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쓸만한 인적성이 ‘간판’보다 우선

대기업 취업 핵심 포인트, 영어점수 비중 줄고 ‘역량면접’ 통해 직무능력 중시

지난 8월 홍익대 체육관에서 열린 취업페스티벌에서 대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며 구직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올 하반기 기업들의 채용 핵심 포인트는 한마디로 ‘실력 있는 인재를 뽑겠다’로 요약된다. 허울뿐인 평가점수보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면접 및 검사 프로그램을 활용해 실력을 검증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신규인력을 뽑을 때 학점과 토익·토플점수, 출신학교, 전공 관련 지식 등이 주요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무 관련 지식 및 기업문화와의 적합성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익·토플이나 학점 등의 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면접전형과 인·적성 검사 비중을 높이는 추세로 채용 시스템이 달라지고 있다.

면접제도 강화 두드러진 변화

실제로 올해 국내 대기업 10곳 중 3곳이 우수인력을 뽑기 위해 채용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잡코리아(www.jobkorea .co.kr)가 매출액 순위 상위 100대 기업 중 65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 신규인력 채용시스템’ 조사 결과, 대상기업 27.7%(18개 사)가 ‘올해 채용방식 중 바뀌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바뀌는 부분이 없다’는 47개사 중 6.1%(4개 사)는 지난해에 채용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바뀌는 부분이 있다고 밝힌 기업을 대상으로 ‘변화된 채용방식’(복수응답)에 대해 조사한 결과, ‘면접제도 강화’(83.3%)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원자들의 역량을 면밀히 평가하고 조직문화에 맞는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면접제도와 절차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지원 시 토익·토플점수 제한 완화나 폐지가 33.3% ▲인·적성 검사 도입이 27.8% ▲학점제한 완화나 폐지가 22.2% ▲채용제도 변화(공채↔수시채용 혹은 병행 등)가 5.6% ▲영어 인터뷰 도입이나 강화가 5.6% ▲자격증 가산점 제도 강화가 5.6%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국내 100대 기업의 채용 시스템을 살펴보면 대기업은 대졸신입 인력채용 시 공개채용(56.9%)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공개채용과 수시채용 병행(32.3%) ▲수시채용(10.8%) 등의 순이다. 또 조사대상 기업 중 과반수인 61.5%가 면접형태의 하나로 ‘역량면접’을 도입하고 있었다. 역량면접은 지원자가 지원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면접으로 각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을 근거로 지원자가 과거 어떤 행동을 했는지 탐색해 지원자의 미래 성과를 예측·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는 면접관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과학화·계량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그만큼 기업들이 지원자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70%가 영어 인터뷰

이외에 대기업 63.1%가 대졸신입 인력을 뽑을 때 ‘인·적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33.8%의 기업은 ‘인·적성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기업 70.8%가 영어 인터뷰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 중 26.2%는 직무별로 영어 인터뷰를 시행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신입사원 선발 시,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인증 프로그램 이수자를 우대 채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공학교육인증 프로그램에 의해 학위를 취득했거나, 취득예정인 지원자에 대해 면접 시 최대 10%의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열린 채용을 통해 자질과 능력만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지원자들이 전공과 역량에 가장 맞는 직무를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우수인재 확보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신입사원 채용방식도 기존 수시채용에서 연 2회 정시채용으로 변경했다. 정시채용을 통해 우수 이공계 인재는 물론 상경 및 인문계열의 인재들도 폭넓게 채용할 방침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또 신입사원 정시채용부터 우수인재 검증 시스템을 한층 강화해 기존 1단계 면접을 직무면접과 인성면접의 2단계 면접으로 심화할 예정이다.

두산그룹도 이미 2005년 상반기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 토익점수 자격요건을 500점 수준으로 낮추고, 입사지원서란에 학점란을 폐지했다. 토익점수만으로는 업무상 필요한 영어구사 능력을 판가름하기 어려운 데다, 우수인재가 토익 성적으로 인해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학점란을 폐지한 것은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실제 필요한 직무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학점 기준으로 평가·해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명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학점과 토익은 중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아예 영어시험을 G-TELP로 실시해 난이도를 높였고 STX그룹은 지방대 출신의 인재를 우대하기로 해 학벌이라는 간판을 과감히 떨쳐내고 있다. 반면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직무능력에 대한 평가 비중은 높아졌다. 롯데그룹은 응시자의 입사지원분야와 전공분야 간의 상관관계를 중시하겠다고 밝혔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직무와 관련한 자격증 소지자 우대 및 한자능력 평가 항목을 추가했다.

변지성<잡코리아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