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비틀즈’ 의 매니저

바닥을 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가수 ‘비‘ 가 소속된 JYP의 우회상장설이다. 이미 50억이니 60억이니 하는 구체적인 인수금액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 새삼 비의 경제효과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JYP 인수협상에서 비와 소속사 JYP의 계약만료 시점이 올해라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서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는 것이 스타라는 콘텐츠에 크게 좌우되는 분야이다보니, 회사의 외형이나 규모보다는 스타 그 자체로 평가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잘나가던 회사도 어느날 소속 스타와의 계약종료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연예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이름보다 연예인의 이름을 따서 ‘(김)종국’네, ‘버즈’네 하는 식으로 부르는 것에 더 익숙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타에만 의지하는 연예산업은 결과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보다 결과만으로 가치가 평가되는 것은 자칫 보다 좋은, 보다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토대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업계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불멸의 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RAy’ 에서 볼 수 있듯, 적지 않은 매니저와 연예기획사들이 가수들에게 기생하며 그들을 착취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방송중심적이고 계층적이며, 세대별 분화가 분명한 대중문화와, 이런 시류에 영합한 연예기획사들이 산업적인 측면만 고려해 콘텐츠를 만들어 왔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연예산업이 이제는 단순히 산업의 동축으로만 가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례가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스타는 한 시대의 트렌드가 되고,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다. 이 경우 연예기획사는 스타를 만들어 내는 씽크탱크이며 생산라인이 되는 셈이다.

탁현민의오프스테이지

비틀즈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라는 매니저를 만나지 못했다면 리버풀의 ‘촌빨’ 날리는 로컬밴드로 마감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그들의 고백이나, 밥 딜런 역시 매니저 앨버트 그로스만을 만나면서 ‘오만과 신비’ 의 컨셉트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스타와 연예기획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좋은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공연기획자 탁현민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