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바둑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

제3회 국제바둑학술회의가 한국바둑학회(회장 임성빈 명지대 교수)-명지대 바둑학과 주최로 10월 20~21일 이틀간 명지대 용인 캠퍼스에서 열렸다.

숫자는 줄었지만 논문의 수준과 내용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 중에서도 최일호 교수의 ‘(바둑의)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두뇌활동에 관한 연구’, 알레스 시플리(체코)의 ‘세계 바둑의 랭킹’, 테오 반 에스(네덜란드)의 ‘서양으로의 긴 여로’등이 특히 시선을 끌었다.

최 교수의 논문은 MRI촬영을 통한 실험결과로써 우리가 바둑의 문제를 풀 때 우리 두뇌의 특정 부분이 활발히 움직인다는 사실과 고급자와 초보자를 비교하면 초보자의 활동량이 더 많다는 것, 즉 고급자의 두뇌 활동이 더 경제적이라는 것 등을 보여 주었다. 실험에 동원된 고급자와 초보자가 각 10명씩밖에 안 되고, 문제의 형태도 포석과 사활에 국한된 점이 상당한 결함으로 지적되기는 했지만, 인간의 뇌와 바둑 사이에 특별한 연결 고리가 있다는 가설은 일단 그 자체로 매우 흥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구가 진전되고, 가설이 사실로 규명된다면 일차적으로 바둑교육 부문에서는 혁명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의 후속편을 기대한다.

‘세계 바둑의 랭킹’은 합리성-실용성 등을 인정받아 유럽 바둑계에서는 이미 통용되고 있는 시스템. 바둑의 세계화가 상당 부분 이루어져 있고, 최근 한국기원에서도 국내 랭킹제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연구-검토-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서양으로의 긴 여로’는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둑의 서양 전파의 경로와 과정을 개관하면서 각 단계별로 시대사적인 아이템을 향후 세계바둑사 연구의 과제로 제시한 노작이었다. 이제 바둑사의 연구-정립에서도 동·서양이, 특히 극동 아시아와 유럽이 자료의 공유 등을 통해 협력할 때가 되었다.

이밖에 바둑 룰이나 계가법 등에 관한 연구발표가 많았던 것도 이번 회의의 특징으로, 이 역시 바둑 올림픽 같은 것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현재 세계 바둑계의 정황을 대변해 주었다.

2001년 학국바둑학회의 창설과 함께 출범한 국제바둑학술회의는 2년마다 열리고 있다. 한번은 한국에서, 한번은 외국에서 번갈아 개최한다는 방침에 따라 제1회는 한국에서, 제2회(2003년)는 러시아에서 열렸다. 2회 회의는 마침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 페떼르부르크에서 도시 건립 300주년 기념으로 열린 ‘전 유럽 바둑선수권전’와 동시에 진행됨으로써 한국 바둑의 학문적 위상을 유럽 및 세계 바둑인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바둑학과와 바둑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학술회의는 세계 유일인데, 숙제가 많다. 우선 참가국과 참가자를 늘리는 것에도 노력해야 한다. 질도 좋지만, 양도 중요하다. 양이 많아지면 질은 저절로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청중 동원과 홍보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바둑 팬 중에 바둑학술회의가 있다는 것, 그런 게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발표와 토론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영어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 통역 장치 같은 것을 설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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