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6회 연속진출 금자탑 먹칠할라

본프레레 비난 여론에 굴복 축구협회, ‘경질’가능성 논의키로

축구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한국대표팀이 8월1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경기에서 0-1로 패하자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 여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빛이 바래고 말았다. 벼랑 끝에 몰린 자신의 입지에 위기의식을 느낀 본프레레는 사우디전에 박지성을 제외한 해외파 전원을 불러들여 최상의 전력으로 나섰으나, 전과 별로 달라진 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16년 동안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사우디를 상대로 홈에서 징크스를 깨겠다며 경기에 임했으나 또다시 패배, 아쉬움이 더욱 크다.

남북통일축구대회에서 북한을 3-0으로 격파, 동아시아축구대회 이후 팬들의 비난을 다소 만회한 듯했던 본프레레는 사흘 만에 최악의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축구협회 게시판에는 “본프레레를 못 믿겠다”는 팬들의 성화가 빗발쳤고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ID yun6607는 “본프레레 감독이 한국팀을 맡은 지 1년이 넘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 남은 10개월에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라며 월드컵 본선을 걱정했고, fice1202는 “협회가 본프레레를 교체하지 못하는 것은 남은 계약기간에 임금을 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차라리 성금을 모으라”고 꼬집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축구의 12번째 선수인 ‘붉은 악마’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사우디전에 앞서 선수 소개에 이어 장내 아나운서가 본프레레 감독을 호명하자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야유가 터져 나올 정도로 본프레레는 이미 한국인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어느 축구팬은 축구협회 앞에서 “본프레레 물러나라”라는 구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1인 시위까지 벌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팬들의 비난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자 “대안이 없다”며 본프레레 유임에 무게를 뒀던 축구협회도 드디어 반응을 보였다. 축구협회는 8월 23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감독 거취에 관한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회의도 하루 만에 끝내지 않고 2~3차례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협회조차 ‘좀더 지켜보자’에서 ‘경질’로 선회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본프레레가 경질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반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는 한국 팬들이 본프레레와 축구협회를 미워해서 대표팀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축구를 사랑해서 그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 도전사

한국축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6회 연속 본선진출은 아시에서는 유일하고, 세계적으로 브라질·독일·이탈리아·아르헨티나·스페인 등 축구 강국들만이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우리나라는 2002한·일월드컵 전까지는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다가 2002년에는 세계가 깜짝 놀란 ‘4강 신화’를 이룩했다. 그간의 파란만장했던 월드컵 도전사를 간추려 본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일본을 연파하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한국선수단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 첫 경기였던 헝가리 전에서 0-9 패배. 월드컵 본선에서의 ‘첫 경험’ 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터키에 0-7로 참패, ‘참가에 의의’를 둔 대회로 끝나고 말았다. 한국팀의 사령탑은 김용식 감독이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일본을 2-1, 1-0으로 연파하고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성공했다.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은 축구 신동 마라도나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첫 경기에서 1-3으로 패배했다. 당시 주장을 맡았던 박창선 선수가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기록했다. 불가리아와 겨룬 두 번째 경기는 아쉽게도 1-1 무승부였다. 예선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최순호와 허정무가 골을 터뜨리며 선전했으나, 이탈리아에 2-3으로 아깝게 지고 말았다. 비록 예선 탈락이었지만 세계의 강호들과 맞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한국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한국팀은 벨기에·스페인·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속해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해볼 만한 상대라고 여겼던 세 팀에 전패,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벨기에에 0-2, 스페인에 1-3, 우루과이에 0-1으로 맥없이 무너진 것이다. 스페인전에서 기록한 황보관의 25m 프리킥 골이 대회 명장면에 꼽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이회택 감독이 발굴한 홍명보와 황선홍이 향후 한국축구 공수의 핵으로 떠올랐다는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도하의 기적’을 통해 간신히 본선 진출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이때도 우여곡절을 거친 예선전 때문에 김호 감독을 교체하라는 여론이 높았지만 감독은 교체되지 않았다. 본선 첫 경기는 스페인에 후반 초반 2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었으나, 홍명보, 서정원의 골로 짜릿한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두 번째 볼리비아만 꺾으면 16강도 바라볼 수 있었으나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다. 예선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전반에 3골을 실점당하고도 후반에 2골을 넣는 매서운 추격전으로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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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랑스월드컵 일본에 2-1로 역전승을 거둔 ‘도쿄대첩’을 발판으로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본선 첫 상대는 멕시코였다. 전반 28반에 하석주의 프리킥으로 선취점이 터지자 월드컵 1승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멕시코의 맹공에 3골이나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어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맞섰다. 결과는 0-5 참패. 차범근 감독은 대회 도중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마지막 상대인 벨기에와는 1-1 무승부. 1무2패로 전패를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차기 대회 개최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성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