직장인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 포털 커리어가 최근 직장인 89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2%가 ‘현재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30.5%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5.3%), 40대(19.8%) 순이었다. 주로 이용하는 SNS로는 67.1%가 ‘싸이월드’를 꼽았고, ‘트위터’(30.8%)와 ‘페이스북’(20.9%)이 뒤를 이었다. SNS를 이용하는 목적은 ‘인맥관리’가 54.7%를 차지해 SNS가 새로운 인맥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 줬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실제로 SNS를 통해 얼마나 많은 디지털 인맥을 맺고 있으며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있을까. 커리어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직장인의 56.8%가 ‘디지털 인맥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61.5%는 실제로 디지털 인맥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인맥은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과 관계없이 학연과 지연 등으로 알게 된 아날로그 인맥과 달리 연령, 직종, 직급, 인종과 관계없이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 맺어진 인맥을 말한다. 디지털 인맥이야 이전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져온 것이라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았다는 비율이 60%를 넘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결과다. 도움을 받은 유형은 ‘얻기 어려운 정보를 쉽게 얻었다’가 56.9%로 가장 많았으며, ‘이·전직하는데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도 20.8%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제품홍보·마케팅 등 업무와 관련된 도움을 받았다’ 19.3%, ‘행사·이벤트 등에 초청되었다’ 17.5% 순이었다. 1인당 디지털 인맥 수는 평균 20.2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아날로그 인맥은 평균 42.9명으로 조사됐지만 디지털 인맥이 전혀 일면식도 없었던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인맥이라고 본다면 주목할 만한 수치다. 또 아직 SNS 이용이 불붙기 시작하는 단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 인맥을 맺게 된 경로는 다양했다. ‘취미 등의 친목 동호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가 54.0%로 가장 많았고 ‘개인 블로그·미니홈피·트위터를 통해서’ 42.7%, ‘인맥사이트를 통해서’ 12.6%, ‘채팅사이트를 통해서’ 9.0%였다. ‘디지털인맥 관리여부’는 65.5%가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관리 방식으로는 49.3%가 ‘상대 홈피·트위터에 지속적인 방문과 방명록 작성’을 꼽았다. ‘온·오프라인 모임 참석’ 42.9%, ‘전화통화 교류’ 32.1%, ‘이메일 교류’ 26.7%,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일 출석’ 25.7%였다. 이 밖에도 ‘내 홈피·트위터 관리’ 23.6%, ‘양질의 정보를 디지털인맥과 공유’ 20.2% 등이 있었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디지털 인맥의 장점으로는 ‘직급·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가 59.0%로 1위를 차지했다. ‘시공간 제약 없이 매일 대화할 수 있어서’와 ‘정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는 각각 39.9%와 39.0%, ‘금전·비용에 대한 부담감 없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어서’는 32.9%였다.

20~30대 직장인 57% “디지털 인맥 있다”
반면에 디지털 인맥의 단점은 59.6%가 ‘친분관계가 가볍고 깊지 않아서’를 꼽았다. ‘익명성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40.7%, ‘중독성이 있어 자꾸 빠져들어서’ 14.0%, ‘시공간 제약이 없어 업무시간에 방해되기 때문에’ 11.7%였다.

커리어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알게 된 디지털 인맥은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성향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면서 “오프라인 모임과 지속적인 정보 공유를 통해 관계를 확장시켜야 좋은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디지털 인맥을 잘 맺어 놓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업 인사 담당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블로그나 미니홈피, 트위터 등 구직자들이 쓰고 있는 SNS에 접속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취업·인사 포털 인크루트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5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1.5%가 입사지원서에 SNS 주소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복수응답을 전제로 SNS를 적도록 한 이유를 묻자 ‘실제 생활 모습이나 사회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68.1%로 가장 많았고 ‘지원자의 신상을 자세히 보려고(40.5%)’ ‘SNS를 쓰는지 알아보기 위해서(35.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지원자의 SNS를 확인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9.5%에 달했다. 이들 응답자 가운데 53.3%는 SNS를 통해 지원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받은 경우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SNS에서 지원자가 취업을 위해 노력한 점이 발견되면 지원자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다고 말한 응답자도 69.5%에 달했다.

직장인을 위한 인맥관리 전략

한때는 인맥이 연줄이나 배경처럼 부정적으로 여겨질 때도 있었으나 인적 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인맥이 하나의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취업 포털 커리어 홍보마케팅팀 정동원 팀장은 “직장생활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면서 인맥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직장인은 많지만 구체적인 관리 방법에 있어서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인맥도 이제는 자기계발만큼이나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인맥관리 방법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적인 실력을 갖춘다 :인맥을 유용하고도 시의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자기 분야에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실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 인맥을 활용하려 드는 것은 자칫 청탁이나 로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맥 넓히기의 기본은 자기 탐구라는 점을 명심하고 남으로부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자신의 이미지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다양한 정보 수집은 기본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작은 정보라도 상대방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 상대가 미처 알지 못하거나 꼭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알려 준다면 자신의 유용성을 크게 어필할 수 있다. 책이나 신문, 잡지, 영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상대와 풍부한 화제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달하는 정보는 정확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명함관리는 철저히 :한 번 받은 명함은 소중하게 관리하도록 한다. 상당수 직장인이 명함 관리에 소홀한데 명함은 중요한 인적 자산이다. 받은 명함에 그 사람에 대한 간단한 정보라든가 날짜 등을 기록해 두면 나중에 상대방에게 연락하거나 만날 경우 그때 만난 사람이 누구였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상세하게 기억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에도 유리하다. 보통 2~3년 지나고 나면 직책이 바뀌거나 이직하는 등 변동 사항이 생기기 쉬우므로 기록된 날짜가 3년 이상 지난 명함은 과감하게 버리도록 한다.

▷디지털 인맥을 만든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커뮤니티나 동호회를 통해 디지털 인맥을 형성하는 직장인도 크게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모이는 경우가 많아 디지털 인맥에 투자하려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인맥을 만들고 싶은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인맥은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성이 있어야 끈끈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

▷자신의 인맥지도를 만든다 :인맥은 무조건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유용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사람을 알고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가 몇 개나 있는지 그려 본다. 그리고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커뮤니티와 그렇지 않은 커뮤니티를 분류한다. 20대80 법칙처럼 자신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인맥 관리 방법이다.

<김태열 기자 yol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