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성공 키워드]가장 성격 좋은 스타는 모델 이소라

‘내맘대로 리서치’
방송작가 20명에게 ‘스타’를 묻다

그 청순한 MC ㄱ 있잖아. 그렇게 손버릇이 나쁘다며? 술 먹으면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춘다지. 있잖아, 그 사람이 글쎄. 같이 녹화하는 스태프들한테 그렇게 험하게 군다더라.”

상대방이 너무 확신에 차서 이 말을 하기에, 잠깐 동안 내가 사람을 잘못 알고 있었나 하고 갸우뚱했다. 분명히 ㄱ이라면 내가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봤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내가 방송작가인지 모르고 열심히 ㄱ에 대한 평판(?)을 전달했다. 내가 그를 1년이나 지켜보았노라고, 그는 참으로 평범하고 선했노라고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사람들은 그 연예인을 한 번도 마주 대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다더라”는 평가를 내리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출처 없는 그 말들 속에서 선한 사람이 무시무시한 음모론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이중적인 모습에 다들 혀를 내둘렀던 사람이 둘도 없는 동경의 대상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인 정황과 함께. 그들은 적어도 연예인에 관련한 정보 재가공의 1인자들 같았다. 그런 양상이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화가 났다.

유재석·최수종·김윤진, 약속 잘 지켜
그래서 이참에,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은 참으로 위험하지만 연재를 시작하면서 되도록 내가 겪은 이야기, 함께 일을 하지 못했을 때는 주변에서 그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모습, 화면 밖 그들의 열정이나 인품에 집중했다.

나의 사이드 취재는 당사자 모르게 진행했다. 일부 귀찮아하는 사람, 하다못해 매니저조차 “마음대로 쓰세요”라며 내버려두는 사람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성심성의껏 응해줬다.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만 잘하는 스타는 평판이 확연히 엇갈렸다. 그런 스타는 중도에 쓰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성품이 좋다고 알려진 스타일수록 주변에서 자처하며 ‘알리고 싶다’라는 열정을 보였다. 그리고 평판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취재해도 일관되었다. 밤 열두 시가 넘어서도 두 시간 동안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 증언에, 나는 내심 흐뭇한 마음이었다. 비록 스타의 단편적인 모습밖에 전달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열정이나 그들이 사는 태도에서 얻은 소득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그것 또한 큰 보람이겠다.

마지막 연재를 누구로 할까 고민하다가, 방송작가 20명에게 ‘내맘대로 리서치’를 해보았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좋은 항목의 연예인들은 조금씩 다른 양상이었지만, 성격이 나쁜(?) 연예인군에는 후보가 세 명 정도 동일한 인물로 압축되었다.

각자 누가 투표했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다들 똑같은 이름을 말했다. 그러니 본성은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나 보다. 유능한 헤드헌터가 말하기를 “평판도 관리하라”고 했는데, 그 말을 절실하게 공감한 순간이었다. 물론, 그들의 명예를 위해서 이니셜로 처리한다.

(이 리서치는 표본오차 99.5%며, 20명의 방송작가가 직접 일해본 연예인 위주로 선택했으니, 후보군에서 빠진 연예인도 상당히 많다. 결과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며, 흥미로 알아본 리서치임을 미리 말씀드린다.)

가장 성격 좋은 스타
이소라(모델·방송인): 방송과 실상이 똑같다. 대한민국 최강 ‘쿨녀’ 같다.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모든 스태프가 그녀와 방송을 기다렸다.
정진영: 너무 솔직하고 정직하게 사람을 대해서 놀랐다. 한결같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 일하는데,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스태프와 논의해서 최선을 찾아내는, 누가 봐도 짜증나는 상황에서도 짜증 한 번 내지 않는 스타.
유재석: 방송 생활 동안 욕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공짜, 협찬 이런 것도 완전 사절. 골고루 사람에게 잘해주는 편이다. 기본적인 예의 이상을 보여준다.
박미선: 연예인 알레르기(?)가 있는 나, 같이 출연하는 MC와도 항상 벽을 쌓기 일쑤였는데 미선 언니는 성격이 좋아 편했다. 친언니 삼고 싶다.
그 외 조혜련, 김지선, 박경림, 박수홍, 백승주 아나운서 등.

약속을 잘 지킨 스타
유재석·최수종·김윤진: 약속하면 ‘뭐 하나 남는 게 없어도’ 일부러 비행기 타고 와서 그 일정만 하고 다시 간다.
남희석: 시간 약속은 ‘칼’.
박중훈: 문자 하나에도 개념 팍팍. 약속을 ‘칼’처럼 지키는 사람. “10분 후에 전화할게요”라고 하면 반드시 10분 후에 전화한다. 그것도 매번.

가장 ‘출연료’가 아깝지 않은 스타
강호동·유재석: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프로그램의 간판.
김지선: 정말 여러 번 함께 일했는데 한 번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열심.
조혜련: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싶을 정도의 헌신.
붐: 온몸에 먹물을 묻히는 방송 프로에서 기겁을 할 정도로, 몸을 던지는 방송인. 안쓰러울 정도로 본인이 궂은일 먼저 하는 타입. 대기만성할 것 같다.
현영: 조금 고액의 ‘출연료’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몫 이상을 하는 진행자라 비싼 출연료를 주고도 또 선택하고 싶은 진행자.
전진: 기본적으로 승부욕이 있고, 어떤 역할이든 신인처럼 열심히!

성격 나쁜 연예인도 세 명 정도 꼽혀

가장 스마트한 스타
남희석: 섬세하다 못해 주도면밀하고 예리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애라: 의견 개진 확실히 하고, 평소에 늘 여러 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스태프 이상으로 아는 게 많았다. 함께 프로그램을 할 때 그녀의 박학다식함에 놀란 적이 있다.
김구라: 늘 책을 보는 것 같고, 막말에 가려진 그의 스마트함이 아쉽다.
강성연: 뷰티에 관해서는 기자보다 더 확실하게 피부의 메커니즘과 트렌드까지 다 알고 있다. 똑똑한 트렌드 세터 같다.
변정수: 보기와 달리 상당히 스마트해서 놀랐다.
기타 답변: 의외로 아나운서들이 보기만큼 스마트한 게 아니어서 놀란 경우도 여러 번.

가장 꼼꼼한 스타
이홍렬·이경규·이한위.
기타 답변: 말을 아끼겠다.

두 번 다시 안 보고 싶은 스타
여기저기서 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ㄴ씨. 심지어 메인작가가 통화하다가 그의 말에 상처 받아서 운 적도 있고, 전화만 하면 남의 팀(방송) 험담에, 직접 마주하면 대화의 절반 이상이 짜증.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기는 걸 보고 있자니, 그 팀의 속앓이가 떠올라 마음이 부글부글한다고. “그걸 대본이라고 써?” 이런 말도 서슴지 않음.

ㄴ씨와 함께 ㄷ씨가 거론되었음. 뭐 하나 요구해도 해주는 것 없이, 자신의 재능만 과시함. 인기가 떨어질 그날에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테니 “그날 두고 보자”는 의견.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전형.

ㄹ씨. 방송을 협찬의 장으로 생각함. 녹화 일정 잡고도 다른 곳에서 더 큰 선물을 협찬하면 ‘상도의’ 없이 휑하니 가버린다고. 모 작가 왈 “이 바닥에 상도의가 어디 있니.” 아무리 그렇다지만 21세기는 협업의 시대 아닌감?

톱스타 성공 키워드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남미영의 톱스타 성공 키워드’ 연재를 마칩니다.)

<남미영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