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 전성시대]진범인-41년 전 그 사건의 진범을 찾아라

고속도로에 있는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70대 남성의 시체가 발견됐다. 복부에 칼이 찔려 사망한 명백한 살인 사건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연고도 없는 곳에서 피살된 이유를 살피다 그가 41년 전 유괴 살인 사건으로 다섯 살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사망자 스도 이사오의 아들 마모루는 미시마시(市)로 이사 온 날 사라진 뒤 얼마 되지 않아 인근 강에서 시체로 떠올랐다. 당시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고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처음엔 한 사람의 인생에 무려 두 번씩이나 닥친 불행인가 싶었지만, 뜻밖에도 스도가 사망한 곳이 과거 유괴범이 마모루의 몸값을 거래하기로 지정했던 장소임이 드러나면서 수사는 유괴 사건과의 연관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게다가 마모루의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1년 전이었다. 특별수사반을 편성해 재수사에 들어갔다. 현 사건 담당 형사 구사카는 사건의 진상에 다가서기 위해 과거 재수사를 지휘했던 시게토 관리관으로부터 유괴 사건의 모든 것을 건네 듣는다.

<진범인>의 표지 / 청미래

쇼다 간의 <진범인>은 41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2개의 살인 사건을 3가지 수사 시점으로 엮어낸 경찰 미스터리소설이다. 유괴 살인 사건, 특별수사반의 재수사, 스도의 살인 사건이라는 세 시점 중에서 중심이 되는 건 27년 전 벌어진 두 번째 수사다.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꾸린 특별수사반은 시게토 휘하에 고작 6명의 형사를 차출 편성한 소규모 팀에 불과해 시각에 따라서는 단순한 요식행위로 보일 만하다.

시게토가 수사반원에게 제안한 ‘직면수사’를 통해 사건은 차츰 새로운 진실을 향한다. 직면수사란 수사원이 직접 모든 현장에 가보고, 증거품을 전부 다시 조사하며, 목격자와 관계자를 남김없이 만나는, 일견 원론적인 수사법이다. 여기에 더해 전에는 범인을 관할구역인 시즈오카현 내 인물로 한정한 것과 달리 타 지역 아동범죄 전과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고작 6명이 해내기엔 너무 버거운 일이지만 사건을 하나하나 재구성하며 형사들이 새롭게 건져 올린 사실을 더해가는 수사 과정은 독특한 질감을 띤다.

2명씩 짝을 이룬 3개의 수사조가 각기 다른 개성과 수사법을 앞세워 3가지 가능성을 추려내는 과정은 더더욱 흥미롭다. 본적은 현 내에 두고 있지만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인 아동 성추행 전력이 있는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가 하면, 마모루의 친부 스도가 이혼한 뒤 전처에게 돈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나 하는 충격적인 가정을 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진실에 바짝 다가선 듯 보이는 수사가 현시점에서는 여전히 미제로 남았다는 것을 알기에 수사를 따라가는 여정이 또 하나의 기묘한 미스터리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날카로운 관찰력과 온화한 인품을 가진 다쓰가와 형사를 필두로 한 민완형사들의 고군분투는 그렇게 의외의 국면에서 실패를 맞이하지만, 이를 현재로 이양하며 마침내 피해자 가족과 범인, 형사들 모두의 드라마에 가장 불편한 진실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다. 시간을 초월한 합동수사가 결국 인간으로 수렴하면서 애증과 실수로 점철된 범죄의 처연함을 배가할 뿐 아니라 집념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여러명의 형사를 통해 경찰소설과 군상극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강상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장르물 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