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한국 언론자유 정체되고 있다”

인터뷰 | 뱅상 브로셀 ‘국경없는 기자회’ 아시아 데스크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경없는 기자회’ 아시아 데스크 뱅상 브로셀이 3월 23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PD수첩 제작진과 YTN 기자들을 만나고 미네르바 재판을 방청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28일 출국해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24일 그에게 한국에서 벌어지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문제를 들었다.

이번 한국 방문 목적은 무엇인가.
“하나는 한국 내 언론 자유 문제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언론 자유 문제다. 어제는 YTN 기자를 만나고 오후에는 미네르바 재판을 방청했다. YTN의 경우 정부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대체 YTN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했다. 기자들을 만나보니 정부 개입으로 편집권의 독립이 손상되고 있다는 데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미네르바 재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아주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어제 변호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경제학 교수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전망과 관점을 전달하고 위기를 경고하려 했던 것뿐이다. 그 이상은 아니다. 그는 경제 위기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으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 것도 아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라면 미네르바 재판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나.
“불가능하다. 거듭 말하지만 미네르바는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다. 이번 일로 다른 한국 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가 생길 것 같아 우려된다.”

정부는 인터넷이라고 하더라도 무제한의 자유를 누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든가 하는 행위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언론 자유가 가장 심하게 억압받는 국가를 꼽는다면.
“당연히 북한이다. 그 다음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그 다음은 미얀마, 이란, 쿠바 같은 나라다. 중국의 경우 정부는 언론 자유를 규제하지만 시민들이 언론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 언론인들은 언론의 자유가 군사정부 시절로 퇴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하고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군사정부 시절로 회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언론 자유가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퇴행이라고까지 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정체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언론의 자유는 왜 중요한가.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언론이 없다면 정부의 정책을 누가 감시할 것인가. 사회의 부정이나 부패는 또 누가 감시할 수 있겠나. 언론은 또 감시 기능만 아니라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언론 없이 정상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글·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