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 마지막 단계인 리허설은 음향, 조명, 무대 등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원칙대로 하자면 최소한 공연 하루 전에는 이 모든 것이 세팅된 상태에서 최종점검의 의미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열악한 제작여건상 리허설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공연은 많지 않다.
그래서 라이브콘서트의 리허설은 최종점검 후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라기보다 계획된 것 중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해 빨리 포기하는 단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연출가 입장에서는 들어간 돈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보여줄 ‘야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참 속 쓰리고 아프다. 그래서 때때로 리허설에서 문제가 있더라도 본 공연에서 잘되리라는 맹랑한 생각으로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몇해 전 윤도현밴드의 공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통일을 컨셉으로 한 그날 공연의 마지막 곡은 ‘철망 앞에서’였다. 무대 아래 숨겨놓은 50인조 오케스트라가 수직으로 상승하고 무대 위쪽에 설치해놓은 벽이 무너지면서 한반도기를 휘날리며 기차가 등장하는 것이 그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리허설을 하자면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세트를 부수었다 다시 세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두 차례에 걸쳐 리허설도 끝내고, 마침내 암전된 공연장에 관객들이 들어차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면서 무대가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숨겨놓은 오십 인조 오케스트라의 찬란한 위용이 드러나며 관객들은 놀라움과 감동으로 가슴 벅차있을 때, 다시 천천히 내려와 제자리로 가야할 무대가 멈추는 것이 아닌가. 무대를 들던 모터의 하중이 잘못 계산되어 멈추어 버린 것이다. 두 번의 리허설 중 한번은 성공하고 한번은 문제가 생겼는데 결국 이런 사단이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관객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올라간 무대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고 무대 위에서 멋지게 연주하던 밴드들도 6~7m 상공에서 어쩔 줄 모르며 허둥대고 있었다.
아무리 응급조치를 해도 모터는 돌아가지 않고 결국 트러스를 잡고 기어서 내려와야 했다. 그날의 감동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내려오지 않는 무대를 멀뚱히 바라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기타를 뒤로 메고 조심조심 트러스를 잡고 내려오는 밴드를 보며, 이게 라이브의 묘미 아니겠냐고 우기기에는 낯짝의 두꺼움이 모자랐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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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채 상병 의혹
‘이채양명주’ 의제로 올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