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음악평론 유감

대중음악 비평은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우선 이른바 ‘빨아주기’. 창작자들과 불편해서 좋을 것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음악을 분석한다거나 하는 내용적인 접근보다는 그들의 스타성에 주목하는데, 소속사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와 거의 같은 내용을 비평이라고 내놓는다.

또다른 쪽은 이른바 ‘안티’다. 뭘 해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들은 대개 팝과 같은 외국음악의 세례를 받았다. 국내 뮤지션들에 대해 절대적인 비호감과 적대감을 가지고 오로지 ‘씹기’ 위한 비평을 써대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실 오늘날 대중음악의 저변이 취약해진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적지 않은 평론가와 평론들이 우리 대중음악을 오랜 세월 특정 장르에 함몰시켰고, 특정세대에 편중되게 만들었으며, 적당히 ‘빨아주고’, 제대로 ‘까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를 홍보의 수단쯤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음악평론이 한심스러운 더 큰 이유는, 속보이는 지적들을 날카로운 평론인 양 늘어놓는 작태 때문이고, 이는 최근 컴백한 ‘이효리’에 대한 내용들만 훑어보아도 알 수 있다.

굳이 대중음악의 주류인 댄스음악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오르골 댄스니, 시계태엽 춤이니, 환상적인 안무니 신나게 치켜세우다가 그녀의 컴백무대에서 ‘립싱크’가 아쉽다느니 하는 것은 사실 가당찮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춤에 주목하며 그것을 칭송하다가 왜 갑자기 립싱크 타령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래도 가수라는 사실이 나중에 생각난 것인가? 그래서 음악에 대해서도 한마디쯤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가? 춤을 잘 추려면 ‘노래’는 거추장스럽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춤을 뺀 ‘이효리’, 음악만을 놓고 ‘이효리’를 평가할 생각도 없으면서 이런 식으로 써대는 것은 독자들에 대한 기만이다.

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

음악평론가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녀는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인간시대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녀는 댄스가수다. 가수댄서가 아니다. 이효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춤, 춤, 춤이다. 노래가 아니다. 다 알면서 왜들 그러시나.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