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남녀 가리지 않는 ‘기회의 땅’

홍보대행사의 꽃 AE, 긴장 계속되지만 성취감 높은 “최상의 직업”

광고대행사 컨설턴트들이 기획회의를 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홍보대행사인 (주)인컴브로더 윤지현 AE(홍보컨설턴트, 여·28)는 사회부 기자 못지 않은 긴장감 속에서 늘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하다. 어떤 직업보다 성취감이 크기 때문이다.

“항상 촉각을 세우고 긴장하며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처음에는 잘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큰 매력이 있어요. 역동적인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볼 만한 최상의 직업인 것 같아요.”

윤 AE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대 언론홍보 등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위기관리를 위해 항상 정보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돌발상황과 안티세력의 공격을 미리 감지해야 하고 트렌드를 읽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업계·언론 동향에 촉각 곤두세워

그녀의 하루는 오전 8시께 시작된다. 회사에 도착하면 곧바로 온라인을 통한 지난밤 업계 동향부터 체크한다. 물론 전날 저녁 가판신문까지 확인했지만 혹시 밤사이 돌발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그녀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분야는 패스트푸드 관련 뉴스다. 자신이 맡은 클라이언트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 오전에는 자신이 관리하는 인맥 등을 총 동원해 업계 동향에 귀를 기울인다. 사소한 일도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메모한다. 또 종종 열리는 사내·외 전략회의에도 참석해 주요사항을 숙지하고 구체화한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대 언론 보도다. 소위 ‘기사’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이를 기사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경우 점심을 이용해 관련업계 사람들과 담당 기자 등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오후에는 회사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한다. 저녁엔 내일자 신문 체크와 아이템 구상을 한다. 물론 특별한 돌발사태가 없는 경우에 한한 하루 일정이다.

현재 홍보대행사의 꽃인 AE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은 대략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이다. 특히 외국계기업의 경우엔 전체 직원의 90%가 여성일 정도로 비율이 높다.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비율이 높은 것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AE 90%가 섬세한 여성 ‘여인 천하’

(주)PR인사이트 조인욱 이사는 “홍보대행사만큼 남녀구분이 없는 업종은 없다”면서 “여성의 섬세함과 높은 어학실력 등이 많은 여성인력이 활약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조 이사는 그러나 “여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오히려 남성에게는 더 큰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KPR 신성인 대표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관계로”

- 토종기업인 KPR이 세계적 대형 홍보대행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은 무엇인가.

“KPR은 토종기업이지만 오히려 세계적 홍보대행사보다 외국계 클라이언트가 많다. 물론 이런 성과는 그동안 노력에 따른 결과다. 적지 않은 외국계 기업이 클라이언트인 것은 비교적 좋은 인적 자원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험으로 보면 국내 토종기업도 충분히 글로벌네트워크를 갖춘 다국적 기업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 홍보대행사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졌는데.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홍보대행사가 하는 일은 단순했다. 보도자료를 돌리거나 클라이언트가 언론에 노출되도록 하는 일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엔 클라이언트와 파트너십관계로까지 발전했다. 단순히 용역을 발주해 실행하는 차원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가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 홍보대행사의 형태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다양한 업종을 아우르는 종합대행사 형태와 전문분야를 집중적으로 하는 형태로 크게 나뉜다. 또 중견업체들의 합종연횡도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어떤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외국의 경우 로펌(법률회사)처럼 홍보대행사도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로펌이 고객에 대해 질 높은 서비를 하듯, 홍보대행사도 그렇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업들도 단순히 제품 홍보 등에서 벗어나 사회공헌 등을 통한 이미지 홍보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사, 노무,생산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종합홍보가 될 것이다”

(주)인컴브로더 손용석 대표

“수요·공급 동시에 늘어 전망 밝아”

- 홍보대행이 갈수록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1990년 초창기만 해도 홍보대행 시장은 몇몇 회사가 나눠 갖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300여 개에 달하는 업체가 있고 이중 30여 개가 시스템과 풍부한 인력풀을 갖춘 종합홍보대행사다. 앞으로 홍보대행시장은 더 커질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함께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대기업도 홍보력 강화를 위해 대행사를 활용하고 있다. 또 홍보대행사에 지원하는 인력도 종전 홍보전문가에서 마케팅과 기획전문가들로 다양해졌다.”

-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그만큼 효과를 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예전엔 주먹구구식 홍보전략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치밀하고 정확한 데이터에 의한 홍보전으로 바뀌고 있다. 당연히 홍보 효과가 크다. 이를 이용해본 클라이언트들이 계속 이용한다. 이제 기업들이 홍보 전문가집단을 통한 효용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 국내 홍보도 있지만 최근엔 해외홍보에도 기업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데.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홍보도 눈에 띄게 늘었다. 수출증가와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면서 당연한 결과다. 이런 새로운 수요처가 발생하면서 홍보대행사들도 앞다퉈 시장진출에 나서고 있다.

- 홍보가 왜 중요한가.

“산업사회로 갈수록 홍보 비중은 더 높아진다. 특히 제품 판매에서 홍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결국 광고도 신뢰를 쌓은 홍보가 진행된 후 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홍보의 중요성을 더 강조될 것으로 본다. 특히 브랜드 가치를 위해선 홍보기능이 절대적이다.

- 홍보대행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조명

“매우 밝을 것이다. 물론 다양한 형태로 변화할 것이지만, 최고의 산업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데다 부가가치산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화와 함께 임직원들이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