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박지성, 너라면 할 수 있어!

맨체스터Utd ‘신형엔진’ 발진… 명문구단 주전자리를 확보하라

2005년 8월 13일은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는 날이 될 것인가? 한국 축구의 ‘명품 엔진’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무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2005~2006시즌 개막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타팅멤버로 출전한다면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쾌거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초 명문 중에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박지성을 원한다’는 외신보도를 처음 접한 국내 팬들은 “정말이야?”하고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마침내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고, 아시아 친선 투어에 나선 팀의 당당한 일원이 되어 국내 팬들을 적잖이 ‘흥분’케 했다.

아시아 투어서 일단 합격점 받아

시즌 첫 경기에서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로 상대팀 에버튼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 그라운드에 선다면 박지성 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축구팬 모두의 ‘꿈이 이루어졌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박지성이 팀의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지금 시점에서는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아시아 투어 3경기에서 총 120분을 출장한 박지성은 일단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베이징 셴다이와 치른 경기에서는 이적 후 첫 골을 기록했고,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전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은 투혼으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아시아투어를 결산하면서 ‘한국산 신형 엔진’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일단 합격점을 준 듯하다. 특히 그는 박지성의 플레이에 대해 ‘대단한 활동력, 창조적인 이동, 빠른 움직임, 많은 찬스’등의 장점을 높게 샀다. 감독의 이런 긍정적인 평가를 근거로 한다면 조심스럽게 베스트11의 기대를 점칠 수 있다.

박지성의 가능성에 대한 호평은 퍼거슨 감독 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의 평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영국 언론은 “좌우 측면의 움직임이 뛰어난 멀티 플레이어”라고 칭찬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라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영국축구의 대표적인 명장 보비 롭슨 전 뉴캐슬 감독은 “올 시즌 박지성은 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한 유럽축구연맹(UEFA)도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2005 UEFA클럽축구 어워드’ 최우수 스트라이커 부문 후보로 AC밀란의 안드리 세브첸코, 바르셀로나의 호나우디뉴·사뮈엘 에토와 함께 박지성을 꼽았다.

선수들의 ‘이름’만 놓고 본다면 박지성의 주전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발표한 7월 세계 클럽랭킹에서 4위를 차지한 강팀이다. 반 니스텔루이와 웨인 루니가 포진한 투톱과, 호나우두·로이 킨·라이언 긱스·폴 스콜스가 버티고 있는 미드필더에는 박지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박지성은 분명 우리 눈에는 ‘훌륭한 선수’지만 세계 축구계에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은 ‘가능성 있는 여러 선수 중 한 명’에 불과하다. 퍼거슨 감독이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과연 스타팅 출전의 기회를 줄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박지성이 맨체스터의 노장 로이 킨과 라이언 긱스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렇지만 둘 다 쉬운 상대가 아니다. 1971년생인 로이 킨과 1973생인 라이언 긱스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맨체스터에서 10년 넘게 주전자리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동양의 신출내기에게 자리를 빼앗길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맨체스터가 박지성을 벤치에만 앉혀 두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노쇠한 미드필드에 새로운 활력을 줄 ‘젊은 피’로 데려온 만큼 시즌 초반 선발 출장은 아니어도 교체멤버로는 충분히 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만큼 박지성은 시즌 초반 주어지는 기회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기존 선수들은 한두 게임 부진해도 버틸 수 있는 톱스타지만, 박지성은 그런 호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즌 초반 교체출장 기회 살려야

박지성이 ‘별들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생존전략이 필요할까? 우선 ‘자신의 플레이’가 필요하다. 누구보다도 많이 뛰는 스타일을 십분 살려 ‘지치지 않는 엔진’임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특히 팀의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하는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볼을 가지고 상대 문전으로 돌진하는 ‘들소‘ 같은 움직임을 자주 연출해야 한다.

그리고 주눅들지 말고 골 욕심을 부려야 한다. 사실 올해 입단한 새내기가 문전에서 팀의 간판 골잡이인 반 니스텔루이와 웨인 루니를 외면하고 자신이 직접 슈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공격수는 누가 뭐래도 골이 말해준다. 비록 게임 중에 몇 번 실수를 했어도 골을 기록한다면 면죄부를 받는 것이 축구의 속성이다.

박지성은 구단의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영국에 갔을 때, “티셔츠나 팔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의 각오처럼 유럽 빅리그에서 성공한 최초의 한국선수로 우뚝 서기를 팬들은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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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는 시즌 개막에 앞서 8월10일 홈에서 헝가리의 데브레체니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3라운드 1차전을 치르는데, 이 경기가 박지성의 개막전 스타팅 출전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성수 기자 jij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