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인터뷰]촛불시위 생중계로 뜬 나우콤 문용식 대표

“아프리카 시청 700만 명, 국민에게 탄복했어요”

한 달 이상 계속된 촛불시위로 가장 뜬 곳은 ‘다음 아고라’ 토론장과 인터넷 동영상 생방송 사이트 ‘아프리카(www.afreeca.com)’다. 촛불시위 현장에는 언제나 소형 웹카메라와 마이크를 갖춘 노트북 컴퓨터로 현장을 누리꾼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아프리카 BJ(Broadcasting Jockey)들이 있었다. 현장에 나가지 못한 누리꾼들은 모니터 앞에 앉아 이들이 보여주는 생방송을 통해 시위를 응원했다. 촛불시위가 시작된 이래 지난 6월 10일까지 아프리카 촛불시위의 누적 방송 수는 무려 7222개이고 누적 시청자 수는 775만 명을 기록했다.

‘아프리카’ 서비스의 운영업체인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49·공동대표 김대연)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의 핵심인물. 서울대 79학번으로 1985년 민주화추진위원회의 ‘깃발’ 사건 등으로 20대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이다. 그런 그가 21년 만에 거리에서 폭발한 국민들의 함성을 또 다른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아니면 역사는 순환하는 것인가.

문용식 대표를 만난 곳은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나우콤 사무실이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그는 얼굴 가득 주름을 만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 하지만 질문을 받으면 창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젖어 있다가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여간 신중한 게 아니다. 자신의 몸을 태워 불을 밝히는 촛불을 닮았다고나 할까.

아프리카는 인터넷 동영상 생방송 사이트로, 촛불시위 이후 방문자가 급증했다. 평범한 시민이 카메라로 집회 현장을 중계하고 이 화면을 시청한 누리꾼들이 댓글 등으로 여론을 형성하면서 촛불시위의 위력은 날로 커졌다. 6·10 민주항쟁 21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린 6월 10일 하루 동안 아프리카에는 1357개의 촛불시위 장면이 생중계됐다. 약 70만 명이 이를 시청했다고 한다. 물론 아프리카의 방송물은 많은 돈을 들여 세련되게 만드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과 다르다. 가공되어 있지 않다.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의 습성을 닮아 있다. 그런 의미를 담아 방송 이름도 ‘아프리카’라고 붙였다고 한다. 문 대표는 “아프리카가 촛불시위에서 이렇게까지 크게 활용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5월 중순께 아프리카에서 촛불시위가 생중계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날이 갈수록 중계를 하는 시민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아프리카라는 매체 속성상 언제든지 이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대중화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놀랐어요. 얼리어답터(신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보는 사람)와 대중화의 사이에는 캐즘(chasm)이라는 협곡이 존재하게 마련인데, 촛불시위가 그 시기를 일순에 앞당긴 거예요.”

아프리카에서 시사적인 이슈를 방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총선 때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아프리카를 이용해 선거방송을 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시민 후보 또한 아프리카에서 온라인 토론회를 방송했다. 참여정부에선 국정 브리핑을 아프리카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아프리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 대표는 이번 촛불시위를 보며 “대한민국 국민에게 탄복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위대한 국민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촛불시위를 보면서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6·25 전쟁이 1953년에 종전했잖아요. 그로부터 7년 후인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났죠. 4·19 혁명은 당시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된 시위로,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물러나게 한 엄청난 사건이었어요. 이번 촛불시위는 4·19 혁명 이후 48년 만에 고등학생들이 들고 일어난 거예요. 대통령 취임 석 달 만에 어린 학생들이 주도해서 이렇게 위대한 국민의 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문 대표는 “이번 촛불시위는 향후 정치의 큰 틀을 바꿀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거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시위를 한 것은 민주화, 반미, 반독재 등 공동의 뜻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 촛불집회는 다르다.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여러 가지 사안이 국민들로 하여금 한목소리를 내게 한 이유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도 이제 국민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다.

그가 촛불시위에 대해 가슴 벅차하는 것은 아프리카의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1980년대 민주화와 반미, 반독재를 부르짖던 운동권의 본류였다. 서울대 국사학과 79학번인 그는 20대 청춘기에 세 번에 걸쳐 5년 1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1985년 초대형 시국 사건인 민주화추진위원회(이하 민추위) ‘깃발’ 사건 때 민추위 위원장이던 그는 5공 정권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당했다.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극심한 물고문을 받았다. 그가 출소한 것은 ‘88서울올림픽’이 끝난 1988년 10월이다. 때문에 역사적인 1987년 6·10 민주항쟁을 감옥에서 맞아야 했다(공교롭게도 문 대표를 인터뷰한 날은 촛불시위가 정점에 오른 6월 10일이었다).

<font color="#cc6600">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순</font>_ 1979년 서울대 국사학과 1학년 때 모습(왼쪽이 문 대표). 수감된 애인의 뒷바라지를 위해 1985년 혼인신고를 한 아내와 출소한 해인 1988년 결혼식을 올렸다. 1992년 문 대표가 자신이 1985년 민추위 ‘깃발’ 사건으로 수감된 당시 서울구치소 12사를 돌아보며.

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순_ 1979년 서울대 국사학과 1학년 때 모습(왼쪽이 문 대표). 수감된 애인의 뒷바라지를 위해 1985년 혼인신고를 한 아내와 출소한 해인 1988년 결혼식을 올렸다. 1992년 문 대표가 자신이 1985년 민추위 ‘깃발’ 사건으로 수감된 당시 서울구치소 12사를 돌아보며.

“당시 홍성교도소에 있었어요. 제 왼쪽 방에 장기표 선생이 계셨고, 오른쪽 방에는 한나라당 정무부시장하다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한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있었죠.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던 우리는 6월 10일 오전 10시에 맞춰서 각자의 방에 갇힌 채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어요.”

전남 담양의 한 마을(광주광역시로 편입됐음)에서 태어난 문용식 대표는 양복점을 하는 부모의 2남 2녀 중 셋째였다. 전북지역의 명문인 전주고에 입학하면서 고향과 가족을 떠나 하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입시경쟁에만 내모는 학교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술회다.

“초등학교는 교대부속, 중학교는 미션스쿨인 사레지오를 나왔는데 두 곳 모두 아주 자유롭고 가족적인 분위기였어요. 전주고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입시 준비만 시켰어요. 그게 싫었어요. 1·2학년 때는 수업을 빼먹고 산으로 들로 혼자 헤매고 다닌 일도 많았죠. 결국 대입 시험에서 떨어져 재수했잖아요(웃음).”

학자나 기자가 되고 싶었던 문 대표는 1979년 서울대 국사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춘과 낭만 그리고 꿈이 어우러진 대학생활이 아니었다. 박정희 시해사건 → 12·12 쿠데타 → 서울의 봄 → 5·18 광주민주항쟁으로 숨가쁘게 이어진 격동의 시간이었다. 그는 1학년 때부터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이념 서클에 가입해 나름대로 반독재 운동에 나설 수 있는 정신무장이 된 상태였다. 그는 “불천지 원수와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다. 전두환을 물러나게 하고 민주화하는 것만이 나라가 살고 내가 사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목숨을 내놓고 (학생)운동을 했다”고 회고했다.

“제게는 천성적으로 근본주의 사상이 배어 있는 것 같아요. 미봉책을 쓰거나 지엽적인 것을 건드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죠. 고등학생일 때도 그랬어요. 산으로 들로 헤매다 불쑥 아무 성당에 들어가 신부님들과 토론을 벌였거든요. 신부님에게 ‘하나님이 실재하다면 세상이 왜 이러냐’와 같은 질문을 던졌어요.”

민주화를 부르짖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검거돼 감옥에 갇힌 그는 작게는 0.7평(2.3㎡), 크면 1.2평(3.96㎡)밖에 안 되는 독방에서 5년 1개월을 보냈다. 이 기간 영등포·서울구치소, 안양·수원·대전·홍성교도소 등 여러 구치소와 교도소를 전전했다. 6개월~1년 만에 재소자를 이감하는 것은 행여 다른 재소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교도관들과 친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다른 사람과 말을 할 수 없는 독방생활은 인간의 지능을 퇴화시킨다”면서 “다행히 나는 규칙적인 기 수련운동과 영어 공부를 하며 감옥생활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독방생활을 바쁘게 보냈어요. 아침 5시에 일어나 직사각형으로 생긴 방의 긴 쪽(짧은 쪽으로 뻗으면 팔이 닿기 때문)으로 팔을 뻗어 기체조를 하며 하루를 열었어요. 한겨울에도 30분만 하면 땀이 쏟아지는 좋은 운동이에요. 그런 다음 영어 공부를 했어요. 당시 교도소에서는 신문이나 시사잡지는 구독하지 못하게 했어요. ‘타임’이나 ‘뉴스위크’도 구독할 수 없었죠. 유일하게 제가 신청해 구독할 수 있었던 잡지가 1843년 창간한 영국의 ‘더 이코노미스트’였어요. 제호를 보면 경제잡지 같으니까 뭘 몰랐던 교도관들이 정기구독을 허락해준 거예요. 하지만 ‘더 이코노미스트’는 절반은 국제정치, 절반은 국제경제를 다룬 권위 있는 잡지잖아요. 게다가 고급영어를 사용하고 있고요. 처음엔 어려워서 전혀 독해를 못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3년간 사전 찾아가며 열심히 읽다 보니까 영어에 문리가 트이더라고요. 덕분에 웬만한 영어책은 누워서도 술술 읽을 수 있게 됐어요.”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1985년 10월, 그는 법적으로 유부남이 됐다. 가족이 아니면 편지나 면회가 불가능하자, 당시 연인 사이였던 지금의 아내 한경희(47)씨가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풀빛출판사에 다니던 한씨는 혼인신고 후 문 대표의 어머니를 모시고 시누이 학비까지 대며 남편의 옥바라지를 했다. 두 사람은 문 대표가 출소한 1988년 12월에야 지인들의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도 이 즈음이다. 출소 직후 서울대 1년 선배가 그를 세운상가로 데리고 가 100만 원을 들여 컴퓨터를 한 대 사준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건 컴퓨터를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문 대표는 자신이 컴퓨터와 관련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기 위해 1990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미국의 국제정치에 얽매여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풀지 않으면 우리끼리는 어떤 문제도 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공부를 해보자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학자가 되고 싶어 한때 유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정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쉽지만, 자신이 사상을 만들기는 역부족이라고 여겨 그 뜻을 접었다.

1992년 고려시멘트 박성현 대표에게 투자를 받아 나우콤의 전신인 한국출판정보통신을 설립했다. 1994년 시작한 PC통신 ‘나우누리’는 ‘좀 더 나은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문 대표가 직접 지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도 서비스마케팅팀장, 총괄이사 등을 거치며 함께 컸다.

하지만 2000년대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PC통신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주변에서는 나우콤도 곧 망할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01년 IT버블이 꺼지면서 벤처기업들이 전부 고사 위기에 빠지니까 정부에서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 증권)라는 자금지원제도를 만들었어요. 이를 통해 95억 원을 지원받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죠. 물론 3년 후 이자까지 더해 110억 원을 갚았고요. 동시에 전 사업 리모델링을 도모했어요. 구조조정과 함께 기존 사업을 축소하고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신규 사업을 벌였는데, 그게 또 잘 맞아떨어졌어요.”

실제 나우콤은 2002년 4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해마다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500억 원의 매출(순익 9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가 이처럼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데는 인텔사의 전 회장인 앤디 그로브가 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나우콤 인터넷사업부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

“앤디 그로브는 세계의 기업인 중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에요. 반도체로 회사가 정점에서 잘나가고 있었지만 기업환경과 트렌드가 바뀌자 과감하게 기존 사업을 축소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주력사업을 전환했잖아요. 그렇게 하기는 정말 어렵거든요. 결국 그 분의 혜안과 결단력이 맞아떨어지면서 인텔이 오늘날 전 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한 거예요. 전 2001년 대표로 취임해 구조조정하고 향후 방향을 설정할 때 나름의 이론을 정립했는데, 그 이론이 바로 그 분의 책의 영향으로 완성된 거였어요.”

문 대표는 “나우콤은 내 인생의 학교”라고 표현했다. 16년간 몸담으면서 비즈니스와 인간관계를 두루 배웠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배운 게 많다고 한다. 수년째 전 직원의 부모님 생신 때 자필 감사편지를 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2003년 5월부터 2007년까지 김근태 전 의원의 후원 조직인 한반도재단 사무총장을 맡았다. 김 전 의원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 전까지 김 전 의원 캠프의 좌장 역할을 하며 필요한 재원을 후원한 것이다. 문 대표와 당시 민청련 의장이던 김 전 의원은 1985년 ‘깃발’ 사건에 연루돼 남영동에서 함께 고문을 당한 인연이 있다.

그런 그는 직접 정치에 뛰어들 뜻은 없는걸까. 돌아온 말은 “있다”다.
“나우콤이 반석 위에 오르고 직원들이 저를 박수치며 보낼 수 있는 날이 오면 후계자에게 기업을 맡기고 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할 거예요. 어쩌면 시민단체 활동이 될지도 모르고요. 만약 제가 정치를 한다면 촛불시위에서 확인했듯이 능동적이고 지혜로운 시민 대중을 반 발짝 앞에서 이끌면서 그들의 뜻을 대변할 정치세력을 만들 생각이에요. 단순히 국회의원 한 번 하자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은 그런 정치세력이 없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잊을 수 없는 3인의 죽음

1980년대 죽음을 각오하고 운동을 했다는 문용식 대표는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건으로 3건의 죽음을 목격해야 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6·10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1987년 박종철 열사의 사망이다. 박종철 열사는 민추위 ‘깃발’ 사건 수배자였던 박종운씨의 소재 파악을 이유로 1987년 관계당국에 의해 불법 연행됐다가 물고문으로 숨졌다. 문 대표는 “6월 10일 촛불시위를 보면서 내 깃발 사건으로 사망한 박종철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또 한 명의 죽음은 1981년 5월에 일어났다. 서울대 교내에서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이 광주항쟁 희생자 위령제를 지내려 하자 경찰이 저지했고, 이에 1000여 명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서울대 경제학과에 4학년으로 광주일고 출신인 김태훈씨가 도서관 6층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3번 외친 후 투신자살한 것이다. 현실에 묶여 몸은 도서관에 있지만 마음은 시위대와 함께 하고 싶었던 젊은이의 슬픈 고뇌를 엿보게 한 사건이었다.

문 대표의 뇌리에 뚜렷이 각인된 또 하나의 죽음은 서울대 사회복지과 81학번이던 우종원씨 의문사다. 우씨는 민추위에서 활동하다 수배돼 1985년 10월 충북 영동군 경부선 철로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2004년 4월 대통령 소속의 의문사진상위원회는 우씨가 1985년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갖가지 잔혹한 방법으로 고문을 당했다고 밝혔으나 그의 죽음의 직접적 원인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문 대표는 “나와 관련된 사건 때문에 내 조직원이 죽고, 그 조직원을 잡으려다 박종철이 사망했으며, 또 내가 주도한 시위를 보다가 한 명의 학생이 투신자살했다”면서 “이것이 바로 1980년대의 가슴 아픈 현실이었다”고 토로했다.

●약력

1959년 광주 출생

1978년 전주고 졸업

1990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92년 서울대학원 외교학과 수료

1992~1993년 한국출판정보통신(나우콤 전신) 이사

1994년~ ㈜나우콤 서비스마케팅팀 팀장

2000년~ 나우콤 서비스, 마케팅총괄담당 이사

아주 특별한 인터뷰

2001년~ ㈜나우콤 대표이사

<글·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