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부동산 투기 주범”VS“도심 재생효과”

대담 |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반대론자·옹호론자 맞장토론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붐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부동산 투기와 맞물려 계층 갈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한편, 에너지 부족·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안으로 초고층 아파트를 제시하는 견해도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재난안전성 문제도 큰 이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교수와 신성우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의 대담을 통해 논란의 핵심 지점을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 대담 참석자 |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교수
신성우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조명래 교수

조명래 교수(이하 조명래) | 한국에서 초고층화가 붐을 이룬 것은 IMF 외환 위기 이후입니다. 초고층화를 주도하는 건축물 형태가 주상복합 주거시설인데,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즉 주고객을 놓고 보면 IMF 외환 위기 이후 신흥 부자 계층이 그 상품을 선택한 거죠. 그게 여느 나라에서 나타나는 초고층 아파트와 다른 사회적 상황이에요.

신성우 교수(이하 신성우) |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초고층화는 지난 100년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왔습니다. 한국 상황에 대한 조 교수님 지적에는 동의해요.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말까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있어서 건물을 자유롭게 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IMF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모든 일자리가 붕괴되고, 분양가 상한제가 해제되었어요. 그런데 외국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30년대에 마천루를 짓잖아요. 이게 경제공황을 이겨내려는 개발정책과 맞물려 있습니다. 초고층화는 국가나 도시 상징성도 있지만 경제성과 맞물려 있어요. 그런데 업무용 빌딩이 초고층화되면서 동시에 도시공동화 현상도 나타납니다. 하루 24시간 중 8~10시간 동안 도심이 비어 있다는 것은 효용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지요. 그래서 초고층 주상복합기능이 들어가면서 도심 재생의 효과도 있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초고층 빌딩의 용도가 상업·업무용에서 복합기능이나 주거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 |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올바른 조치였다고 보십니까.

신성우 교수

신성우 | 당시에는 불가피했습니다. 분양가 상한선은 다시 말해 아파트를 가장 싸게 지을 수 있는 논리입니다. 평당 20만 원만 더 주면 상자 갑 같은 아파트를 벗어나 기능이나 미학적 측면을 고려할 수 있는데, 그걸 못 하게 하니 도시 경관을 황폐화시켰죠. 물론 초고층 아파트가 지금 나타나는 것처럼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되는 게 맞나, 사회공공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같은 문제는 별도로 남습니다.

조명래 | 신 교수 말씀에 추가하면 바로 그게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형적 예죠. 부동산 상한제 폐지로 반시장적 규제 완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사실 공급자 입장에서 본다면 기존과 달리 돈을 많이 벌 기회를 얻은 것이죠. 대표적으로 평당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삼성이 102층짜리를 지으려다 그게 주상복합으로 바뀌고 그게 상징조작이 이뤄지면서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이 산다’는 인식이 유포되었고, ‘주상복합=고가=돈 있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력하게 형성됩니다. 그리고 신 교수께선 복합적 기능이나 도심재생 기능을 말씀하시지만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맥락은 나중에 접합되는 식이었습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예를 봐도 그래요. 환경 영향 평가를 해보면 결국 사업을 허가할 때 논의하는 것은 용적률과 건폐율입니다. 간단히 말해 부동산가치 진작 요소가 궁극적 조건이 되죠. 결국 최소한 지금까지는 주상복합이 고층화를 주도해왔고, 거기에 중산층 이상만 고객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부동산 논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 자본주의 축적 논리입니다.

신성우 | 타워팰리스의 경우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보긴 해야 하는데요, 당시 돈 많은 사람들이 도곡동에 들어간 건 아니었습니다. 약 8000만 원에서 1300만 원 사이에 분양되었고, 그것도 30~50%는 분양 미달이었어요. 나중에 가격 고삐를 잡는 데 실패한 것이죠.

사회 | 환경문제로 넘어가 보죠. 한편에서는 초고층 아파트가 날로 심각해져가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반환경적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신 교수님부터 말씀해주시죠.

신성우 | OECD가 발간한 초고층 도시 보고서를 보면 ‘지구가 가장 원하는 것은 땅을 숨쉬게 해주는 것’이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10층짜리 10개를 짓는 것보다 100층짜리 하나를 지으면 그만큼 땅이 많이 드러나지요. 초고층 건설 자체는 과다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지구 자체로 보면 땅이 숨쉬게 하는 것이죠. 다음은 간격입니다. 시뮬레이션을 하면 30층짜리 세 개를 짓는 것보다 90층짜리 하나를 짓는 것이 그림자가 3분의 1로 줄어들어요. 낮게 지으면 바람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남산의 경우 5층부터 20층까지 건물이 들어서면서 바람 잡는 것에 실패했는데, 60층짜리를 듬성듬성 만든다면 수도 서울의 바람길을 잡는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명래 | 이론적으로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결국 부동산 논리에 빠지고 맙니다. 현실에서는 사업성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장점이 발현되지 않고 결국 초고층 밀림으로 전락합니다. 에너지도 그렇습니다. 에너지 사용의 30~40%가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인데, 초고층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건물입니다. 에너지 효율성은 높을지 모르지만 총량 사용이 증가합니다.

교통량도 많이 줄인다고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상이 어우러져 완결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논리로 살기 때문에 거기 거주하는 사람은 고소득층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주로 고급 자동차를 타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주상의 완결성도 약하고, 기본적으로 이동 성향이 높은 계층이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교통량 유발이 큰 편입니다.

신성우 | 에너지가 2.2~2.4배 정도 많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은 관련 업계나 학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유럽의 경우 현재 도시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파리에서는 라데팡스라는 곳에 50층 이상 되는 건물 10개의 설계가 끝나갑니다. 이 건물들은 이중외피라는 창문을 사용합니다. 30층이 넘어가면 창문을 열지 못하는데, 안쪽 창문을 열 수 있고 바깥 창문과 사이에 바람이 빠르게 흐르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건물 68층에는 풍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초고층 설계에서 철저히 친환경적으로 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컨대 세계의 초고층 빌딩이 친환경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신도시 정책이 성공한 경우는 세계 어디서도 없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초고층 군집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조명래 | 교수님 말씀에 보충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신도시가 실패했다는 말엔 100% 동감합니다. 그런데 서구의 신도시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도심이 황량화되었기 때문이에요. 1980~90년대의 서구자본주의는 경쟁 산업이 없어지고 도시 기능이 쇠퇴하면서 도심이 버려졌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 대개 어느 나라나 신산업화 정책을 펴는데, 도시계획에서는 1990년대 이후에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 붐이 일어나는 겁니다. 공간과 사회·경제적 변화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유럽은 런던 등 아주 일부를 제외하면 고층은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 ‘못’ 짓는 것이 아니라 ‘안’ 짓는 것이죠.

사회 | 건강 문제로 넘어가 볼까요. 풀꽃세상의 박병상 선생이 최근에 쓴 글에서 도곡동을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무래도 땅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몸에 문제가 생긴다고요.

신성우 | 1930~40년대는 5층이, 1960~70년대는 30층이 초고층이었어요. 2000년도 이래엔 50층을 국제적으로 초고층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만간 초초고층이 나옵니다. 200층에서 50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됩니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3~4위 정도 기술을 갖고 있는데, 우리가 ‘국가적인 먹을거리’를 고민한다면 그런 공학적 기술 축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조명래 | 질병 문제에 대해서는 과학적 검증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추론단계입니다. 정황적인 것 몇 가지만 말하면 고층에 사는 사람이 잔병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에는 나와 있습니다. 초고층 건물이 건강에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이를테면 전기 전자장치의 폐해나 기압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적 영향이 그렇습니다. 또 아무래도 초고층에 살고 일상적 소비가 그 안에서 이뤄지면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적어지겠죠. 운동 부족이나 자폐 등 심리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지금 초고층의 경우에는 창을 열진 않지만 대기는 일정한 높이에 올라가면 오히려 오염이 심합니다.

사회 | 안전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9·11 테러 후 초고층 건축물의 재난 대비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신성우 | 9·11테러가 계기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초고층의 경우 재난대비책 문제가 시급한 건 맞습니다. 소방차의 사다리가 닿을 수 있는 곳은 기껏해야 20층 정도입니다. 꼭대기 층의 사람들은 옥상에서 헬리콥터로 구출할 수 있어요. 문제는 중간층인데, 건축계에서는 ‘스카이 브릿지’라고 서너 개의 건물을 옆으로 묶는 것을 대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초고층의 경우 하나의 빌딩이 단독으로 서는 것이 아닌 전체를 엮는 슈퍼톨(super tall) 빌딩의 형태로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명래 | 공학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초고층 빌딩의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거주자들이 모니터하고 측정할 수 있는 관리 프로그램과 안전문제를 전담할 기구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저는 최근에 공공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건설은 있지만 건축은 없습니다. 건축은 공공적인 것입니다. 초고층 건축은 시장에만 맡겨 놔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건축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성우 | 공공성이라기보다 적극적 책임의 중요성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시장과 공공성을 조정해야 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조명래 | 덧붙이자면 건축물의 친환경성은 초고층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저층과 초고층의 전체적 종합’이라는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핀란드는 초고층의 경우 풍력, 소규모 저층 건물에서 친환경 시설 등을 마련하는 것을 국가적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신성우 | 결국 지난 세기까지 도시나 건축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삶의 질’이라는 것은 지구 환경에 역행하는 인간 중심적인 것이죠. 환경문제는 결국 제도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건축물이 배출하는 탄산가스 총량심의제를 하는 거죠. 한 건물이 사용하는 자재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산가스를 규제하는 것입니다. 건물 설계에서도 생애주기를 늘린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탄산가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초고층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풀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그런 다가올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겠죠.

<사회·정리|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