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앎](5)대장암 정밀의료가 활성화되려면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흔한 암이다. 우리나라 전체 암(갑상샘암 제외) 중 3위의 암으로 특별 경계의 대상이다. 예방과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민병소 교수가 외래진료실에서 대장암 발병 부위를 설명하며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민병소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지난 10년간 국가적인 건강검진의 활성화로 전암 단계인 ‘용종’ 단계에서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사례가 늘어나 대장암으로 확진되는 추세는 한풀 꺾인 것을 진료실에서 느낀다”고 말한다. 모든 암이 그렇듯 대장암 또한 조기에 진단되면 완치율이 크게 높아진다. 그렇지만 외래환자의 15~20%의 환자는 대장내시경의 번거로운 준비과정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대장암 세포가 주변 장기로 퍼진 ‘전이’ 단계에서 진단을 받는다고 한다.

일단 진단 후 대장암 환자와 보호자의 가장 큰 걱정은 항문 기능의 보존이다. 민 교수는 “항문 기능을 상실하는 환자 비율은 10% 미만이고, 점차 그 비율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 근거로 정밀 방사선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수술법의 발전을 꼽았다.

최근 국내 암 수술에 있어 개복수술은 이제 그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민 교수의 경우에도 담당 대장암 환자 10명 중 8~9명은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로 진행한다. 최소침습수술은 더욱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항문 기능 보존은 물론 해당 부위에 몰려 있는 배뇨 기능과 성 기능 신경도 보존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수술법이다. 민 교수는 “수술법 자체의 발전도 환자의 치료성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대장암 수술법은 체계화와 표준화를 거쳐 환자마다 암 진행 정도나 해부학적 특징 등을 고려한 맞춤형 수술법이 대세다. 민 교수에 따르면, 과거 유럽에서 주도한 국제 결장암 표준수술법(호헨버거 수술법)은 암이 생긴 결장 부위의 획일적인 광범위한 절제를 전제해 환자의 회복 기간이 길고 합병증 위험도 컸다. 그러나 암 부위만을 정밀하게 절제하는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보편화한 현재에는 이 표준수술법이 적합하지 않다. 무엇보다 서구권 결장암 환자를 기준으로 수립된 국제표준수술법은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안 인의 결장암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 교수가 2015년 자체 개발한 ‘변형 완전 결장간막 절제술 및 중심 혈관 결찰술(mCME)’은 호헨버거 수술법과 비교해 5년 생존율 및 무병 생존율, 재발률 등에서 비슷한 치료결과 또는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 국내외 논문으로 발표했다.

최근의 대장암 치료제 개발 동향은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개발과 동시에 면역 항암치료 분야에 연구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대장암 약물 중 일부는 환자에게는 좋은 결과를 보이지만, 아직 대다수 환자에게는 치료 반응이 없거나 적다. 이를 위해 현재 다양한 새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약물의 임상시험이 이루어지고 있고,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를 병행하는 치료법도 쓰이고 있다.

암(癌)&앎

민 교수는 “대장암 치료의 정밀의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암세포의 유형과 이에 맞는 약물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부터 백순명 연세대 의대 교수 주도의 미국 국립대장암임상연구회(NSABP) 소속 연구진과 협력해 직장암 환자의 암세포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각의 항암약물의 치료성적을 분석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인의 대장암의 유형(대장암세포 아형)을 좀더 찾아내고 이를 세분화하는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