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밥그릇도 못 챙기는 한국 대중음악

스크린쿼터와 관련한 영화인들의 1인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영화인들이 일치단결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문득 지금의 문제가 영화가 아니라 대중음악에 관한 것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대중음악계에는 그간 숱한 이슈가 있었다. 음원서비스와 관련한 이동통신사의 과중한 통신망 사용료 부과 문제로부터 P2P서비스 문제, 가요순위프로그램폐지문제, 일본대중음악 전면개방, 불법음반, 무분별한 편집음반문제 등등 근간에 있었던 중요 사안들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대중음악계가 스스로의 권위를 위해 또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해 나서야 했던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수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한쪽에서 이동통신사의 과중한 사용료 부과에 대해 지적하면 다른 한쪽에선 그 사이에 지원금을 받아서 어떻게 분배하느냐로 싸우질 않나,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에 공감한다면서 순위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증스런 모습도 보여주었다. 물론 가수들 중에도 이런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청년가수연합(?)이라는, 신해철의 주도로 만들어진 젊은 가수들의 연대모임도 있었고, PR비 사태로 불거진 대중음악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바꿔보자던 제작자들의 모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들은 언제나 소수였고 주류는 아니었다.

혹자는 가수가 사회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부담이 영화배우와 가수의 차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 역사는 오랫동안 영화에 대해, 훨씬 지독하게 검열하며 입을 틀어막아왔었다.

결국 대중음악인들과 영화인들이 차이는 영화인들이 한국영화에 갖는 문화적 자긍심만큼,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음악인들의 자긍심이 없다는 것에서 나온다. 지난 날 음반 사전검열폐지를 주장하던 정태춘이 당대의 가수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함께 해주기를 부탁했지만, 기자회견 장소에 나온 것은 강산에 한 명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사수가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당당히 주장하는데, 음악인들은 예나 지금인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는 것같아 서글플 따름이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