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두 번 죽는 연예인

연예인들은 참으로 별나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이지만, ‘오죽하면 연예인이 되었을까’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남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웃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남다르다.

다소 여성비하적인 표현이지만 ‘얼굴에 분바른 자와는 상종하지 말라’라는 말도 있다. 연예인들의 사고와 행동이 별나고 변덕스럽다는 의미다. 물론 그들이 남다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생활이 공개되고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 피곤한 일일 것이다. 행여 어떤 잘못을 저질렀거나 논쟁에 중심에라도 서게 되면 그 피곤함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데,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난, 익명으로 올라오는 악플에 시달리는 모습은,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을 사라지게 만든다.

더욱 안쓰러운 것은 연예인들은 보통사람과 달리 두 번의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그들 역시 일반인과 똑같이 태어나서 죽겠지만 그런 생물학적인 죽음 말고, 한 번 더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그들만이 경험하는 죽음은 소위 전성기가 지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을 말한다. 물론 화려한 은퇴도 있을 수 있고, 노(老)가수는 사라져도 음반은 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한번이라도 무대에 서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대는 하나의 작은 세계라는 사실. 그 세계에서는 모든 빛과 소리와 시선이 무대 위에 서 있는 단 한 사람에게만 집중된다는 사실. 그러나 무대 아래는 아무것도 없다. 빛도 소리도 사람들의 시선도 없다. 다만 자신의 몸을 감출 수 있는 어둠만이 있을 뿐이다. 매번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연예인들을 지켜볼 때면, 살아있는 동시에 ‘죽음’을 경험한다는 것이 그들이 누리는 행복의 총량보다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또, 한 번 죽음을 경험한 연예인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실제로 부활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이쯤 되면 연예인에 대한 부러움은 사라지고 지금의 내 처지를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

그러나 무엇보다 연예인 안 되길 다행이다 싶은 이유는, 때때로 그들이 ‘자연사’ 하는 것이 아니라 ‘살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억울한 죽음은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기 때문이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